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7일차 (01/04/2011)

2011. 5. 2. 11:41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비… 맙소사. 무시하고 빅토리아 거리를 거닐기에는 너무 많이 온다. 우산을 쓴다고 해도 바지 밑단은 물론, 양말까지 젖을 기세다. 게다가 오늘은 시내의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좀 누빈 후에, 보트를 타고 3시간짜리 고래관광을 가 볼 생각이었는데 비 때문에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일단은 체크아웃하여 유스호스텔을 나와 어제 지나가다 보았던 Undersea 바다 생물 전시장에 가보았다. 배 안으로 입장하는 구조로 되어있길래 나는 배 안쪽 깊숙히 내려가서 수많은 희귀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13을 내고 입장해서 좁은 길을 따라가며 배의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생물들을 구경했다. 아직까진 뭐 딱히 신기할 건 없는 것 같고… 조금 더 가다보면 괴물 같은 희귀 바다생물들이 나를 반겨줄 것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어라. 뭐 3분도 못 가서 끝이 보인다. 제일 안쪽에는 한 50여명쯤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한쪽에는 유리창이 있어 바다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스탭이 곧 쇼가 시작됨을 알리고, 잠시 뒤 유리창 너머 바닷속에 잠수부 한 명이 나타나 관객들에게 손을 흔든다. 그래서 몇몇 고기나 문어 같은 것들을 보여주고… 한 10여분간 그렇게 혼자 놀더니만 쇼는 끝이 났다. 아, 이렇게 30분도 채 안되고 $13이 날아가는구나.

어느덧 점심때가 다되어 어제 갔던 Bay센터를 다시 찾아갔다. 어제 스시를 먹었으니까 오늘은 한국가게에 가서 우동을 주문했다. 주문 받는 여직원이 귀엽상하게 생겼다. ㅋㅋㅋ 혼혈한국인처럼 생겼는데 한국말은 잘 못할 것 같았다. 요리하시는 어느 분이 우동을 건내주면서 Are you Korean? 이라고 묻길래 Yes라고 대답했더니 "김치 좀 올려드릴까요?" 하신다. ㅋㅋㅋ 우동 위에 김치 듬뿍 얹어받았다. ㅋㅋㅋ 여행하면서 처음 먹는 김치. 이것도 색다른 맛이다. ㅠㅠ

밥을 먹고 나니 만사가 귀찮다. 밖에는 비가 오고… 지도를 보면 박물관따위의 것들이 서너개 더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기가 싫다. 이미 Undersea 바다생물 전시장에서 기분 다 배렸다. 다른 박물관 가봐야 돈만 날리고 또 금방 나오겠지. 나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듯한 펜틱턴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짜피 또 밴쿠버 터미널에서 버스를 한번 갈아야야 하기에… 점심시간인 지금 일단 밴쿠버로 바로 가보기로 했다. 거기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펜틱턴으로 가는 버스를 탈 셈이다.

빅토리아에서 밴쿠버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없어서 다른 버스회사인 PLC 버스를 타야했다. 거금 $42를 내고서 버스 탑승… 인근 항구로 가서 버스 통째로 페리호에 들어갔다. 객실로 올라와서 전원어댑터가 있는 자리를 찾아 페리호에서 제공하는 무료 Wi-Fi 신호를 잡아서 페이스북이나 하고 있는데 앞에 어느 신사 흑형이 와서 인터넷 되냐고 물으셨다. 내가 되긴 되는데 좀 느리다니까 유튜브같은거 할 거 아니고 그냥 이메일이나 체크할 거라서 상관없단다. ㅋㅋㅋ 서로 한번 웃어주고 다시 자기 할 일. 이렇게 지루하게 페리호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버스 탑승 후 밴쿠버까지 2시간여를 더 가서 저녁때가 다되어 겨우 도착. 도착하자마자 일본인 친구 '나오'를 불렀다. 같이 한국인 식당에 가서 순대, 떡볶이, 비빔밥을 주문했다. 내가 떡볶이는 매워서 넌 못먹을거라고 경고 했는데 자기는 많이 먹어봐서 괜찮다고 우기길래 시켜줬더니만 나중에 결국 맵다고 물을 연신 들이킨다. ㅋㅋㅋ 나는 고추장 맛도 안나는데…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펜틱턴으로 가는 버스는 밤12시에 있는데 아직 오후 8시도 채 되지 않았다. 그 때 까지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데… 책은 참 지루한 철학적 내용인데다가 외롭고… 심심하고… 집이 그립고…

