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5일차. 인텔 박물관과 기술혁신 박물관

2010. 3. 7. 06:55

2010. 01. 30

 오늘은 사전에 약속된 스케쥴은 없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Intel Museum과 Tech Museum을 방문할 예정이다. 간만에 늦게까지 푹 자고서 Intel Museum으로 향했다. Inter Museum은 Intel 본사와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가보니 단순히 전시된 것들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이 직접 인텔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제일 처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이 바로 기계어 코딩 기계다. 몇 십년 전에 실제로 이렇게 생긴 기계로 코딩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0과 1로 이루어지는 기계어 코딩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는 이 기계로 GNU GPP FIGHTING 이라는 문구를 출력해보기도 하였다.

 

 

 박물관의 중심부에서는 중국학생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박물관의 가이드로부터 무슨 교육을 받고 있었다. 퍼즐 같은 것들을 이용한 문제 해결 학습 프로그램 같았는데 딱히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서 참여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영상인식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영상인식 후 전자명함을 만들어주는 기계 등 많은 체험형 전시물들을 비롯하여 Intel의 기술 발전 역사 전시 등 IT전공자로서는 매우 흥미있게 볼만한 것들이 많이 준비되어있었다.

 

 박물관을 한바퀴 돌고 나서는 박물관 한쪽에 따로 마련된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단순한 펜일 뿐인데도 Intel이라는 마크 덕에 비싼 펜이 되어있었다. 인텔의 최신 기술이 들어간 특수 펜은 아닐텐데. 한국에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줄 간단한 선물용 기념품만 구매하고 Intel Museum 방문을 마쳤다.

 

 

 오늘의 다음 방문 코스인 The Tech museum of Innovation 으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간략하게 알아보고서 최신 첨단 기술을 전시해놓은 곳 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이들을 위한 기술 체험 교육 센터였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자녀의 손을 잡고 The Tech museum of Innovation을 방문한 어른들이 많았다. 우리는 일일입장권을 사서 입장했는데,1년 입장권도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방문하며 함께 여러가지 기술들을 체험하며 교육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계획한 보름의 일정 중 5일간의 실리콘밸리 탐방이 끝났다.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타보고, 타지에서 렌트, 호텔 예약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했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치 외국인이 아주 많은 한국의 어느 동네에 온 것 처럼. 5일간 실리콘 밸리의 기업 및 박물관 등을 탐방하면서 느낀 것도 많았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선진국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좋은 문화들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 미국으로 오게 될 때는 학교에서 절반가량의 탐방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5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따위는 버린지 오래였다. 

 이번 탐방은 나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나를 좀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우리 탐방 멤버 –태진, 성민, 하영-에게 정말 고맙고, 탐방지원금을 마련해준 국립 경상대학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4일차. Marvell을 방문하다

2010. 3. 2. 05:02

2010. 01. 29 

 오늘은 학과 교수님께서 스탠포드 대학교에 계실 적에 인연을 맺은, Marvell에 계시는 최박사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약속시간이 점심때라, 오전에는 엊그제 미처 다 둘러보지 못했던 스탠포드 대학교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한번 와본 곳이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Visitor Parking 에 차를 세우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인터넷으로 스탠포드 대학교에 대해 알아보다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먼저 이 조각상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물어물어서 조각공원을 찾았다. 그런데 여러 조각상들 중 생각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억지로 찾는다면 헬게이트에 아주 작은 생각하는 사람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 정도… 분명히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다고 되어있었는데. 한참을 이 주위를 멤돌며 찾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또 물어보기로 했다. 역시나 방금 우리가 뒤지던 조각공원쪽을 가리킨다. 이상하다… 동명이물(同名異物)의 작품인 것일까? 또 다시 지나가던 학생을 붙잡고 물어봤다. 고맙게도 가방에 있던 맥북을 꺼내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더니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의 위치를 찾아준다. 맙소사. 조각공원에 있던 건물 안에 우리가 찾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와서 박물관 문을 열지 않은 것이었다. 11시가 되어야 Open이라고 적혀있다… 어휴. 11시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약속했던 점심시간에 맞춰 Marvell에 도착했다. 미국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주택을 비롯한 건물들이 화려하지 않고 참 소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Marvell은 달랐다. 입구로 들어오면서 부터 번쩍번쩍하는 건물들을 볼 수 있고, 로비로 들어서자 큰 수족관과 휘황찬란한 쇼파로 꾸며져있었다. 알고보니 Marvell를 설립한 사람이 화교란다. 로비 뿐만이 아니라 건물들 여기저기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들로 인테리어 된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로비에 최박사님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니 구글처럼 우리의 이름과 최박사님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준다. 이것을 가슴에 달고서 기다리니 로비에서 연락을 받은 최박사님이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셨다. 일단 먼저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구글은 완전 공짜였는데 아쉽게도 여기는 공짜는 아니다. 예전에 회사 사정이 아주 좋을 때는 공짜였다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식비는 지불해야 했다. 최박사님께서 우리 식비까지 한번에 계산해주셨다. 최대한 한국음식과 가까운 중국요리들을 골라 접시에 담았다. 어휴, 이제 서양식의 육류는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여러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사실 Marvell 회사도 미국의 반도체 전문 업체라고만 알고 있었지, 자세히는 알고 있지 못했기에 Marvell은 어떤 회사인지에서부터, 현재 IT업계 동향 및 한국과의 근무환경 비교 등등 궁금했던 것들을 맘껏 물어보았다. 최박사님께서도 굉장히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최박사님께서 사주신 커피를 들고서 회사 구경을 시작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려한 인테리어다. 번쩍번쩍 빛나는 건물 외관만 보아도 인테리어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CEO가 동양인이다보니 회사내의 분위기도 구글 등의 다른 기업보다는 더 동양적인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서양은 매우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근무환경인 반면에 Marvell은 어느 정도 격식을 중시하는 분위기랄까…, 건물 자체부터 굉장히 현대적이고 사무적이다보니 괜시레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두 시간여의 Marvell 탐방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주위를 둘러보니 YAHOO, ORACLE, AMD 등 유수의 기업들을 볼 수가 있었다. 사전에 컨택이 되지 않아 탐방은 불가능했지만 차에서 내려 재빠르게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런 사진 한장 한장들도 내게는 큰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에.

