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9일차 (03/04/2011)

2011. 5. 3. 06:08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기고 어제 사둔 냉동 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늘 먹던 것처럼 베이컨을 얇게 썰어 볶았다. 다시 이 베이컨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더 돌리니 먹음직스런 인스턴트 음식 탄생! 내가 베이컨을 볶는 동안 다른 한 커플은 열심히 온갖 재료들을 준비해서 뭔가 대단한 음식을 준비하는 듯이 보였다. 더 맛있는 음식은 하나도 부럽지 않은데 그렇게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부럽다. 아침을 먹고 나니 이미 날이 밝았다. 짐을 챙겨 나와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길… 아직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금방 걸어서 터미널에 도착했다. 디스커버리 패스를 보여주고 밴쿠버로 향하는 티켓을 받았다. 이게 내 여행에서의 마지막 티켓. 자꾸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붙기 시작한다.

 

버스가 출발했다. 펜틱턴으로 올 때는 새벽이라서 바깥 풍경을 전혀 보지 못했는데, 밴쿠버로 되돌아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오늘이 마지막임을 더 아쉽게 만든다. 잔잔한 호수… 이따금씩 보이는 야생동물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싸구려 디지털 카메라로 이 경치를 담아내려니 너무나 안타깝다. 조금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사진 속에 비치는 유리창과 내 그림자가 야속하다. 이미 4월임에도 불구하고 산간지역을 달릴 때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들을 볼 수 있었다. 하긴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때는 5월에도 눈이 내렸었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 10여분 쉬는 동안 과자와 음료수를 사와서 버스 안에서 배를 채웠다. 아침을 먹었기 때문에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는데, 다시는 캐나다에서 이런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버스 탈 일이 없다는 생각에 그냥 한번 사먹어 보는 것이다. 오후 2시가 다되어 밴쿠버에 도착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한 날 바라보던 터미널과 지금 여행을 마친 시점에서 바라보는 터미널… 이 둘은 부푼 기대와 그리움의 차이랄까.

 

터미널을 뒤로 하고 미리 같이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가야 했다. 아직 30여분 넘게 약속시간이 남았기에 스카이트레인 표값 $2.5를 아끼기 위해 다운타운까지 걷기로 했다. 겨우 2정거장이지만 직접 걸으니 30여분이 좀 넘게 걸렸다. 아직까지 내 가방에는 며칠 전에 샀던 맥주가 그대로 들어있다. 결국은 여행끝날 때 까지 다 먹지도 못하고 가져온 것이다. 다운타운에서 친구를 만나 일본음식점으로 갔다. 한국음식이야 이제 한국가면 실컷 먹을 테니까. 내가 7개월 전에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공항까지 마중나와 주고 교통수단 타는 법도 가르쳐주면서 내 하숙집을 찾아가도록 도와준 친구다. 한국에서 같이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알게 된 사이인데 2년동안 서로 만나지도 못하다가 이렇게 캐나다에 와서야 봤었다. 그리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이제는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다.

 

대충 뭐 만두 같은 것들을 주문해서 먹고 이것저것 캐나다 생활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다시 한국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어짜피 갈 곳 정해졌다. 내일 돌아가기로 했던 하숙집에 전화를 해서 지금 하숙집에 가고 있으니 하룻밤 돈을 내고 지내겠다고 하자 흔쾌히 OK하셨다. 집에 돌아와 세탁기도 돌리고, 여행도 끝났으니 캐리어를 풀어서 짐도 새로 싸서 딱 제한무게 23Kg에 맞춰놓았다. 이제 내일 밤에 공항에 가서 비행기만 타면 캐나다 생활 끝! 간만에 하숙집 아주머니가 해 준 제대로 된 저녁밥도 먹고 나니 피곤하다. 내 방을 돌아보니 달랑 캐리어2개, 백팩1개. 그리고 나. 비어있는 책장이 아직은 어색하다.

 

3개월간 같이 지낸 중국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내가 공할 갈 때 짐 나르는 것을 도와주겠다더니 진짜 도와줄 셈인가보다. 나야 고맙지 ㅠㅠ. 마지막으로 내가 점심 대접을 할 테니 내일 점심때 시내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이제 중국인 친구와 영어로 대화하며 하하호호 하는 일도 마지막이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자꾸 모든 것에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붙어간다는 것이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을 억누른다. 이런 느낌을 예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 바로 4년 전에 군대 전역하기 전날과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다. 기쁘면서도 슬픈 그 느낌.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8일차 (02/04/2011)