어떻게 4시간여를 기다렸는지도 모른채 금방 12시가 되어 버스를 타러 들어가는데, 중간에 탑승자들의 짐검사를 한다. 그냥 버스를 타는데 왜 짐검사를 하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앞 사람에게 검사관이 술을 갖고 있는지 묻는 것을 들었다. 아뿔사, 내 가방에 맥주 5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이를 어쩌나… 분명 밴쿠버에서는 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이지, 버스탈 때 술을 소유하면 안된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지금이라도 당장 쓰레기통에 다 버려버릴까, 도망칠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휴, 결국 내 차례. 내 가방을 열면서 술 갖고 있냐고 묻자마자 "Yes, does it matter?" 하면서 맥주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냥 버스 안에서는 절대 먹으면 안된다는걸 명심하라는 말만 하고는 그냥 통과… 방금 몇분동안 완전 긴장해서 벌벌떨었는데 그냥 이렇게 통과다. 이럴꺼면 대체 술이 있는지는 왜 묻고, 짐검사는 왜 하는건지…어휴. 어쨌든 무사히 펜틱턴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일 새벽 6시가 다되어 도착할 예정. 오늘은 이렇게 숙박비를 벌었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6일차 (31/03/2011)

2011. 4. 30. 05:37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룸메이트 할아버지는 이미 짐까지 다 챙겨서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장기 투숙객으로 보였는데 그냥 여행객이었단 말인가… 바로 이 곳에서 20여년을 산 여행객이라니, 뭔가 이상하다. 어제와 똑 같은 메뉴로 냉동스파게티와 내가 볶은 베이컨을 섞어 먹었다. 어제처럼 밑도 끝도 없이 베이컨을 볶지는 않았다. 그냥 맛만 보고 익었다 싶었을 때쯤에 건져서 냉동 스파게티와 함께 전자레인지에 돌려버렸다. 이것도 한 두 세 번만 더 먹으면 질릴 테지만, 아직까지는 나름 맛있다.

 

