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4일차. Marvell을 방문하다

2010. 3. 2. 05:02

2010. 01. 29 

 오늘은 학과 교수님께서 스탠포드 대학교에 계실 적에 인연을 맺은, Marvell에 계시는 최박사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약속시간이 점심때라, 오전에는 엊그제 미처 다 둘러보지 못했던 스탠포드 대학교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한번 와본 곳이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Visitor Parking 에 차를 세우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인터넷으로 스탠포드 대학교에 대해 알아보다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먼저 이 조각상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물어물어서 조각공원을 찾았다. 그런데 여러 조각상들 중 생각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억지로 찾는다면 헬게이트에 아주 작은 생각하는 사람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 정도… 분명히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다고 되어있었는데. 한참을 이 주위를 멤돌며 찾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또 물어보기로 했다. 역시나 방금 우리가 뒤지던 조각공원쪽을 가리킨다. 이상하다… 동명이물(同名異物)의 작품인 것일까? 또 다시 지나가던 학생을 붙잡고 물어봤다. 고맙게도 가방에 있던 맥북을 꺼내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더니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의 위치를 찾아준다. 맙소사. 조각공원에 있던 건물 안에 우리가 찾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와서 박물관 문을 열지 않은 것이었다. 11시가 되어야 Open이라고 적혀있다… 어휴. 11시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약속했던 점심시간에 맞춰 Marvell에 도착했다. 미국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주택을 비롯한 건물들이 화려하지 않고 참 소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Marvell은 달랐다. 입구로 들어오면서 부터 번쩍번쩍하는 건물들을 볼 수 있고, 로비로 들어서자 큰 수족관과 휘황찬란한 쇼파로 꾸며져있었다. 알고보니 Marvell를 설립한 사람이 화교란다. 로비 뿐만이 아니라 건물들 여기저기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들로 인테리어 된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로비에 최박사님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니 구글처럼 우리의 이름과 최박사님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준다. 이것을 가슴에 달고서 기다리니 로비에서 연락을 받은 최박사님이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셨다. 일단 먼저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구글은 완전 공짜였는데 아쉽게도 여기는 공짜는 아니다. 예전에 회사 사정이 아주 좋을 때는 공짜였다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식비는 지불해야 했다. 최박사님께서 우리 식비까지 한번에 계산해주셨다. 최대한 한국음식과 가까운 중국요리들을 골라 접시에 담았다. 어휴, 이제 서양식의 육류는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여러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사실 Marvell 회사도 미국의 반도체 전문 업체라고만 알고 있었지, 자세히는 알고 있지 못했기에 Marvell은 어떤 회사인지에서부터, 현재 IT업계 동향 및 한국과의 근무환경 비교 등등 궁금했던 것들을 맘껏 물어보았다. 최박사님께서도 굉장히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최박사님께서 사주신 커피를 들고서 회사 구경을 시작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려한 인테리어다. 번쩍번쩍 빛나는 건물 외관만 보아도 인테리어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CEO가 동양인이다보니 회사내의 분위기도 구글 등의 다른 기업보다는 더 동양적인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서양은 매우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근무환경인 반면에 Marvell은 어느 정도 격식을 중시하는 분위기랄까…, 건물 자체부터 굉장히 현대적이고 사무적이다보니 괜시레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두 시간여의 Marvell 탐방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주위를 둘러보니 YAHOO, ORACLE, AMD 등 유수의 기업들을 볼 수가 있었다. 사전에 컨택이 되지 않아 탐방은 불가능했지만 차에서 내려 재빠르게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런 사진 한장 한장들도 내게는 큰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에.