2011. 5. 3. 04:49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펜틱턴으로 향하는 길. 잠시 자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가 어느 깊은 산속을 달리고 있다. 이제 록키산맥이 시작되려 하는가… 사실 야밤이라 창밖을 봐도 뭐가 제대로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적인 비… 바로 그 비가 미친듯이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작부터 불안하다. 자꾸 산 길을 달리는 것 같은데 빗길에 행여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펜틱턴은 종점이 아니라 중간에 펜틱턴에 도착한다는 드라이버의 방송을 듣고 제 때 내려야했다. 세상 모르고 잠들었다가는 1시간 더 가서 켈로나에서 내리게된다. 켈로나는 버스터미널에서 유스호스텔이 있는 시내까지의 거리가 차를 타고도 몇 십분을 가야하는 거리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잘못 갔다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듯. 그래서 펜틱턴 예상 도착 시간인 5시 55분에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 4시부터는 잠들지 않고 계속 정신차리려고 노력했다. 중간에 어디 잠시 들릴 때마다 설마 여기가 펜틱턴인가 싶어서 드라이버의 방송에 신경을 곤두세우길 여러 번… 결국 새벽 6시에 맞춰 버스가 펜틱턴 터미널에 도착했다.

 

매우 이른 시간인데도 어느 할머니께서 터미널에서 어디론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어디서 왔는지부터해서 한 30여분간 날 밝을 때까지 할머니랑 수다떨다가 난 이제 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작별인사를 했더니, 한국가서도 잘 살으라하시며 손을 흔드셨다. '손주보러 가신다는데 할머니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직까지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다. 어휴, 이 망할 놈의 비. 버스안에서 터미널로 들어오기 직전에 우연히 유스호스텔 간판을 봤었기에 바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더니 오전 8시에 문을 연단다. 1시간 넘게 남았는데 그때까지 뭘 할까 하다가 오카나간 호수가 있을 만한 곳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한 10여분 걸어가니 호수가 나왔다. 이른 아침의 호수. 계속해서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여행하는 동안 풍경사진만 찍어오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타이머 맞춰놓고 내 독사진도 찍어봤다. 영 어색하다. 풍경이 죽는다 나 때문에.

 

호숫가를 따라서 걷다보니 일본정원이 나온다. 그냥 1분만에 둘러볼만한 작은 일본정원이었는데 왜 여기에 쌩뚱맞게 일본정원이 있나 싶었다. 알고보니 펜틱턴이랑 일본의 이케다라는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이란다. 계속해서 걷다보니 여러가지 레저스포츠 액티비티를 위한 센터들이 나온다. 주로 여름에 문을 열기 때문에 지금은 다 정비중이다. 여름에 오면 이 호숫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아 물론 지금이 새벽 시간인 것도 있지만…

오전 8시까지 오카나간 호수 뿐 아니라 호스텔 근처를 쭉 돌아보았다. 토요일 아침 8시가 다 되어가는데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 조용하다. 배는 고파오는데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같은 흔한 가게들도 찾기 힘들다. 겨우겨우 24시간 편의점을 하나 찾아 샌드위치랑 카라멜우유를 하나 사서 배를 채웠다. 생각보다 너무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심심한 동네다. 일단은 그냥 자고싶다. 피곤하다.

8시에 맞춰서 호스텔로 들어가보니 데스크에 직원이 밝게 인사한다. 몇 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묻자 지금 당장 체크인 가능하단다. 우왕 굳! 체크인 하기위해 HI호스텔 회원증과 내 여권을 보여주자 한국인이냐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내가 발음이 끝내준다고 칭찬하자 좋아 죽는다. 내가 칭찬해줬는데 왜 내 영어는 발음 좋다고 칭찬해주지 않을까 하는 쓸떼 없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싼 방으로 달랬더니 6인실을 줬다. 단 돈 20$. 완전 싸다. 일단 방에 들어가자 누군가 한 명이 자고 있다. 그 사람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짐을 한쪽 벽에 놓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로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니 이미 오후 1시. 자던 한 사람은 어디론가 나갔다. 호스텔이 조용하다. 호스텔을 한번 쭉 둘러보니 이 동네 분위기에 걸맞는 작고 아담한 호스텔이다. 시설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더럽거나 하지는 않아서 뭐 그냥 쓸만했다. 그런데 내 방에서 큰 문제를 발견… 전원 플러그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전원 플러그가 없다. 내 방에서 노트북 못하는 건가.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려 했는데 오후 5시부터 오피스를 운영한단다. 아, 여기는 다른 대부분의 호스텔처럼 24시간 데스크를 운영하지 않는구나. 할 수 없이 노트북을 거실에 가져와서 충전시키며 간단히 메일이랑 페이스북을 체크하고, 혹시 내가 전에 찾아보지 못했던 펜틱턴에 대한 정보에 대해 더 찾아봤지만 뭐 딱히 없다. 펜턱턴이 들린 적이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펜틱턴은 아주 조용한 도시라는 것. 그리고 뭔가 행사나 레저스포츠는 여름에서 겨울 사이에 이용 가능하므로 가능하면 그 시기에 들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미 초 봄에 여기 와버린 것을 어떻하리… 체크인 때 받은 지도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비는 완전히 그치고 햇볕이 쨍쨍하다. 다시 한번 오카나간 호수로 향했다. 아침과는 분위기가 사뭇 틀리다. 호숫물도 반짝반짝 빛나고,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딱히 사진을 찍을 만한 풍경은 이 곳밖에 없는 것 같아서 계속 사진이나 찍다가 이것도 금방 질려서 지도를 펴고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중간에 펜틱턴 공공 도서관을 찾아 들어갔는데 단층 규모의 아담한 도서관이다. 대충 한바퀴 둘러보고 나왔다. 펜틱턴 엽서라도 팔면 사려고 했건만… 유스호스텔에서 걸어서 20여분 정도 떨어진 곳에 나름 이 마을에서의 번화가가 있다. 그래도 아직 스타벅스까지 들어오지는 않은 듯. 한국의 읍내 정도의 분위기. 그래도 나름 적당한 규모의 세이프웨이가 있길래 여기 들어가서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으로 먹을 냉동음식과 베이컨을 샀다. 예전에 나나이모에서 해먹었던 것처럼 냉동 식품에 내가 익힌 베이컨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 생각이다. 다 된 밥에 베이컨 좀 넣을 뿐인데 마치 내가 요리사가 되는 듯한 기분이다.