  빅토리아에 있는 HI 가맹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했더니 빈 방이 많이 있단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자리가 없다고 나오길래 확인할려고 전화했다니까 뭔가 이상하다고 자기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단다. 여하튼 빈 방은 있다니 걱정말라고 하니 안심이다. 오후 12시 45분에 빅토리아로 떠나는 차가 있다. 마을 한번 천천히 산책하고 터미널에 가도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어제 장보러 가던 길에 봐두었던 카지노에 우선 들렀다. 카지노는 작년 초에 라스베가스에서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런 작고 조용한 동네에 카지노가 있다니… 막상 들어가보니 나이 조금 있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덩치 좀 있으신 형님께서 내게 짐을 열어서 확인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난 총 같은 것은 없으니까 당당하게 가방을 열어 보였다. 어제 다 못 먹은 맥주 다섯 캔이 내 가방에 고스란이 있는 것을 보더니 그냥 웃으면서 통과. 짐을 카운터에 번호 태그를 받고 짐을 맡겼다. 라스베가스에서 내가 $10로 $20를 벌었던 왕관과 보물상자 그림이 나오는 게임기를 찾아보았다. 똑 같은 게임기 발견! 정확하게 어떻게 점수 계산이 이루어 지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대충 하는 법은 전에 $10쯤 투자해가면서 알아놨었는데 다시 이 게임기를 보니 반갑다. 그냥 영화에서 보는 777 맞추는 뭐 그런 류의 게임이다. 그냥 앞에 있는 몇 개의 버튼만 한번씩 누르다 보면 순식간에 내 돈이 훌러덩 날아가는 게임 ㅋㅋㅋ. 일단 $5는 넣고 버튼 몇 번 누르다 보니 재수가 좋게도 $8가 되 버렸다. 지금 여기서 돈을 빼면 나는 $3는 딴 채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난 여기 돈 따러 온 것이 아니라 $10 정도 쓰면서 시간때우고 놀려고 들어 온건데 달랑 $3 땄다고 여기서 끝내고 나가기가 아쉽다. 5분도 채 안 되었는데… 그냥 뭐 조금 더 즐길 셈으로 버튼을 누르며 '제발 한번 걸려라 걸려라~' 맘 속으로 외치길 몇 분… 내 돈은 깨끗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다른 게임기를 찾아보았다. 원숭이랑 바나나 그림이 나오는 게임기도 있었는데 좀 재밌었던 걸로 기억한다. 역시나 다른 반대편 게임기들에서 원숭이 게임을 찾았다.$ 5를 넣고 버튼을 한번 딱 눌렀는데… 버튼 한방에 5달러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맙소사… 이 게임은 기본 게임단위가 $1 인 것을 보지 못했다. 아까는 기본 베팅 5센트 짜리였는데… 와, 1초만에 6천원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냥 최대한 오래 즐기는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이미 $10이 날아갔다. 벌써 내가 목표로 한 $10 으로 시간 때우기는… 끝났다. 아쉬운 마음에 $10을 더 꺼내들고… 베팅 단위 5센트 인 게임기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한 20분은 버틴 듯. 어짜피 돈을 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오래 버티는 것 자체가 목표다. 이따금씩 돈을 잃어가다가 한번쯤은 돈을 따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돈을 조금 따는 희열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게임기에 인공지능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듯한 느낌. 사람을 막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카지노에서 나와서 해변가를 걸으며 터미널로 향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혼자 쓸쓸히 ㅋㅋㅋ 외롭게 터벅터벅 걷다 보니 벌써 어깨가 아파온다. 맥주 5캔의 무게… 무시할 수 없다. 5년 전, 군대에서 행군할 때 전투화가 너무 무겁다며 군장에 있던 예비전투화를 절벽으로 버려버린 어느 병장이 생각났다. 돈 주고 산 맥주인데 차마 나는 그런 짓은 못하겠고… 그냥 터미널에 빨리 가서 앉아 쉬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참을 가도 터미널이 나오지 않는다. 지도를 펼쳐서 현재 내 위치의 거리 이름을 찾아보니… 그런거 없다. 아마도 이미 나나이모 다운타운을 지나 외곽쪽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어휴, 시내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더 더 작다. 다시 길을 되돌아가다보니 눈에 익은 거리가 나온다. 어제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봤던 커피점이 보인다. 드디어 터미널 도착.

 

  버스를 타고 4시간여를 달려 빅토리아에 도착했다.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롬비아주의 주도인 빅토리아. 주도에 걸맞지 않게 터미널이 그리 크진 않았다. 그냥 뭐 시골 터미널 같은 느낌. 일단 지도를 펴서 호스텔의 위치를 파악했다. 호스텔 닷컴에서 찾아본 결과 빅토리아에는 2개의 호스텔이 있는데 HI유스호스텔과 그냥 다른 유스호스텔이 있다. HI호스텔은 평점이 엉망이고 다른 호스텔은 평점이 보통이었다. 당연히 그냥 호스텔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아침에 문의한 호스텔은 HI호스텔이지만 평점이 워낙에 안좋고 평들도 다들 나쁘다는 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 호스텔 다 인터넷 상에서 확인했을 때는 오늘 자리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호스텔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당연히 방이 있단다… 이제 인터넷에 있는 빈 방 정보 따위는 믿지 말아야겠다. 괜히 전화하기 좀 뻘쭘해서 인터넷 정보만 믿고 있었는데 이제 무조건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지금껏 다녀본 호스텔과는 달리 이 곳은 엄~청나게 활발했다. 카운터에는 두 명의 스탭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몇 명의 직원들은 배게피나 담요 등을 쉴 새 없이 나르고… 여행객들은 계속 드나들고 있다. 일단 제일 싼 방을 달라고 해서 무려 4층에 있는 방을 배정받았다. 들어가니 어떤 덩치 큰 사람이 침대에 앉아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길래 Hi 하고 있사를 했다. 반갑게 Hi 하며 인사를 받아주는데 덩치에 걸맞지 않게 목소리가 여자처럼 하이톤이다. 내 침대에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지도를 보며 오늘 오후에 다녀갈 곳을 체크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헐… 뭐지?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한 침대에 가서 눕는다. 남녀 혼숙 방이었다. 젤 싼 방 달랬더니 이 방을 주다니… 그럼 아까 덩치 큰 친구는…? 그 친구도 여자였다. 나는 그냥 살이 하도 많이 쪄서 가슴이 나온 줄 알았는데 살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 불편함… 난 호스텔에서 남녀 혼숙 방을 쓰게 되면 참 시트콤 같은 일이 생길 줄 알았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불편하다. 심하게 어질러져 있고 냄새도 좀 나고…. 덩치 큰 그 친구 이름은 캐시, 어디서 왔는지 무르니 캐내디언이란다. 뭐지… 여행객이냐고 물으니 그냥 살고 있단다.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여기서 일을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 바로 여기서 일하면서 살 고 있는가보다. 다른 여자애는 독일에서 온 로라. 내가 무선 인터넷 비밀번호를 묻자 친절하게 대답해주는데, 발음만 듣고도 바로 독일에서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왜냐면 내가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우리 반에 독일 친구들이 몇몇 있었거든… 7개월 전이라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름도 참 발음하기 힘들게 독일스러웠는데.