 

 오늘 최박사님께서 현재 미국 경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 쪽 지역에서도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주위의 스탠포드 대학교나 UC Berkeley 등의 명문대 졸업생이라고 해서 손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이 곳에서는 학벌이 취업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이유기이도 하겠다. 세계의 IT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이 곳으로 오게 되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그런 생각 따위는 애초에 버려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이 실리콘밸리야말로 가장 치열하고 살아남기 힘든 경쟁의 장인지도 모른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2일차. 스탠포드 대학교를 방문하다

2010. 2. 21. 04:43

  아침 6시에 기상하여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할 때, 영국식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고 나와있었는데, 과연 영국식 아침 식사는 어떨까 기대되었다. 괜히 막 옷도 신사답게 잘 차려입어야 하는지 걱정했는데 그냥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기에 식당엔 아무도 없었고 아침 식사 준비가 바삐 이루어 지고 있었다. 따로 식사를 주문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뷔페식으로 알아서 접시에 덜어 먹으면 되는 것 같았다. 메뉴는 베이컨과 소시지, 빵, 오믈렛 및 여러 음료수들이 있었다. 메뉴들 옆에는 따로 TIP을 담는 접시도 있었다. 여기에 TIP을 담는다고 해서 누가 고맙다고 말 해주는 것도 아닌데, 아… 잘 모르겠다. 이게 바로 문화의 차이인가보다.

 

 

  베이컨은 좀 딱딱하고 고기들이 짠 맛이 났다. 빵은 그냥 밀가루 부침개 맛인데 소스가 없으면 밋밋해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맛의 차이인가보다. 나름 먹을 만 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렌지 하나를 들고 나오는데, 문에 먹을 것을 들고 나가지 마라고 적혀있었다. 난 벌써 들고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서 갖다 놓을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들어왔다. 아 민망하다. 부끄럽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산호세의 명소인 Winchester Mistery House 를 보러 갔다. 이 곳은 연발총을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쌓은 윈체스터의 며느리인 사라 윈체스터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 (태어난 지 몇 주만에 죽은 자식, 남편, 시아버지)이 죽어버리자 윈체스터가 개발한 총으로 인해 죽었던 사람들의 유령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여 이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확장시켜 지은 집이다. 유령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벽에 문이 달려있고, 막혀버린 천장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등 매우 괴상하게 생겼다고 들었었다.

  9시부터 투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너무 일찍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9시가 다 되자 노부부 3쌍과 수녀 2명과 신부1명이 도착하여 우리와 같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이드는 아주 덩치가 좋으신 할머니께서 맡아주셨는데,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은 못해준다고 하셨다. 주위 사람들은 웃으시고 우리는 “It’ OK”를 외쳤다!!!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서 가이드 할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희안하고 말도 안되게 지어진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쌩뚱맞게 벽에 의미없는 문이 달려있고, 바닥에 창문이 있는 등 유령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갖가지 기괴한 것들이 많았다. 이 외에 실제 윈체스터가 사람들이 이용했던 침대와 부엌, 거실 등이 다 보존되고 있었다. 가이드 할머니의 말이 빨라서 많이 알아듣지는 못했다. 미리 사전 조사를 해 가지 않았다면 거의 뭐 이해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 올 뻔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는 법이다. 한 시간만에 투어 프로그램이 끝났고, 우리는 급히 사전에 컨택했었던 산호세 새소망교회로 향했다.

 

  12시에 새소망교회에서 Mr.임을 만나기로 했는데 딱 시간맞춰 도착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정말 반갑게 맞아주시고 따로 회의실에서 우리가 미리 준비한 내용에 대해 간단히 인터뷰도 가졌다.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하고 있는 교회이다보니 (교회 옆에 야후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IT업계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Mr.임께서 식당에 식사도 준비되었으니 같이 밥도 먹자고 하셨다. 그래서 따라 식당에 갔는데 먼저 식사하고 계시던 분들이 박수치며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이 분들이 누군지도 모른채 그저 뻘쭘하고 이렇게 맞아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데.. 맙소사. Mr.임께서 미리 우리들이 한국에서 IT업계 탐방을 위해 미국까지 왔다는 것을 다른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분들께 연락을 하셨었나보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했던 분들은 루슨트 테크놀러지에서 근무하시다가 최근에 이직하신 분, 야후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 등등…, 내가 오늘 오후 일정은 스탠포드 대학 탐방이라고 하자 스탠포드 대학원을 나왔다며 스탠포드를 가면 여기저기를 가보라고 조언도 해주시고 …. 교회 오는 길에 야후 본사를 보고 감탄하고 난리 부르스를 쳤었는데 지금 내 바로 옆에 야후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같이 떡국을 먹고 계신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식사를 마치고, 많은 분들이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잠시 시간을 내주셔서 회의실에서 모여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야후 뿐만 아니라 오라클 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벤처 CEO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과 최근 IT업계 동향과 모바일 산업의 동향, 한국에서와 미국에서의 IT업계 차이 및 동종 업계 선배님으로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조언들까지 한마디 한마디가 뼈와 살이 되는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다들 근무 중에 교회로 식사하러 오신 것이었기에 점심시간에 오래 계실 수가 없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정말 내 생에 다시 있을까 말까한 값진 경험이었다.

