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 감독 : 윤제균 ) -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해운대

2009. 7. 31. 03:26

 

개봉 : 2009. 07. 22

장르 : 드라마

감독 : 윤제균

출연 :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김인권, 강예원, 이민기 등

상영 : 120분

제한 : 12세 관람가

공식사이트 : http://www.haeundae200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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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진주

관람일자 : 2009. 07. 28

 

  해운대에 쓰나미가 몰려온다.

 

  부산에서 생활한지 6개월쯤 되고나니, 마치 내가 부산사람이 다 된듯, 해운대가 매우 친숙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정신없이 바쁘다가 고비 하나 넘기고 여유가 좀 생겨서 또 영화관을 찾았다. 개봉한지 1주일만에 제대로 입소문을 타고 있던 해운대의 진상을 파헤쳐보자! 과연 한국형 재난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윤제균 감독의 전작들을 살펴보니 그 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있다. 해운대에서도 쓰나미를 통해 사랑 뿐만 아니라 모성애 등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고편만 봐서는 마치 설경구와 하지원만이 주연인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 안을 들여다 보면 하지원과 설경구, 엄정화와 박중훈, 강계원과 이민기, 그리고 이 영화 최고의 감초인 김인권과 그의 어머니, 그리고 이 외의 다른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들…

 

  초대형 메가 쓰나미를 통해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기존의 재난 영화들은 초대형 재난이 닥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재난을 이겨낸다는 스토리다. 하지만 해운대는 다르다. 재난을 막아내지 못한다.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눈물 겨운 모습들을 해운대에서 잘 담아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딸, 조카, 할머니 등등을 구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는 모습은 너무나도 눈물겹다. 모두 다 살았으면 좋겠지만 히어로는 없다. 살아 남는 사람은 몇몇 뿐, 대부분 쓰나미에 휩쓸려버리고 만다.

 

  이 재난 영화에서도 코믹 요소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하는 김인권의 극중 역할이 정말 제대로다. 나이는 먹고서 능력도 없이 백수로 지내고, 사고만 치고 다니지만 영화에서 바보같은 모습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지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영화 내내 웃음만 주다가 막바지에서는 조금 눈시울을 적시우지만.. 

  여러 영화에서 감초같은 조연급으로 자주 출연해서 얼굴만 봐도 아, 이사람! 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리 배우로서 인기를 끌지는 못 했던 배우 김인권인데, 이 영화 해운대로 발돋움하여 이제 빛을 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CG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완전히 리얼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쓰나미로 봐줄 수 있는 정도다. 그런데… 쓰나미가 몰려올 때 대피하는 그 수많은 엑스트라들은 어떻게 동원한걸까? 실제로 한명 한명이 다 엑스트라라면 엑스트라 알바비만해도 어마어마할 것 같다. 아니면 해수욕장 이용객들의 무료 참여가 있었으려나. 엑스트라들이 CG라면… 최강의 CG다. ( 그럴 일은 없겠지만 )

 

  영화를 보고 나오니 조금씩 내리던 빗줄기가 제법 굵어져있다. 이러다 더 굵어지고 내 앞에 쓰나미가 달려오지는 않을지 괜한 걱정이 들었다. 2시간 동안 어지간히도 영화에 몰입해있었던 탓이다. 붉어진 눈시울과 미소라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 하지만 부드럽게 조화로운 -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는 영화. 그것이 해운대다.

박상근 여가생활/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