 

호스텔로 돌아와서 냉동 식품 + 베이컨 조합과 맥주로 끼니를 때웠다. 창 밖을 보니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사실 내일 새벽 6시에 레이크 호수로 가서 오후에 도착 후 한 5시간 때운 뒤, 야밤에 밴쿠버행 버스를 타고 다음날 아침에 밴쿠버에 도착하는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달랑 4~5시간 있으려고 20여 시간을 버스타고 오갈 생각을 하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더군다나 4월 5일 새벽비행기로 한국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피곤할 듯. 차라리 밴쿠버에 하루를 지내면서 그 동안 만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내일 아침 7시 버스로 밴쿠버로 돌아가기로 했다. 밴쿠버에 도착하면 오후1시가 조금 넘을 듯. 데스크에 가서 여기 8시에 오픈하기 전에 7시에 체크아웃 가능하냐고 물으니까 문제없단다. 디파짓으로 맡긴 10$을 미리 내주더니 열쇠는 어디에 넣고, 내 배게피랑 침대피 같은 것들은 어디에 놓고 바로 나가면 된단다. 호스텔 정문은 안에서 열고 나가면 자동으로 잠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단다. 오케이.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3개월간 대학 부설 어학원의 펜틱턴이라는 이름의 반에서 지내온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여행의 마지막 밤도 펜틱턴에서 보내게 되는 구나. 문득 펜틱턴 클래스에서 함께했던 중국인 친구들이 그립다. 못 본지 2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게 많은 중국어를 가르쳐줬던 중국녀석들... 씨에씨에~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7일차 (01/04/2011)

2011. 5. 2. 11:41

비가 쏟아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비… 맙소사. 무시하고 빅토리아 거리를 거닐기에는 너무 많이 온다. 우산을 쓴다고 해도 바지 밑단은 물론, 양말까지 젖을 기세다. 게다가 오늘은 시내의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좀 누빈 후에, 보트를 타고 3시간짜리 고래관광을 가 볼 생각이었는데 비 때문에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일단은 체크아웃하여 유스호스텔을 나와 어제 지나가다 보았던 Undersea 바다 생물 전시장에 가보았다. 배 안으로 입장하는 구조로 되어있길래 나는 배 안쪽 깊숙히 내려가서 수많은 희귀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13을 내고 입장해서 좁은 길을 따라가며 배의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생물들을 구경했다. 아직까진 뭐 딱히 신기할 건 없는 것 같고… 조금 더 가다보면 괴물 같은 희귀 바다생물들이 나를 반겨줄 것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어라. 뭐 3분도 못 가서 끝이 보인다. 제일 안쪽에는 한 50여명쯤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한쪽에는 유리창이 있어 바다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스탭이 곧 쇼가 시작됨을 알리고, 잠시 뒤 유리창 너머 바닷속에 잠수부 한 명이 나타나 관객들에게 손을 흔든다. 그래서 몇몇 고기나 문어 같은 것들을 보여주고… 한 10여분간 그렇게 혼자 놀더니만 쇼는 끝이 났다. 아, 이렇게 30분도 채 안되고 $13이 날아가는구나.