 

 오늘 최박사님께서 현재 미국 경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 쪽 지역에서도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주위의 스탠포드 대학교나 UC Berkeley 등의 명문대 졸업생이라고 해서 손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이 곳에서는 학벌이 취업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이유기이도 하겠다. 세계의 IT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이 곳으로 오게 되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그런 생각 따위는 애초에 버려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이 실리콘밸리야말로 가장 치열하고 살아남기 힘든 경쟁의 장인지도 모른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3일차. Google 본사를 방문하다

2010. 2. 24. 01:49

 2010. 1. 28.

 어느덧 미국에 온지 3일차. 지금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조금은 헷갈릴 만큼, 이 곳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로, 매우 짠 베이컨과 빵, 우유 등. 쌀밥 없는 식사로 배를 채우고 나왔다. 오늘은 고대하던 Google을 방문하는 날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드라이브를 하는데 며칠 지났다고 기름을 넣을 때가 왔다. 미국은 기름이 싸다던데 얼마나 쌀지 궁금해진다. 주유소를 몇 군데 지나치다가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라, 사람이 없다. 무인 주유기만 달랑. 그러고보니 방금 우리가 지나쳤던 몇 군데의 주유소들도 무인 주유소였던 것 같다.

 

 

 일단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주유기에 카드 긁는 부분과 숫자버튼을 비롯하여 여러 버튼들이 있다. 셀프로 결재 후 주유하는 시스템인가보다. 우리의 VISA카드로 결재 후 주유하려는데 자꾸 에러가 났다. 몇 번 시도 끝에 결국 주유소의 매점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하니 매점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우리 카드를 긁더니 바로 지금 주유하라고 하셨다. 20$ 만큼 결재하고 기름을 넣는데 기름이 가득 찬다. 몇 갤런이더라…. 대충 계산했을 때 기름값이 한국의 절반보다 약간 더 비싼 수준이었다. 미국 오기 전에 예산 계획 잡을 때 기름 값을 많이 잡았었는데 다행히 우리 예상보다는 기름값이 훨씬 적게 들 것 같다.

 

 

 점심 때가 다되어 미리 컨택했던 안박사님과의 만남을 위해 Google의 43번 로비로 찾아갔다. 미리 Google MAP에서 43번 로비의 위치를 확인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규모가 크다보니 물어물어서 겨우 찾아갔다. 로비로 들어가서 Mr.Ahn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우리 각자의 이름과 우리가 찾으러 온 안박사님의 성함이 프린트된 스티커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안박사님께서는 로비에서 우리가 찾아왔다는 연락을 듣고 로비로 나오셨다. 이 분이 바로 우리의 Google 본사 방문을 가능하게 도와주신 분!! 사실 안면도 없었는데, 예전에 이 분의 도움으로 Google 본사를 방문했던 지인에게서 연락처를 받아서 무작정 보낸 메일 하나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완전 감동감동 ㅠ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로비에서 받은 스티커를 각자 가슴에 부착한 뒤, Google의 수많은 식당 중, 최초로 생긴 식당으로 이동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를 만큼 엄청난 메뉴들의 요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양식, 한식 수준이 아니라 각국의 나라별로 요리가 거의 다 준비되어 있는 듯.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서 접시에 담았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것저것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서 식사를 즐겼다. 아, 내가 Google 본사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니!!! 아쉽게도 야외가 아닌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식당에서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Google의 본관 건물부터 시작해서 주요 건물 등에 대해서 Mr.Ahn이 직접 우리를 안내해주셨다. 처음에 구글 본관을 거쳐 Google 설립 당시의 최초 서버를 구경했다. 어느 두 대학원생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구축했던 서버. 마치 엊그제의 HP Garage를 볼 때의 느낌과 마찬가지로, 어려움 속에서의 도전 정신에 대단한 존경심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구글 건물 내로 들어가서 말로만 듣던 실제 Google 직원들이 근무하는 큐브라고 불리는 공간(4인 1실의 사무실)도 구경하며 건물을 지나가는데 일정 거리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과일과 음료수, 커피등이 준비된 공간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무료. 물론 방문객들인 우리들도 무료였다. 그냥 먹고 싶으면 아무나 집어들어 먹어도 상관이 없었다.


