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 ( 감독 : 정기훈 ) - 눈물 뺀다고 다 좋은 영화는 아니다.

2009. 9. 27. 02:43

개봉 : 2009. 09. 09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감독 : 정기훈

출연 : 최강희, 김영애

상영 : 110분

제한 : 15세 관람가

공식사이트 : http://www.aeja200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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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진주

관람일자 : 2009. 09. 16

 






스포일러 있음!


  간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여자친구와 보고 싶었던 로맨틱 코미디들은 꼭 바쁠 때만 상영하다가, 좀 쉴만하면 막을 내려버리는 듯. 애자는 딱히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평들이 대부분 완전 슬프다느니 눈물이 줄줄 흐른다느니 등의 내용이길래 얼마나 잘 만들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그리 자극했나 싶어서 애자를 보게되었다.

 

  최강희의 극중 이름이 바로 애자다. 장애인 협의회에서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인 애자라는 제목을 보고도 아무 항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함이 들었다. 당연히 愛子애자겠지만 굳이 영화 제목과 주인공 이름을 이렇게 지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딱히 이 영화에 어울리는 제목은 아닌 것 같다.


  시작부터 교복입은 최강희의 등장이다. 나 중학교 시절때부터 드라마 ‘학교’를 통해 최강희의 교복차림을 봐왔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교복을 입는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이제 좀 어색한 감이 들기 시작한다. 얼마전 무릎팍도사에 나왔을 때도 이제는 교복을 못입겠다고 하던데,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보다.


    학창시절부터 담배를 피워대고 옥상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등 학생부 선생에게 미움 받을 짓만 골라하지만 월등한 글짓기 실력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 갑자기 10년 후…(?!)


  갑자기 10년 후다. 그리고는 아직도 철들지 못한 애자의 모습을 보여주려는지, 동네 불량배학생들을 폭행한 죄로 경찰서에 갇히는 애자, 그리고 완전 복장이 터지는 애자의 엄마다.



  나이가 들었어도 시집갈 생각은 안하고 계속 소설만 써대는 애자를 보면서, 돈도 못 버는 작가 따위 집어치우고 시집이나 가라고 닦달하는 동물 병원 의사 엄마와 천방지축 애자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기 일쑤다. 그러면서도 다투고 나서 나가버리는 애자에게 “김치 챙겨가, 이년아!”라고 외치는 엄마의 말은 사랑에 담겨있다.


  엄마와 한바탕 싸우고 나와 다시 생활하다가 어느 날 애자에게 걸려온 엄마의 전화, 수화기에서는 신음소리만 흘러나온다. 엄마의 몹쓸 병이 재발한 것이다.


  위암이다.


  결국 애자는 병원에서 어머니의 곁을 지키며 소설을 쓰게 되면서 본격적인 눈물빼기가 시작된다. 천방지축 애자의 머리카락을 쥐어잡으며 방에 끌고가 혼을 내던 억센 엄마도 병 앞에서는 힘없는 환자일 뿐이다. 엄마가 쓰러질 때마다 울고불고, 위급한 시기에 의사가 당부했던 주사기를 준비해가지 않아서 울고 불고… 그럴 때마다 관객들도 같이 울고…


  물론 영화 자체가 슬픈 내용인건 알겠는데, 환자가 쓰러졌을 때 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큰 일 난다던 그 주사기가 없었는데도 목 아래를 칼로 살짝 절개하는 수준으로 충분히 커버가 되고, 팔다리를 다 떼어내어주어서까지 살고싶다던 엄마가 갑자기 자살하려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말부분. 이럴 거면 위암 투병으로 엄청나게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죽고싶어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던가. 그리고 마지막 더 어처구니 없게도 자살하는 엄마를 보고 눈물만 줄줄 흘리며 막지 않는 딸, 애자의 모습이다. 물론 너무나 힘든 투병의 고통을 알기에 엄마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슬픔에 잠겨 엉엉 운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방금 전까지 죽지 말고 같이 살자고, 자기 시집가는거 꼭 보라고 눈물 줄줄 흘리던 딸이, 엄마의 “나 좀 보내도”하는 말 한마디에 자신의 엄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보고 넘긴다는 설정이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병에 관한 슬픈 영화를 볼 때마다, 병원24시나 인간극장 같은 다큐멘터리가 생각이 난다. 이런 살아있는 이야기들 앞에서는 최고의 시나리오도, 배우의 명연기도 없다. 영화이면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텐데, 이런 내용이라면 차라리 방송국 홈페이지 들어가서 지난 병원24 VOD를 유료결재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슬픈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은 가슴 뭉클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잘 모르겠다. 이 영화가 그렇게 호평 받을 만한 영화인지. 소재도 참신하지 않고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면 대부분 다 보여주는 수준의 슬픔과 관객 눈물빼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슬픈 영화의 목적이 단지 관객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아, 이제 엄마한테 잘해야지’ 하는 생각이 순간 들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집에가서 “엄마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박상근 여가생활/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