어느덧 점심때가 다되어 어제 갔던 Bay센터를 다시 찾아갔다. 어제 스시를 먹었으니까 오늘은 한국가게에 가서 우동을 주문했다. 주문 받는 여직원이 귀엽상하게 생겼다. ㅋㅋㅋ 혼혈한국인처럼 생겼는데 한국말은 잘 못할 것 같았다. 요리하시는 어느 분이 우동을 건내주면서 Are you Korean? 이라고 묻길래 Yes라고 대답했더니 "김치 좀 올려드릴까요?" 하신다. ㅋㅋㅋ 우동 위에 김치 듬뿍 얹어받았다. ㅋㅋㅋ 여행하면서 처음 먹는 김치. 이것도 색다른 맛이다. ㅠㅠ

밥을 먹고 나니 만사가 귀찮다. 밖에는 비가 오고… 지도를 보면 박물관따위의 것들이 서너개 더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기가 싫다. 이미 Undersea 바다생물 전시장에서 기분 다 배렸다. 다른 박물관 가봐야 돈만 날리고 또 금방 나오겠지. 나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듯한 펜틱턴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짜피 또 밴쿠버 터미널에서 버스를 한번 갈아야야 하기에… 점심시간인 지금 일단 밴쿠버로 바로 가보기로 했다. 거기서 조금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펜틱턴으로 가는 버스를 탈 셈이다.

빅토리아에서 밴쿠버로 가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없어서 다른 버스회사인 PLC 버스를 타야했다. 거금 $42를 내고서 버스 탑승… 인근 항구로 가서 버스 통째로 페리호에 들어갔다. 객실로 올라와서 전원어댑터가 있는 자리를 찾아 페리호에서 제공하는 무료 Wi-Fi 신호를 잡아서 페이스북이나 하고 있는데 앞에 어느 신사 흑형이 와서 인터넷 되냐고 물으셨다. 내가 되긴 되는데 좀 느리다니까 유튜브같은거 할 거 아니고 그냥 이메일이나 체크할 거라서 상관없단다. ㅋㅋㅋ 서로 한번 웃어주고 다시 자기 할 일. 이렇게 지루하게 페리호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버스 탑승 후 밴쿠버까지 2시간여를 더 가서 저녁때가 다되어 겨우 도착. 도착하자마자 일본인 친구 '나오'를 불렀다. 같이 한국인 식당에 가서 순대, 떡볶이, 비빔밥을 주문했다. 내가 떡볶이는 매워서 넌 못먹을거라고 경고 했는데 자기는 많이 먹어봐서 괜찮다고 우기길래 시켜줬더니만 나중에 결국 맵다고 물을 연신 들이킨다. ㅋㅋㅋ 나는 고추장 맛도 안나는데…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펜틱턴으로 가는 버스는 밤12시에 있는데 아직 오후 8시도 채 되지 않았다. 그 때 까지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데… 책은 참 지루한 철학적 내용인데다가 외롭고… 심심하고… 집이 그립고…

어떻게 4시간여를 기다렸는지도 모른채 금방 12시가 되어 버스를 타러 들어가는데, 중간에 탑승자들의 짐검사를 한다. 그냥 버스를 타는데 왜 짐검사를 하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줄을 서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앞 사람에게 검사관이 술을 갖고 있는지 묻는 것을 들었다. 아뿔사, 내 가방에 맥주 5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이를 어쩌나… 분명 밴쿠버에서는 길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불법이지, 버스탈 때 술을 소유하면 안된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지금이라도 당장 쓰레기통에 다 버려버릴까, 도망칠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휴, 결국 내 차례. 내 가방을 열면서 술 갖고 있냐고 묻자마자 "Yes, does it matter?" 하면서 맥주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냥 버스 안에서는 절대 먹으면 안된다는걸 명심하라는 말만 하고는 그냥 통과… 방금 몇분동안 완전 긴장해서 벌벌떨었는데 그냥 이렇게 통과다. 이럴꺼면 대체 술이 있는지는 왜 묻고, 짐검사는 왜 하는건지…어휴. 어쨌든 무사히 펜틱턴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내일 새벽 6시가 다되어 도착할 예정. 오늘은 이렇게 숙박비를 벌었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6일차 (31/03/2011)

2011. 4. 30. 05:37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룸메이트 할아버지는 이미 짐까지 다 챙겨서 어디론가 떠나고 없다. 장기 투숙객으로 보였는데 그냥 여행객이었단 말인가… 바로 이 곳에서 20여년을 산 여행객이라니, 뭔가 이상하다. 어제와 똑 같은 메뉴로 냉동스파게티와 내가 볶은 베이컨을 섞어 먹었다. 어제처럼 밑도 끝도 없이 베이컨을 볶지는 않았다. 그냥 맛만 보고 익었다 싶었을 때쯤에 건져서 냉동 스파게티와 함께 전자레인지에 돌려버렸다. 이것도 한 두 세 번만 더 먹으면 질릴 테지만, 아직까지는 나름 맛있다.