 야외로 나와보니 마치 여러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기도 하고, 원반을 던지며 놀기도 하고… 노트북을 들고 나와 잔디에 누워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심지어는 1인용 크기의 수영장까지 있었다. 대체 여기가 테마파크인지 기업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마지막으로 Google Shop에 들러 여러 가지 Google 관련 기념품들을 구경하였다. 온라인으로도 Google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들도 많고, 특히나 이 곳은 Google 직원의 초대가 있지 않은 이상 들어올 수 없는 곳이기에 우리들은 안박사님을 기다리도록 하는 실례를 범하며 눈이 뒤집힌 채로 30여분간 쇼핑에 미쳐 Google T셔츠, Google 마우스패드 등의 여러 기념품을 구입하였다.


 이렇게 구글의 핵심 건물들(?)을 둘러보고 테라스에 둘러 앉아 간단한 인터뷰를 나누었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의 근무 환경은 어떠한지, 인근의 스탠포드대학교 같은 명문대와의 산학연이 이루어져 있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 그리고 제일 중요한 IT업계 선배로서 아직 학부생인 우리들에게 조언 한마디도 부탁드리며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바쁘신 와중에도 무려 두 시간이 넘도록 시간을 내주셔서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게 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 안박사님과 이별할 시간이 왔다. 이제 우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어도 직원 동행이 없으므로 Google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김 셋트 등의 작은 선물을 전해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헤어졌다. (미국에선 김 같은 한국 음식을 못 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조금 비싼 돈 주고서 선물 셋트로 사왔는데, 알고 보니 한인 만트에 가면 한국의 모든 것들이 다 팔고 있었다)

 

 

 우리가 렌트카를 주차해놓았던 곳으로 가던 중에 차 위에 이상한 기구같은 것들이 장착된 차를 발견했다. 바로 이 차가 Google MAP Street View 촬영 차량!!!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들이 이런 장비들로 구현되고 있었다니. Google에 들어올 때부터 모든게 감탄의 연속이다. 렌트카를 타고 나가다가 출구 바로 앞에서 뭔가가 아쉬워 차를 세우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다가 경비한테 걸려서 바로 나왔다. 험악하게 뭐라 한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대해주기는 했는데 뭔가 경비의 포스가 남달라서 우리가 압도당했다. 그래도 기념 샷들을 몇 장 더 남긴 것에 만족이다.

 

 내가 감히 Google에 입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 중 안박사님께 Google의 입사 과정에 대해 여쭤보았었다. 취업 과정은 어떠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다.

 안박사님께서 Google에 입사할 때가 생각나시는지 빙긋 웃으시며 말하시길 혈연/지연/학연은 물론이고 학벌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처럼 공채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짧은 면접만으로 우르르 뽑는 것이 아니라 수시 채용으로 한명을 뽑기 위해서 몇번의 전화 면접을 거친 후 직접 본사로 와서 하루종일 여러명의 면접관과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하셨다. 어느 면접관이 어느 내용으로 자신과 면접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테크니컬 스킬은 물론이고 마치 아이큐 테스트같은 면접을 하기도 했다고 하셨다. Google만의 독특한 방식이 아니라 이 쪽에서는 일반적인 채용 방식이었다. 오로지 실력, 그리고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를 선발하기 위한 수많은 면접들…. 오로지 스펙이라 불리는 숫자놀음에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몇번의 짧은 면접으로 입사하게되는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채용방식이다.

 또 한가지 나의 질문. 정말 학벌을 보지 않는다면 대학원을 졸업하였다고 해서 입사시 유리한 점이 없는지에 대해 여쭤보았다. 대답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 한가지 경력으로서 참고사항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대학원 진학은 자신의 학구열에 의한 것일 뿐. 사실 나도 그 스펙이라는 대세에 따라 대학원도 조금은 고려하고 있었기에 뜨끔하였다.


 휴… 이제 곧 4학년이 될텐데, 내가 Google에 지원이나마 한번 해볼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Google 방문도 이렇게 현실로 이루어졌는데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어라는 큰 장벽. 이 장벽을 넘어서면 Google 뿐만이 아니라 더 수많은 기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PS. 죄송하지만 구글 본사 방문 건에 대한 문의는 받지 않겠습니다. 저도 지인을 통해 구글 직원분을 알게 되서 방문하게 되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하셔서 박사님께 누를 끼치게 될 것같네요.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2일차. 스탠포드 대학교를 방문하다

2010. 2. 21. 04:43

  아침 6시에 기상하여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할 때, 영국식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고 나와있었는데, 과연 영국식 아침 식사는 어떨까 기대되었다. 괜히 막 옷도 신사답게 잘 차려입어야 하는지 걱정했는데 그냥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기에 식당엔 아무도 없었고 아침 식사 준비가 바삐 이루어 지고 있었다. 따로 식사를 주문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뷔페식으로 알아서 접시에 덜어 먹으면 되는 것 같았다. 메뉴는 베이컨과 소시지, 빵, 오믈렛 및 여러 음료수들이 있었다. 메뉴들 옆에는 따로 TIP을 담는 접시도 있었다. 여기에 TIP을 담는다고 해서 누가 고맙다고 말 해주는 것도 아닌데, 아… 잘 모르겠다. 이게 바로 문화의 차이인가보다.

