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 - 데이비드 플랫

2009. 7. 12. 13:05

 

저자 : 데이비드 플랫

역주 : 윤성준

출판사 : 인사이트

원서 : Why Software Sucks... and what you can do about it

출판 : 2008. 04. 04 ( 국내 초판 )

          2006. 00. 00 ( 원서 초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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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날 : 2009. 07. 02 ~ 07. 11

대여 장소 : 삼성 소프트웨어 (부산) 멤버십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거야 ( 부제 : 사용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쾌한 통찰 ). 제목부터가 화끈하다. 우스꽝스러운 책 제목덕에 쉽게 눈에 들어 집어들었고, 마침 Microsoft Evangelist 중 한명이신 Winkey(김영욱님)께서 보낸 메일에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소프트웨어 또는 웹에서 불편한 점을 느껴본 적이 있다. 나 또한 사용자 입장에서

누가 이렇게 개떡같은 프로그램을 만든거야라고 짜증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책에선 이같은 예를 들어가면서 사용자에게는 개발라에게로의 피드백을, 개발자에게는 사용자입장에서의 훌륭한 UX를 구현할 것을 요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뜨끔한게, 나도 간단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때, 나름 사용자를 고려한 인터페이스를 구현한다하면서도, '아, 귀찮아. 이정도면 사용자가 알아서 이해하겠지'라고 생각한 적이 많다. 깊이있게 UX를 위한 고민을 덜 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용자는 나같은 개발자가 아니고, 프로그램의 동작 원리같은 것은 다 필요없다. 오로지 잘 작동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개발할 때, 여자저차한 이유로 구현이 어렵거나 귀찮은 부분은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넘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 책에게 난 딱 걸린거다.

 

  이번엔 사용자 입장에 서서 보자.

개떡같은 소프트웨어와 웹들. 특히 요즘 여러 웹사이트들에서 ㅅㅂ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개떡같은 구조를 찾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짜증나는 경우가 회원가입을 하는 경우다. 필요 이상의 정보를 요구하는 한국의 회원가입 양식도 저질이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비밀번호 설정에 너무 많은 제한을 걸고 있다. 집전화번호 부분이 들어가면 안되고, 아이디랑 비슷해서도 안되고... 아 제기랄, 그러면 비밀번호 표준을 좀 정해놓던가!

 

 

  G마켓 회원가입 페이지다. 옥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G마켓을 이용하려 했는데 이 망할 비밀번호 제한 덕에 회원가입을 포기했다. 보안상의 이유라면서 특수문자는 왜 사용할 수 없는건지. 내가 주로 사용하는 비밀번호에는 특수문자가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서는 특수문자가 들어가서도 안되고, 전화번호나 주민번호, 아이디와 비슷해도 안된단다. 빌어먹을, 그럼 내가 쓰던 몇개의 비밀번호 왜에 또 새로운 비밀번호를 만들어야한다. 새 비밀 번호는 또 어떻게 기억하지? 포스트잇에 써서 컴퓨터 옆에 붙여놔야하냐고!

 

  이제 다른 보안상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이 책에서는 주로 MS를 까고, Google을 칭송하고 있다. Windows의 개떡같은 소프트웨어들에 대한 불평들과 Google 웹페이지의 사용자 편의성에 대한 칭찬들이다.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인터넷 상에서 원하는 파일을 바로 다운받아 실행 할 때 나오는 경고이다. 게시자를 확인할 수 없단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이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려 하는데 이 경고를 띄운다고 해서 내 의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건가? 이 경고 창에서 게시자를 확인해 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정보를 제공해주지도 못하면서 그저 나의 마우스 클릭 (또는 엔터키 한번)을 더 유도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개떡같은 MS의 소프트웨어들에 대해 욕을 한참 하고 있다. 물론 나도 다 공감하고 있던 것들이다.

 

  구글에 대한 칭찬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구글의 웹페이지 주소는 www.google.com 이다. 그런데 내가 이 URL을 입력하면 구글코리아로 접속이 된다. 내 IP주소가 한국의 IP주소임을 자동 인식하고 www.google.co.kr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영문 또는 다른 언어의 구글사이트로 접속하기를 원한다면 첫페이지에서 바로 타언어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구글 말고도 야후! 등 다른 여러 웹사이트에서도 지원하는 방식인데, 저자는 구글을 예로 들고 있다.

 

  저자는 구글을 칭송했지만 나는 구글을 한번 까봐야겠다. 이 책에는 보안 문제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많은데 이 책이 출판된 후 구글에서 배포한 크롬이라는 웹브라우저에 치명적 보안 문제가 있다.

 

구글 크롬의 옵션 창

 

각 사이트들에 등록된 아이디 목록

 

  구글 크롬의 옵션 창에서 환경설정 탭을 보면 저장된 비밀 번호 보기 라는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클릭하면 비밀번호 창이 뜨는데 여기서 각 사이트들에 등록된 아이디 목록이 나온다. 이 중에 원하는 목록을 클릭하고 오른쪽의 비밀번호 표시 버튼을 클릭하자. 버튼 바로 아래, 해당 아이디의 비밀 번호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이렇게 되면 크롬은 더이상 완전 개인용 웹브라우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PC방에서 크롬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보자. nProtect같은 해킹 방지툴 따위도 아무 필요도 없게 되는 것이다. 내 비밀 번호는 이것입니다 라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것을 사용자가 비밀 번호를 잊어버렸을 때를 대비한 친절한 배려로 봐야 하는 것일까? 구글에서 이런 초보같은 실수를 할 리는 없을 텐데 말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사용자 입장을 고려할 때, 그 사용자는 개발자인 사용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는 개발자인 사용자가 아니다. 개발하고는 거리가 먼 일반 사용자일 뿐이다. 이 책은 바로 이것을 말하고 있다.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하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 그리고 사용자는 자신의 불편함을 개발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면 좀 더 나은 소프트웨어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박상근 여가생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