 

  빅토리아에 있는 HI 가맹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했더니 빈 방이 많이 있단다. 인터넷으로 확인해보니 자리가 없다고 나오길래 확인할려고 전화했다니까 뭔가 이상하다고 자기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단다. 여하튼 빈 방은 있다니 걱정말라고 하니 안심이다. 오후 12시 45분에 빅토리아로 떠나는 차가 있다. 마을 한번 천천히 산책하고 터미널에 가도 시간이 많이 남을 것 같다.

 

  어제 장보러 가던 길에 봐두었던 카지노에 우선 들렀다. 카지노는 작년 초에 라스베가스에서 한 번 가본 것이 전부였는데 이런 작고 조용한 동네에 카지노가 있다니… 막상 들어가보니 나이 조금 있는 분들이 대다수였다. 덩치 좀 있으신 형님께서 내게 짐을 열어서 확인을 해야한다고 하셨다. 난 총 같은 것은 없으니까 당당하게 가방을 열어 보였다. 어제 다 못 먹은 맥주 다섯 캔이 내 가방에 고스란이 있는 것을 보더니 그냥 웃으면서 통과. 짐을 카운터에 번호 태그를 받고 짐을 맡겼다. 라스베가스에서 내가 $10로 $20를 벌었던 왕관과 보물상자 그림이 나오는 게임기를 찾아보았다. 똑 같은 게임기 발견! 정확하게 어떻게 점수 계산이 이루어 지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냥 대충 하는 법은 전에 $10쯤 투자해가면서 알아놨었는데 다시 이 게임기를 보니 반갑다. 그냥 영화에서 보는 777 맞추는 뭐 그런 류의 게임이다. 그냥 앞에 있는 몇 개의 버튼만 한번씩 누르다 보면 순식간에 내 돈이 훌러덩 날아가는 게임 ㅋㅋㅋ. 일단 $5는 넣고 버튼 몇 번 누르다 보니 재수가 좋게도 $8가 되 버렸다. 지금 여기서 돈을 빼면 나는 $3는 딴 채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난 여기 돈 따러 온 것이 아니라 $10 정도 쓰면서 시간때우고 놀려고 들어 온건데 달랑 $3 땄다고 여기서 끝내고 나가기가 아쉽다. 5분도 채 안 되었는데… 그냥 뭐 조금 더 즐길 셈으로 버튼을 누르며 '제발 한번 걸려라 걸려라~' 맘 속으로 외치길 몇 분… 내 돈은 깨끗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다른 게임기를 찾아보았다. 원숭이랑 바나나 그림이 나오는 게임기도 있었는데 좀 재밌었던 걸로 기억한다. 역시나 다른 반대편 게임기들에서 원숭이 게임을 찾았다.$ 5를 넣고 버튼을 한번 딱 눌렀는데… 버튼 한방에 5달러가 눈 앞에서 사라졌다. 맙소사… 이 게임은 기본 게임단위가 $1 인 것을 보지 못했다. 아까는 기본 베팅 5센트 짜리였는데… 와, 1초만에 6천원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냥 최대한 오래 즐기는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이미 $10이 날아갔다. 벌써 내가 목표로 한 $10 으로 시간 때우기는… 끝났다. 아쉬운 마음에 $10을 더 꺼내들고… 베팅 단위 5센트 인 게임기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한 20분은 버틴 듯. 어짜피 돈을 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오래 버티는 것 자체가 목표다. 이따금씩 돈을 잃어가다가 한번쯤은 돈을 따게 되기도 하는데, 이런 돈을 조금 따는 희열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게임기에 인공지능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듯한 느낌. 사람을 막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카지노에서 나와서 해변가를 걸으며 터미널로 향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혼자 쓸쓸히 ㅋㅋㅋ 외롭게 터벅터벅 걷다 보니 벌써 어깨가 아파온다. 맥주 5캔의 무게… 무시할 수 없다. 5년 전, 군대에서 행군할 때 전투화가 너무 무겁다며 군장에 있던 예비전투화를 절벽으로 버려버린 어느 병장이 생각났다. 돈 주고 산 맥주인데 차마 나는 그런 짓은 못하겠고… 그냥 터미널에 빨리 가서 앉아 쉬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참을 가도 터미널이 나오지 않는다. 지도를 펼쳐서 현재 내 위치의 거리 이름을 찾아보니… 그런거 없다. 아마도 이미 나나이모 다운타운을 지나 외곽쪽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어휴, 시내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더 더 작다. 다시 길을 되돌아가다보니 눈에 익은 거리가 나온다. 어제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봤던 커피점이 보인다. 드디어 터미널 도착.