 

 

  베이컨은 좀 딱딱하고 고기들이 짠 맛이 났다. 빵은 그냥 밀가루 부침개 맛인데 소스가 없으면 밋밋해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맛의 차이인가보다. 나름 먹을 만 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렌지 하나를 들고 나오는데, 문에 먹을 것을 들고 나가지 마라고 적혀있었다. 난 벌써 들고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서 갖다 놓을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들어왔다. 아 민망하다. 부끄럽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산호세의 명소인 Winchester Mistery House 를 보러 갔다. 이 곳은 연발총을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쌓은 윈체스터의 며느리인 사라 윈체스터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 (태어난 지 몇 주만에 죽은 자식, 남편, 시아버지)이 죽어버리자 윈체스터가 개발한 총으로 인해 죽었던 사람들의 유령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여 이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확장시켜 지은 집이다. 유령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벽에 문이 달려있고, 막혀버린 천장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등 매우 괴상하게 생겼다고 들었었다.

  9시부터 투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너무 일찍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9시가 다 되자 노부부 3쌍과 수녀 2명과 신부1명이 도착하여 우리와 같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이드는 아주 덩치가 좋으신 할머니께서 맡아주셨는데,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은 못해준다고 하셨다. 주위 사람들은 웃으시고 우리는 “It’ OK”를 외쳤다!!!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서 가이드 할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희안하고 말도 안되게 지어진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쌩뚱맞게 벽에 의미없는 문이 달려있고, 바닥에 창문이 있는 등 유령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갖가지 기괴한 것들이 많았다. 이 외에 실제 윈체스터가 사람들이 이용했던 침대와 부엌, 거실 등이 다 보존되고 있었다. 가이드 할머니의 말이 빨라서 많이 알아듣지는 못했다. 미리 사전 조사를 해 가지 않았다면 거의 뭐 이해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 올 뻔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는 법이다. 한 시간만에 투어 프로그램이 끝났고, 우리는 급히 사전에 컨택했었던 산호세 새소망교회로 향했다.

 

  12시에 새소망교회에서 Mr.임을 만나기로 했는데 딱 시간맞춰 도착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정말 반갑게 맞아주시고 따로 회의실에서 우리가 미리 준비한 내용에 대해 간단히 인터뷰도 가졌다.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하고 있는 교회이다보니 (교회 옆에 야후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IT업계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Mr.임께서 식당에 식사도 준비되었으니 같이 밥도 먹자고 하셨다. 그래서 따라 식당에 갔는데 먼저 식사하고 계시던 분들이 박수치며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이 분들이 누군지도 모른채 그저 뻘쭘하고 이렇게 맞아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데.. 맙소사. Mr.임께서 미리 우리들이 한국에서 IT업계 탐방을 위해 미국까지 왔다는 것을 다른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분들께 연락을 하셨었나보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했던 분들은 루슨트 테크놀러지에서 근무하시다가 최근에 이직하신 분, 야후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 등등…, 내가 오늘 오후 일정은 스탠포드 대학 탐방이라고 하자 스탠포드 대학원을 나왔다며 스탠포드를 가면 여기저기를 가보라고 조언도 해주시고 …. 교회 오는 길에 야후 본사를 보고 감탄하고 난리 부르스를 쳤었는데 지금 내 바로 옆에 야후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같이 떡국을 먹고 계신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식사를 마치고, 많은 분들이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잠시 시간을 내주셔서 회의실에서 모여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야후 뿐만 아니라 오라클 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벤처 CEO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과 최근 IT업계 동향과 모바일 산업의 동향, 한국에서와 미국에서의 IT업계 차이 및 동종 업계 선배님으로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조언들까지 한마디 한마디가 뼈와 살이 되는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다들 근무 중에 교회로 식사하러 오신 것이었기에 점심시간에 오래 계실 수가 없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정말 내 생에 다시 있을까 말까한 값진 경험이었다.

 

  이렇게 새소망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후 3시에 있을 스탠포드 대학교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스탠포드로 향했다. UC버클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곳에서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헤맸다. 한국은 그냥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주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서는 주차금지구역은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 교내 주차태그도 없어서 교내에 주차를 하지도 못하고 겨우 Visiter Parking을 찾아서 2.5$를 넣고 100분 주차시간을 충전 후 스탠포드 방문자 센터를 찾아 들어갔다.

