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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 이현, 홍은미 지음 )

2009. 7. 31. 23:16

 

제목 : 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

발행 : 2009. 07. 25

출판사 : 글담출판사

지은이 : 이현, 홍은미

읽은날 : 2009. 7. 31

 

 

 

 

 

 

 

 

 

  위드블로그의 아저씨, 록밴드를 결성하다서평 리뷰어로 당첨되었다. 여러가지 도서 켐페인 중에서 이 책이 나의 독서스타일과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난 소설보다는 비소설, 수필류의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도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같은 류의 책들이다.

 

  2007년 개봉한 즐거운 인생이라는 영화처럼…, 아저씨가 록밴드를 결성했다. 이 뿐만 아니다. 아저씨들이 자전거 여행, 색소폰 연주, 스쿠버 다이빙, 플라이 낚시, 블로그, 패러글라이딩, 마지막으로 세일링까지 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취미에 빠져서 즐거운 인생을 보내고 있는 8명의 아저씨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VJ특공대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몰입된다. 흥미진진하다!

 

  치열한 20~30대를 보내고 지금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은 40~50대. 이젠 너무 가장이라는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이기적이 되어 자신을 위한 투자를 시작한다. 그 투자라는 것이 일반적인 독서나 운동 등의 취미보단 훨씬 경제적, 시간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을 희생해야 하지만, 그 만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긴다는 점에서 그 정도 희생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8명/8가지의 인생을 즐기는 아저씨/취미들의 이야기가 책의 절반가량을 채우고 나면, 이제 배가 나오고 피부도 칙칙한 아저씨에서 섹시한 아저씨로 거듭나기 위한 여러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한참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단숨에 읽어내려가던 리듬이 조금씩 끊기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물론 좀 더 나은 인생을 즐기기 위한 취미 생활 외에도 ‘이러저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갖추는 것도 좋다’ 라고 추천하는 점에서는 괜찮다. 하지만 탈모, 성형, 해장국, 와인, 사케, 브런치, 피부미용 등… 갑자기 다루는 소재가 난잡해진다. 이 책은 인생을 즐기는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갑자기 이런 내용들로 나머지 책의 거의 절반 가량이 채워진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얇은 책 분량을 채우기 위한 안타까운 몸부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8명이 아니라 16명의 취미에 미친 아저씨들의 이야기, 그리고 좀 더 젊고 나은 인생을 위한 40~50대를 위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주제로 책을 따로 냈어야 하지 않을까. 비슷하긴 하지만 다른 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담아 내기엔 독자 입장에서 조금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집어들고 쉬지않고 한번에 다 읽어버리고 나서, 나의 40~50대를 상상해본다. 지금으로부터 딱 20여년 후. 난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결혼은 누구랑 했으며 자식은 몇 명이나 낳았을까? 그리고 난 그 때의 인생을 즐기고 있을까?

 

  사실 이 책에 나온 아저씨들은 다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사람들이라 일반 평범한 입장에서는 조금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기업 대표, CEO, 대학 교수급의 사람들이라 경제적으로도 남들이 비해서는 풍족하고, 시간적 여유도 많아 보인다. 물론 사회적/경제적으로 좋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인생을 진정 즐기지 못하고 비지니스 차원의 골프라던가 접대 술자리 등으로 늘 심신이 피로한 사람들도 많은데, 이 책에 나온 아저씨들은 즐겁게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IMF보다 더하다는 경제난에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일반적인 가정의 가장이라면, 집에서 가족들과 즐겁게 식사하며 여유를 가지는 소소한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살아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연히 나도 중년의 아저씨가 된다면 이 책의 아저씨들처럼 진정 멋지게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하고싶은 것들을 하면서 사는 것도 좋지만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없더라도, 남들보다는 다른 독특한 취미를 가지지 않더라도, 주말이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사회적으로 남들보다는 성공한 자리의 아저씨들보다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 평범한 아저씨들의 즐거운 인생을 소재로 삼았다면, 독자들로 하여금 훨씬 더 공감을 얻고, 수많은 아저씨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상근 여가생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