 

  버스를 타고 4시간여를 달려 빅토리아에 도착했다. 캐나다의 브리티쉬 콜롬비아주의 주도인 빅토리아. 주도에 걸맞지 않게 터미널이 그리 크진 않았다. 그냥 뭐 시골 터미널 같은 느낌. 일단 지도를 펴서 호스텔의 위치를 파악했다. 호스텔 닷컴에서 찾아본 결과 빅토리아에는 2개의 호스텔이 있는데 HI유스호스텔과 그냥 다른 유스호스텔이 있다. HI호스텔은 평점이 엉망이고 다른 호스텔은 평점이 보통이었다. 당연히 그냥 호스텔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아침에 문의한 호스텔은 HI호스텔이지만 평점이 워낙에 안좋고 평들도 다들 나쁘다는 말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두 호스텔 다 인터넷 상에서 확인했을 때는 오늘 자리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호스텔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당연히 방이 있단다… 이제 인터넷에 있는 빈 방 정보 따위는 믿지 말아야겠다. 괜히 전화하기 좀 뻘쭘해서 인터넷 정보만 믿고 있었는데 이제 무조건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지금껏 다녀본 호스텔과는 달리 이 곳은 엄~청나게 활발했다. 카운터에는 두 명의 스탭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고, 다른 몇 명의 직원들은 배게피나 담요 등을 쉴 새 없이 나르고… 여행객들은 계속 드나들고 있다. 일단 제일 싼 방을 달라고 해서 무려 4층에 있는 방을 배정받았다. 들어가니 어떤 덩치 큰 사람이 침대에 앉아 컴퓨터게임을 하고 있길래 Hi 하고 있사를 했다. 반갑게 Hi 하며 인사를 받아주는데 덩치에 걸맞지 않게 목소리가 여자처럼 하이톤이다. 내 침대에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지도를 보며 오늘 오후에 다녀갈 곳을 체크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가 들어왔다. 헐… 뭐지? 그러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한 침대에 가서 눕는다. 남녀 혼숙 방이었다. 젤 싼 방 달랬더니 이 방을 주다니… 그럼 아까 덩치 큰 친구는…? 그 친구도 여자였다. 나는 그냥 살이 하도 많이 쪄서 가슴이 나온 줄 알았는데 살뿐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 불편함… 난 호스텔에서 남녀 혼숙 방을 쓰게 되면 참 시트콤 같은 일이 생길 줄 알았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불편하다. 심하게 어질러져 있고 냄새도 좀 나고…. 덩치 큰 그 친구 이름은 캐시, 어디서 왔는지 무르니 캐내디언이란다. 뭐지… 여행객이냐고 물으니 그냥 살고 있단다. 벽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여기서 일을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 바로 여기서 일하면서 살 고 있는가보다. 다른 여자애는 독일에서 온 로라. 내가 무선 인터넷 비밀번호를 묻자 친절하게 대답해주는데, 발음만 듣고도 바로 독일에서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 왜냐면 내가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우리 반에 독일 친구들이 몇몇 있었거든… 7개월 전이라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름도 참 발음하기 힘들게 독일스러웠는데.

 

  여하튼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밖으로 나갔다. 차이나 타운에 들렀는데 뭐 딱히 볼 것도 없다. 이제 가는 도시마다 차이나타운을 들렀더니 아무런 감흥이 없다. 뭐 최근에는 하도 중국인 친구들과 놀기도 했거니와… 중간에 $1샵에 가서 $1짜리 비스켓을 사서 먹으며 돌아다녔다. 이렇게 점심 한끼를 해결. 카지노에서 날린 돈을 이런 식으로 만회하고 있다. 다음으로 빅토리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주의사당! 참 호화스럽게도 지어놨다. 안에는 못들어가고 그냥 밖에서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데 나 말고도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성수기에는 사진 찍는 관광객들로 넘쳐날 듯. 코리안 전쟁을 기리는 석상도 있었다. 보윈 아일랜드에 갔을 때도 이런 코리안 전쟁 기념비가 있었는데 이 먼 곳 캐나다에서도 코리안 전쟁에 참전하여 순국한 사람이 있었다는 점에 숙연해졌다.

 

  빅토리아의 명소중에 하나라는 엠프레스 호텔 앞에서 호텔 사진도 찍고… 언젠가는 나도 여기서 자고 만다라는 생각을 하며 저물어 가는 해에 맞춰 알람을 울려주시는 배를 달래러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았다. 시내 중간쯤에 Bay센터라는 쇼핑몰이 있길래 안에 들어가보니 꼭대기층에 푸드코너가 있다. "고려"라는 한국가게와 스시를 파는 일본 가게가 있었는데 저녁때라 그런지 스시를 50% 가격에 팔고 있었다. 주저없이 스시를 선택. 단돈 4달러에 도시락 셋트를 살 수 있었다. 물론, 한입 먹자마자 왜 50% 할인해서 급히 다 처분하려 했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상관없다. 밥이 조금 더 눅눅할 뿐!