 

 

  정확히 3시 15분이 되자 스탠포드 재학생 한분이 직접 나와서, 우리를 포함해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던 10여명을 데리고 같이 걸어다니며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었다. 뭐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가리키는 곳을 구경하면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가이드해주는 대학생이 이뻐서 설명은 못 알아들었어도 집중해서 들었다. 후버타워와 도서관,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스탠포드 대학의 가로수 길도 보고, 웅장한 교회 내부에도 들어갔다오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30여분간의 투어 프로그램을 마쳤다. 여기서 그냥 끝나는게 아쉬워서 가이드해준 스탠포드 대학생과 기념 촬영도 하고, 우리가 준비한 학교 기념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별로 좋은 것도 아닌데 고마워해 주길래 나도 덩달아 고마웠다.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마음도 이쁘네. ㅋㅋㅋ

  투어 프로그램이 끝났으므로 우리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구 사진을 찍어대다가 어느덧 오후 5시. 날이 저물어져간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숙소로 복귀하고, 이번 주 내에 시간 날 때 다시 돌아와서 못 가본 곳들을 더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주차했던 곳을 못 찾아서 헤매느라 시간을 또 지체하고, 숙소로 복귀할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웠다. 도중에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Mexican Grill 이라는 곳에 들렀다. 날이 어두워지니 대부분의 가게들이 이미 문을 다 닫았더라. 한국과는 엄청나게 다른 문화다. 여하튼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UC버클리 앞의 Subway 라는 음식점에서 우리가 주문에 실패하고 나왔던 곳과 똑같은 주문방식으로 음식을 주문해야했다. 내가 원하는 재료들을 직접 골라야 하고 한 단계에 한 개씩 재료를 선택하면 그것을 큰 밀가루 반죽 같은 것에 넣어서 말아주는… 초대형 만두라고나 할까. 이대로 또 주문에 실패하고 돌아서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뒤에 다른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그냥 무작정 부딪혀보기로 했다.

 

 

  “Excuse me, We dont’s know how to order the food” 라고 하자 처음이냐 묻더니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재료들을 봐도 뭐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이것저것 고르니까 어른주먹 2개만한 만두같은 것이 완성되어 나왔다. 음료수는 셀프로 무한 이용이 가능했다. 따로 TIP을 넣는 유리그릇이 있어서 여기에 1$를 넣고 왔다 .친절한 설명에 대가라고 생각하니 그리 아깝지 않았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고 음식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1인당 약 9$) 역시 미국은 음식점에서 무언가를 먹는건 좀 비싸다.


  오늘은 걸어다닐 일이 많아서인지 다들 많이 피곤했다. 씻고 나서 어제 마트에서 사온 냉동피자를 전자렌지에 돌려먹었다. 맛은 별로 없는데 피자 한판에 3$밖에 안했으므로 가격대비 성능은 최고다. 배부르다. 지금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정도. 이미 내 일행들은 뻗어 자고 있다. 나도 이 일기를 쓰던 도중에 2시간 쯤 뻗어버렸다가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한국에서 컨택했던 안박사님을 만나러 구글도 가야한다. 구글 본사 탐방이라니, 아 진짜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내일도 유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제 나도 잠을 청해야겠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여행기 - 1일차. PART 2. UC Bekeley와 HP Garage

2010. 2. 21. 04:43

  현재 시각이 오전 10시. 분명 오후3시에 도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아침이 되어버렸다. 이런 타임머신 같은 일이!!! 어짜피 한국에 있을 때부터 우리의 생활패턴은 밤낮이 구분 없는 엉망인 생활패턴이었기에 시차적응따윈 별 필요 없었다. 단지 오랜 비행으로 쪼금 피곤할 뿐. 호텔 체크인은 오후2시부터라서 남는 시간 동안 UC Berkeley를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면허는 있지만 장롱면허이기에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었고, 나머지 친구 2명이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운전을 했다. 외국에서의 첫 운전이라 긴장했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경찰한테 잡혀서 벌금 물릴 것 같은 느낌에 긴장했었는데 금방 익숙해졌다. 미국에선 보행자가 있거나 정지신호가 있으면 차가 무조건 선다. 한국처럼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보행자가 없다고해서 쌩쌩 지나가버리는 일은 전혀 볼 수가 없다. 한국같았으면 서로 빵빵거리며 다투기 바빴을 텐데 이 곳에서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다. 교통 문화에 있어서는 선진국 다운 면모를 볼 수가 있었다.

 

 

  11시가 다되어서 UC Berkely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주차를 어디에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한국처럼 도로가에 주차를 하려니 도로가 주차는 1~2시간 까지만 주차가 허용되며 모두 유료주차였다. 한참을 주차할 만한 곳을 찾다가 20분에 1$하는 Public Parking 에 주차를 했다. 일단 배가 고파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는데, 뭐 이것저것 빵 속에 들어갈 소스들을 직접 골라야 하는 등, 절차가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나왔다. 결국 여기저기 찾다가 피자 한 조각과 콜라를 4$ 정도에 사먹었다. 피자 한조각이 한국에 비해 훨씬 크긴 했지만 크게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콜라에는 수돗물을 섞었는지 수돗물 특유의 소독약 향이 나서 이상했다.

 

 

 

  대충 허기를 때운 후 드디어 UC Berkeley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1월에 개강이라는데, 역시나 학기초답게 학생 회관 앞에 활발한 동아리 모집 활동이 있었다. 우리도 버클리 대학생인지 알고 동아리 홍보물을 나눠주길래 받았다. 당구클럽, 적십자동아리 등등 여러 동아리들이 동아리 모집활동을 하는 것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우연히 강의실에 들어가보게 되었는데 아직 수업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소수의 학생들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여기서 정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강의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벽에 기대어 앉아 책을 보며 강의를 기다리고 있다. 밖에 나와보니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카페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등… 시험기간도 아니고 개강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열심히라니. 이 엄청난 학구열이 있기에 지금의 명문 UC Berkeley가 있을 수 있었나 보다.