 

  이렇게 새소망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후 3시에 있을 스탠포드 대학교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스탠포드로 향했다. UC버클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곳에서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헤맸다. 한국은 그냥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주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서는 주차금지구역은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 교내 주차태그도 없어서 교내에 주차를 하지도 못하고 겨우 Visiter Parking을 찾아서 2.5$를 넣고 100분 주차시간을 충전 후 스탠포드 방문자 센터를 찾아 들어갔다.

 

 

  정확히 3시 15분이 되자 스탠포드 재학생 한분이 직접 나와서, 우리를 포함해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던 10여명을 데리고 같이 걸어다니며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었다. 뭐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가리키는 곳을 구경하면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가이드해주는 대학생이 이뻐서 설명은 못 알아들었어도 집중해서 들었다. 후버타워와 도서관,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스탠포드 대학의 가로수 길도 보고, 웅장한 교회 내부에도 들어갔다오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30여분간의 투어 프로그램을 마쳤다. 여기서 그냥 끝나는게 아쉬워서 가이드해준 스탠포드 대학생과 기념 촬영도 하고, 우리가 준비한 학교 기념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별로 좋은 것도 아닌데 고마워해 주길래 나도 덩달아 고마웠다.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마음도 이쁘네. ㅋㅋㅋ

  투어 프로그램이 끝났으므로 우리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구 사진을 찍어대다가 어느덧 오후 5시. 날이 저물어져간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숙소로 복귀하고, 이번 주 내에 시간 날 때 다시 돌아와서 못 가본 곳들을 더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주차했던 곳을 못 찾아서 헤매느라 시간을 또 지체하고, 숙소로 복귀할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웠다. 도중에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Mexican Grill 이라는 곳에 들렀다. 날이 어두워지니 대부분의 가게들이 이미 문을 다 닫았더라. 한국과는 엄청나게 다른 문화다. 여하튼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UC버클리 앞의 Subway 라는 음식점에서 우리가 주문에 실패하고 나왔던 곳과 똑같은 주문방식으로 음식을 주문해야했다. 내가 원하는 재료들을 직접 골라야 하고 한 단계에 한 개씩 재료를 선택하면 그것을 큰 밀가루 반죽 같은 것에 넣어서 말아주는… 초대형 만두라고나 할까. 이대로 또 주문에 실패하고 돌아서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뒤에 다른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그냥 무작정 부딪혀보기로 했다.

 

 

  “Excuse me, We dont’s know how to order the food” 라고 하자 처음이냐 묻더니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재료들을 봐도 뭐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이것저것 고르니까 어른주먹 2개만한 만두같은 것이 완성되어 나왔다. 음료수는 셀프로 무한 이용이 가능했다. 따로 TIP을 넣는 유리그릇이 있어서 여기에 1$를 넣고 왔다 .친절한 설명에 대가라고 생각하니 그리 아깝지 않았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고 음식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1인당 약 9$) 역시 미국은 음식점에서 무언가를 먹는건 좀 비싸다.


  오늘은 걸어다닐 일이 많아서인지 다들 많이 피곤했다. 씻고 나서 어제 마트에서 사온 냉동피자를 전자렌지에 돌려먹었다. 맛은 별로 없는데 피자 한판에 3$밖에 안했으므로 가격대비 성능은 최고다. 배부르다. 지금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정도. 이미 내 일행들은 뻗어 자고 있다. 나도 이 일기를 쓰던 도중에 2시간 쯤 뻗어버렸다가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한국에서 컨택했던 안박사님을 만나러 구글도 가야한다. 구글 본사 탐방이라니, 아 진짜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내일도 유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제 나도 잠을 청해야겠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