 

  저녁을 먹고 나니 날이 완전히 저물어 어두워졌다. 이제 시내 야경을 찍는답시고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녔다. 오늘까지는 그냥 풍경사진이나 찍고 놀고 내일은 여러 박물관들이나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리도 아프고 해서 호스텔로 돌아왔더니 캐시는 아직도 게임을 하고 앉아있다. 왜 살이 찌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운동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씻고 와서 빅토리아의 명 관광코스인 고래관광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어느 청년이 들어온다. 이름은 숀. 이 방의 유일한 남자 룸메이트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기는 한국인 친구 여럿 있다고 자랑한다. 잠시 인사 몇 마디 나누고는 다시 나가버림. 10시쯤 되니까 캐시, 로라 둘 다 자버린다. 난 아직 인터넷으로 할 게 많은데… 다들 자니까 나 혼자 컴퓨터한다고 불켜고 있기도 그렇고… 결국 방에 불을 끄고 컴퓨터 조명은 최소로 해서 오늘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내일은 10만원 내고 3시간동안 보트타고 고래구경 갈 수 있는 고래관광 코스를 가고 다른 박물관 몇 군데를 들린 후, 루이즈 호수로 갈지 펜틱턴으로 갈지 정해야겠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많이 걸은 듯 해서 피곤하다. 이제 내 여행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구나…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5일차 (30/03/2011)

2011. 4. 26. 04:44

  새벽2시가 다 되어 밴쿠버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뿔싸! 밴쿠버 터미널은 24시간 오픈인 줄 알고 역 내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노숙할 샘이었는데 터미널은 이미 문을 닫았다. 새벽에야 도착한 사람들은 터미널 옆의 쪽문으로 터미널을 나와서 다들 택시를 타거나 마중 나온 사람들을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이 야심한 밤에 나는 나홀로…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에 반가운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오픈!!! 4시간 전 씨애틀에서 맥도날드를 들러 햄버거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햄버거셋트를 하나 주문했다. 아무 주문도 안하고 안에 짱박혀 있는 건 좀 무례할 수도 있으니까.

 

  주문한 햄버거 셋트를 받아들고 전원플러그가 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비를 피해 들어온 노숙자 같은 분들도 몇몇 맥도날드 안에 들어와서 비를 피하고 계셨다. 약간 술이나 마약을 한 듯 눈이 살짝 풀린 듯한 사람도 두어명 보이는데… '설마 날 공격하진 않겠지?'. 일단 노트북을 켜고 무언 인터넷 신호를 검색했다. 어라…?! 없다. 아무런 Wi-Fi 신호가 없다. 물어보니 여기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 제공 안 한단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오픈에 스타벅스처럼 무선 인터넷도 다 제공되는지 알았는데 어휴… 인터넷도 없이 무얼 하면서 날 샐 때까지 시간을 때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체스 게임이나 계속 하다가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을 계속 하다 보니 잠이 무지하게 쏟아진다. 마우스를 따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없고… 출국 전에 군대 가기전에 사둔 히어로즈 마이트 앤 매직 같은 턴 게임이라도 설치해올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잠들다가 체스 한판 하기를 무한 반복한 끝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아침 7시다.

 

  인터넷이 너무나 하고 싶다. 뭐 인터넷에 연결한다고 해서 딱히 뭘 할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인터넷에서 다음 일정을 검색해야 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을 안 가본지 겨우 5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문득 다운타운으로 가고 싶어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그랜빌 역으로 갔다. 맨날 먼슬리패스만 이용하다가 2.5$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니 아까운 마음이 팍팍 든다. 10분도 안탈껀데 3천원을… 그랜빌역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핫초코를 주문하고 Wi-Fi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니까 패스워드를 메모지에 적어준다.

 

  일단 다음 목적지 검색부터… 어휴 여행 하면서 이렇게 다음 목적지를 찾는 시간이 제일 아까운 것 같다. 물론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나름의 맛이 있겠지만 이렇게 버스 일정표와 호스텔의 투숙 가능 여부 등을 잘 맞추려니 힘들다. 도시 한번 이동하는데 버스로 최소 4시간씩은 타야 하니 일정이 한번 꼬이면 치명적이다. 일단 오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출발 할 수 있는 일정을 찾아보았다. 나나이모를 제외하고는 어딜 가던 간에 호스텔에 빈 방이 없다. 지금은 비성수기중에 비성수기인데 왜 이렇지… 일단 밴쿠버에서 가까운 나나이모 섬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가까우니까. 그리고 다음으로 빅토리아로 이동하기도 쉽우니까. 게다가 내가 7개월동안 산 홈스테이 집 주소가 Nanaimo St였기에 도시 이름에서 조금 더 애착이 갔다. 페이스북도 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네이트온으로 수다도 좀 떨면서 쉬다가 다시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로 이동, 나나이모행 티켓을 발권받았다.