  계속해서 캠퍼스를 둘러보던 중, 한국말로 전화를 하며 지나가는 학생을 목격했다. 그 학생이 전화를 끊으면 바로 인사하고 캠퍼스 중에 둘러볼만한 곳을 물어보기 위해 계속해서 그를 미행(?)했다. 그런데 한참을 전화를 끊지 않고 어디론가 계속 향한다. 뒤쫓기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어느 여학생 두 명이 전화하며 어디론가 가는 한인 학생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타겟 변경!!! 그 여학생 두 명에게 달려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니고 현재 2학년 경제학과 재학 중이란다. 캠퍼스에서 구경할만한 곳을 물어보고 양해를 구한 뒤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 나는 언제 한번 이런 학교를 다녀볼 수 있을까. 나도 이제 4학년이 되는데, 크게 이뤄놓은 것도 없고… 게으른 날 탓하며 계속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이제 버클리 대학생과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외국말로 사진을 찍어달라기가 좀 어색해서 망설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선뜻 말을 건네기가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서양 여학생에게 내가 용기를 내어 부탁해보았다. “We are from korea to see UC Berkeley. so… we… wanna take picture … WITH YOU.” 와우, 맘씨 좋은 여학생님(?)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내 친구 두 명이 버클리 여대생을 사이에 두고 내가 사진을 찍었다. 웃으면서 사진도 잘 찍어주시고 완전 쌩큐다. 어리버리대면서 학교를 둘러보다가 시간이 많이 지체 되서 바로 예약해둔 호텔로 향해야 했다. 언제 다시 이 대학에 와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선뜻 발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몰래 강의도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별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10m 앞에서 우회전을 해야되는데 100m 앞이라고 자꾸 모든 거리에 0을 더 붙여서 말하는 거지같은 네비게이션 덕에 길을 자꾸 이상한 곳으로 향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지만 크게 늦지 않게 호텔에 도착했다. 말이 호텔이지 작은 방에 화장실 있고, 더블 침대가 2개 있고 테이블 하나 있는 그냥 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섰는데, 신발장이 없다. 여기는 미국이다. 신발을 신고 방을 다니는게 영 어색해서 우리는 신발은 따로 두고, 가져온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기로 했다. 바닥도 덜 더럽히고 깔끔하게 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씻고 잠시 쉬면서 계획을 재정비 한 후,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라고 불리는 HP Garage로 향했다. HP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직접 입력하고 찾아갔는데 네비게이션이 목적지라고 안내한 곳은 그냥 일반 주택가였다. 이렇다 할 관광지가 보이지가 않는다. 뭔가 이상해서 번지수를 직접 찾아보니, 이런 맙소사. 그냥 HP Garage는 그냥 일반 주택의 차고였다. 전혀 관광지처럼 꾸민 것이 없고, HP Garage를 기념하는 기념판(?)이 없으면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일반 주택이었다. 우리가 이 기념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보안 요원같은 아저씨가 이 집으로 배달된 두어개의 우편물을 수거해가고, HP Garage를 한번 점검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실제로 집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고 관리만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허름하고 평범한 곳에서 HP라는 거대 기업이 탄생하다니, 나는 지금껏 무얼 불평해왔던가를 깊이 반성하게 된다.

  시간이 좀 더 남았길래 목요일 날 방문하기로 했던 구글 본사를 미리 한번 가보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구글 본사의 주소를 입력하고서 찾아갔다. 약 10분만에 금방 Google 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지르며 Google의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보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건물이 있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모두가 개인의 작은 공간을 가지며 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놓고서 생활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좀 더 둘러보려는데 경비원이 나와서 왜 왔냐고 물었다. 그냥 우리는 학생이며 여기가 와보고 싶어서 들어와있다고 하니까, 나가란다. 별 수 없이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려는데 차로 몇 분을 달려도 양 옆의 Google 건물이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세상에, Google이 이렇게 큰 곳이었다니. 모레 점심때 Google에서 한국인 직원인 안박사님과 43번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엄청나게 넓은 곳에서 43번 로비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막막해질 정도다.

  날은 어느새 많이 저물어버렸고, 호텔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샀다. 과일 코너에 가보니 처음 보는 과일들이 많다. 고기 코너에 가보니 고기들이 한국에 비해 엄청 싸다. 스낵 코너에 가보니 90%의 과자가 감자로 만든 과자였다. 잡지들도 무수히 많았다. UFC, MMA 등의 격투기 전문 잡지들도 있고, Man’s Health의 여성판인 Women’s Health도 있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먹을 때는 비쌌지만, 이렇게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많은 것들이 저렴한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햄버거 셋트 3개를 주문했다. 20여분 쯤 기다리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배달을 왔다. 영수증을 보니 21.63$가 나오길래 22달러를 주고 거스름돈 0.37(?)을 받고, 팁으로 1$를 주려했는데 22$를 받더니 바로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깜짝 놀라서 불렀더니만 왜 불렀냐는 듯이 쳐다본다. “You don’t give me charge!”… change(잔돈)이 기억이 안나서 charge라고 해버렸다. 어쩐지 말귀를 못 알아듣더라. 여튼 상황을 대충 보니 잔돈은 그냥 당연히 팁으로 이해하고 가는 것 같다. 왠지 삥뜯긴 기분이 들어 좀 더러웠지만 미리 준비했던 1$를 팁으로 더 주고 보냈다. Thank you 라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년!..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뭐 여기 미국에선 당연한 문화일지도 모르니까.