 

  여하튼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밖으로 나갔다. 차이나 타운에 들렀는데 뭐 딱히 볼 것도 없다. 이제 가는 도시마다 차이나타운을 들렀더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 뭐 최근에는 하도 중국인 친구들과 놀기도 했거니와… 중간에 $1샵에 가서 $1짜리 비스켓을 사서 먹으며 돌아다녔다. 이렇게 점심 한끼를 해결. 카지노에서 날린 돈을 이런 식으로 만회하고 있다. 다음으로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주의사당! 참 호화스럽게도 지어놨다. 안에는 못들어가고 그냥 밖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데 나 말고도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성수기에는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넘쳐날 듯. 코리안 전쟁을 기리는 석상도 있었다. 보윈 아일랜드에 갔을 때도 이런 코리안 전쟁 기념비가 있었는데 이 먼 곳 캐나다에서도 코리안 전쟁에 참전하여 순국한 사람이 있었다는 점에 숙연해졌다.

 

  빅토리아의 명소중에 하나라는 엠프레스 호텔 앞에서 호텔 사진도 찍고… 언젠가는 나도 여기서 자고 만다라는 생각을 하며 저물어 가는 해에 맞춰 알람을 울려주시는 배를 달래러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았다. 시내 중간쯤에 Bay센터라는 쇼핑몰이 있길래 안에 들어가보니 꼭대기층에 푸드코너가 있다. "고려"라는 한국가게와 스시를 파는 일본 가게가 있었는데 저녁때라 그런지 스시를 50% 가격에 팔고 있었다. 주저없이 스시를 선택. 단돈 4달러에 도시락 셋트를 살 수 있었다. 물론, 한입 먹자마자 왜 50% 할인해서 급히 다 처분하려 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상관없다. 밥이 조금 더 눅눅할 뿐!

 

  저녁을 먹고 나니 날이 완전히 저물어 어두워졌다. 이제 시내 야경을 찍는답시고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다. 오늘까지는 그냥 풍경사진이나 찍고 놀고 내일은 여러 박물관들이나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리도 아프고 해서 호스텔로 돌아왔더니 캐시는 아직도 게임을 하고 앉아있다. 왜 살이 찌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운동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씻고 와서 빅토리아의 명 관광코스인 고래관광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어느 청년이 들어온다. 이름은 숀. 이 방의 유일한 남자 룸메이트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기는 한국인 친구 여럿 있다고 자랑한다. 잠시 인사 몇 마디 나누고는 다시 나가버림. 10시쯤 되니까 캐시, 로라 둘 다 자버린다. 난 아직 인터넷으로 할 게 많은데… 다들 자니까 나 혼자 컴퓨터한다고 불켜고 있기도 그렇고… 결국 방에 불을 끄고 컴퓨터 조명은 최소로 해서 오늘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내일은 10만원 내고 3시간동안 보트타고 고래구경 갈 수 있는 고래관광 코스를 가고 다른 박물관 몇 군데를 들린 후, 루이즈 호수로 갈지 펜틱턴으로 갈지 정해야겠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많이 걸은 듯 해서 피곤하다. 이제 내 여행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구나…

박상근 여가생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