  오늘 하루 동안 쓴 돈을 정산해보고, 내일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았다. 한국에서부터 첫 일정이 시작되다보니 시차때문에 하루가 너무 길었다. 너무나도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났다. 너무도 꿈만 같은 하루다. 내가 이렇게 미국에 와있다니…. 앞으로의 남은 일정들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1일차 PART 1.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여정

2010. 1. 28. 17:11

  2010년 1월 26일 새벽 5시. 우리는 모두 일찌감치 일어나 씻고서 이른 아침을 먹었다. 어젯밤에 준비해놓았던 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택시로 김해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날이 밝았다. 우리가 미리 티켓을 예매해 놓았던 NorthWest 항공사의 부스로 가니 아직 8시부터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직 7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적에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빨리 휴가를 나오려고 국내선을 한번 이용한 이후로 공항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8시가 다되어가자 공항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우리는 NorthWest 항공사 부스에서 우리 일행 중에 친구 한 명이 대표로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 액체가 포함된 물품은 소지품으로 소지하지 못하고 모두 수화물로 넣어 보내야 한단다. 치약까지도!!! …. 무사히 수화물 검사를 마치고 티켓을 발권 받았고, 각자의 캐리어 가방을 수화물로 보내고 비행 탑승 수속 시간까지 기다렸다. 10시라는 시간과 10시 50분 이라는 두 개의 시간이 티켓에 나와있었는데 왜 탑승 시간이 2개인가 싶었는데 10시에는 탑승을 위핸 수속 시작 시간이고, 10시 50분이 실제 비행 출발 시간이었다.

  티켓발권, 수화물 운송까지 마치고 비행 탑승 게이트 쪽으로 가보니 소지품과 몸 수색을 한다 나는 당당하게 검문대를 통과했으나 직원이 나를 따로 부르더니 손톱깎기를 가져왔냐고 묻는다. 그래서 가방에서 손톱 깎기를 꺼내어 보여주니 손톱을 다듬는 그 칼 같은 부분이 흉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반입이 불가능하단다. 폐기처분에 서명하고 빼았겼다. ㅠㅠ

  이제 말로만 듣던 면세점이 나왔다. 이 곳에서 쇼핑을 하다가 10시가 되면 탑승 수속 후, 바로 비행기에 타면 된다. 얼마나 싸나 싶어 신나게 면세점을 돌아다니는데, 이럴 수가, 유명 메이커의 화장품이나 시계, 고가의 선글라스 등의 물품들이 주 면세품목들이었다. 아무리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비싸다. 어짜피 난 저렴한 화장품을 바르고, 고급시계는 차지도 않고 담배는 피지도 않으며, 양주는 커녕 맥주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터라 ,면세점에서 내가 싸다고 좋아라 하며 살만한 것들은 없었다. 어짜피 도쿄 나리타 공항도 경유할 것이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가서도 면세점은 있을 테니 꼭 여기서 무언가를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친구가 부모님의 주문대로 특정 브랜드의 립스틱을 사는 것을 보고, 나도 어머니 선물용으로 하나를 샀다. 엄지손가락만한 립스틱인데도 몇 만원이다. 이걸 시중에서 사면 대체 얼마라는건지….

  10시가 되어 탑승 수속을 밟았다. 아주 간단하게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나가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 버스에 같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가득 차자 5분 여간 이동하여 비행기에 탑승했다.

  창가에서 두 번째 자리이다. 비행기가 어디론가 살금살금 이동하더니만 미칠듯한 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몸이 붕~ 뜨더니 으하하하 이륙한다. 놀이기구 타는 듯한 기분이다. 직진 방향으로만 이륙하는 것이 아니라 막 다른 방향으로 회전까지 한다. 창 밖을 바라보며 구름 위로 지나가는 기분을 만끽하다보니 기내식이 나왔다.

 

 

  두 시간 정도밖에 타지 않는데도 기내식이 나온다. 뭐 별건 아니었고 김밥2개와 초밥2개와 치킨 한조각, 계란 한조각, 과일 조금이다. 나름 맛있게 먹고 도착 할 때 까지 잠을 청하려는데 내릴 때가 다 되어가자 갑자기 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귓 속의 달팽이 관이 터져버릴 듯한 느낌이다. 참고 참고 참다가 너무 아파서 스튜어디스한테 말할까말까 망설이던 중 착륙한다는 말을 듣고 일단 더 참기로 했다. 군대에서 1300고지에서도 몇 달간 잘 살았었는데 역시 구름 위로 올라오는 기압에 귀가 적응을 못했나보다. 계속해서 딴 생각하고 창 밖 보고 하면서 참다보니 도쿄 나리타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하고나니 귀가 좀 나아지기는 했는데 한동안 귀가 멍~ 한 현상은 계속되었다, 비행기에서 나오니까 또 뭔 소지품 검사 같은 것을 한다. 아까 일본행 비행기를 탈 때도 무사히 통과 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무사 통과할꺼라 생각했는데, 벨트의 쇠붙이 때문에 검문대를 지나자마자 삑삑소리가 요동을 쳤다. 벨트 뺏기고 다시 검문대를 통과했다. 이제 무사통과.

 

 

  이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 탑승 시간까지 3시간여가 남았다. 나리타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봤는데 한국의 면세점이랑 크게 다른점은 없었다. 여기서도 딱히 살만한 것은 없었으므로 대충 둘러보기만 한 뒤 식당을 찾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제대로 된 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서 공항 내의 작은 우동가게로 갔다. 메뉴들을 훑어보니… 완.전.비.싸.다. 일본으로 올 때 먹은 기내식 수준의 도시락이 무려 1000엔이나 한다. 일단 일본에 왔으니 우동을 한번 먹어보기로 결정, 제일 싼 1000엔짜리 우동2개와 1400엔짜리 양념 갈비밥(?)을 세 명이 나눠먹었다. 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하므로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탑승 시간에 맞춰 수속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번에는 환승이라 그런지 별 다른 소지품검사가 없었다.

  창가 쪽 자리이길 기대했는데 완전 중앙 자리이다. 좌석이 조금 좁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다리라도 쭉 뻗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9시간동안 갇히게 생겼다. 화장실 간답시고 옆 사람한테 “excuse me” 말하기도 뻘쭘하고…. 이번 비행기에는 내 앞좌석의 뒷면에 LCD가 있고 팔받침에 컨트롤러가 있어서 원하는 음악을 듣거나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고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지니가던 스튜어디스로부터 신문을 나눠주길래 Financial Time를 받았는데 이건 뭐 TOEIC 지문을 보는 것 보다 더한 거부감으로 1면도 읽지 않은 채 접어버렸다. 최신 영화보기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플레이해보니 앗차, 자막이 없다. 영화 초반부가 참 지루하다던데, 자막도 없이 영어를 집중해서 듣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자다 일어나보니 기내식 시간이다.

 

 

  도쿄로 갈 때와는 차원이 다른 빵빵한 식사다. 이걸 먹고나니 이제 3시간쯤 흘렀다. 아직 6시간이나 더 가야하다니!…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노래를 듣다가 다시 자다가… 깨어보니 이상한 종이를 나눠준다. 세관신고서와 출입국카드이다. 대충 해석하고 체크하고 기입할 것들 기입하고 끝냈다. 다시 할 게 없어서 한참 자다가 일어나니 또 기내식을 나눠준다. 시간을 보니 새벽 6시다. 기내식을 먹고 한 시간쯤 더 지나자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날씨가 많이 흐리고 비가 조금씩 와서 쌀쌀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했다. 심시관 말을 내가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냥 뭐, “이 곳에 온 목적은 무엇이냐?”, “혼자 왔느냐?, “미국은 처음이냐”, 당신이 묶는 곳은 어디이냐?” 등의 간단한 질문만 하고 무사히 끝났다. 심사를 마치고 내 수화물을 찾고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가방에 음식이 있는지를 묻더라. 라면이 있긴 했는데 과일이나 야채 등이 있냐고 물었으므로 난 없다고 말했고 무사통과했다. 내 뒤에 오던 한국여자한테는 검사관이 라면 있냐고 묻던데, 뭐 나한테는 라면 있냐고는 묻지 않았었으니까 난 잘못없다. 수화물을 찾고 나올 때 까지 같이 온 일행 한명이 입국 심사를 하던 중에 사라져버렸다. 연락도 없고 입국 심사를 하기 위한 줄에도 없고, 심사를 마치고 나오지도 않았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고 한참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입국 심사에 걸려서 잡혀있었단다. 비행기 티켓을 보여달라는 심사관의 말에 티켓을 보여주다가 비상시를 대비한 우리들의 여궈 사본 모아논 것을 보고 의심받아서 잡혀갔었단다. 하필이면 심하게 까다로운 심사관에 걸려가지고 고생 좀 했다.

  이제 모든 수속 과정을 마치고 완전히 샌프란시스코 도착이다. 잠시 한숨 돌리고 공항 4층의 Rental Car 센터로 올라갔다. 우리가 미리 예약해둔 Alamo 렌트사에서 예약했던 차를 렌트하러 갔다. 분명 4층에 있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4층에는 아무것도 없고 미니 지하철 같은 것을 탈 수 있는 미니정류장(?)이 있었다. 여기서 귀엽게 생긴 지하철을 타고 3정거장을 지나니 Rental Car 센터가 나왔다. 공항 근교를 이렇게 미니지하철로 다닐 수 있게 해놓은 것 같다. 렌트비를 5일간 400불 정도를 예상했는데 네비게이트 추가요금에, 우리가 만 25세가 안되는 관계로 추가요금까지 붙어서 600불이 조금 넘는 금액에 렌트를 하게 되었다. 계획보다 조금 더 큰 지출이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계획대로 탐방을 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하는 수 밖에 … 자,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해외 탐방이 시작된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