 

  나나이모는 큰 섬이라서 버스를 타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배가 1시간쯤 달려 항구쪽에 오더니만 대형 선박 Ferry호에 아예 버스가 통째로 들어갔다. 예전에 이 Ferry호를 타고 이탈리안 친구 두 명과 보윈 아일랜드에 당일 치기로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2시간여를 배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보냈다. 역시 사람은 제 때 잠을 자야 한다. 나나이모 섬에 도착해서 하차하기 전에 배 한쪽에 나나이모와 빅토리아의 지도 및 액티비티 안내 팜플렛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나나이모 다운타운 맵을 하나 챙겼다. 어딜 가든 이런 다운타운 맵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미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항구에서 내려 버스로 조금만 더 가니 나나이모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씨애틀의 도시스러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지도를 펼치고 유스호스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구글맵에서 검색했을 때 걸어서 3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기에 천천히 걸으면서 여유를 느껴볼 샘이다. 바닷가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바닷가이기는 한데 해변처럼 모래사장이 있다기보다는 항구화(?)가 많이 되어 있다. 대신 공원이 많아서 몇몇 사람들이 산책로를 따라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30여분을 걷다가 여기가 어딘가 싶어 지도를 보니…! 이미 나나이모 다운타운의 반대편 끝까지 와버렸다. 다시 유스호스텔을 찾으러 뒤로 돌아 갓! 지금껏 들린 곳과는 틀리게 조금 작은 규모의 호스텔이다. 투숙객이 아예 없나보다 싶었는데 내가 체크인하는 동안 뉴질랜드에서 온 형제가 체크인하러 들어왔다. 음, 다행히 혼자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방을 배정받아 들어오니 깔끔하기는 한데 방이 좀 작다. 침대도 작고… 개인 물품 보관함도 없다. 그냥 아주 작은 서랍장 수준의 보관함과 시건장치. 침대는 내가 발 쭉 펴고 눕기엔 작은 크기. 참 아담하다. 다른 한 명이 이 방에 묶고 있는지 옷가지들과 가방이 보인다. 일단 짐을 좀 풀고 옷도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니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예상과는 달리 머리에 꽤 흰머리가 보이는 아저씨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내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캐나다인이란다… 어이쿠. 자기는 택시기사도 해봤고 초등학교 교사도 해봤고 컴퓨터수리공도 해봤단다. 전혀 연관성 없는 직업들인데… 자기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좋단다. 아, 그래서 이제는 여행중인가보다 싶어서 나나이모에 며칠이나 머물렀냐니까… 20년 동안 살았단다. '뭐야 이거, 여행객이 아니잖아!!!' 그냥 집 대신에 이 곳에 살고 있는 건가? 더 이상 자세히 묻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서 대충 대화를 마무리 했다. 그 아저씨는 뭔가 할 일이 있는지 또 다시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간다.

 

  저녁 시간이 다 되었기에 먹을 것을 사러 나갔다가 맥주와 냉동 파스타 2개, 베이컨을 사왔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배고프면 저녁먹으려고 내일 계획이나 짜고 있는데 룸메이트 아저씨가 들어온다. 내가 파스타 Buy 1 Get 1으로 사서 2개 있으니 같이 먹자 했더니 "Good, Good" 하더니 바로 자버린다. 나도 따라 자다 일어나니 어느덧 밤 9시. 아까 사온 베이컨과 냉동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냉동 파스타야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되는데 베이컨은 어떻게 요리를 할지 몰라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그냥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볶기로 했다. 익으면 냉동 파스타와 비벼 먹어야지. 그런데 이게 5분을 넘게 볶아도 색깔이 변하질 않는다. 물이 점점 쫄아들고 있는데 베이컨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볶고 볶고 볶고… 한 10여분을 볶은 것 같은데도 색깔이 그대로다. 뭔가 이상해서 하나 맛을 보니… 익은 것 같다!!! 베이컨은 돼지고기랑은 달리 익어도 빨간색인가보다. 냉동 파스타와 비벼 먹으니 오우, 맛이 제대로다. 요리는 허접하였으나 나의 허기와 요리에 대한 열정이 이 맛을 만들어냈다. 이제 맥주를 먹으면서 좀 쉴 타임이다. 부엌에 있던 두 청년한테 맥주 좋아하냐고 물으니 "No, Thanks." 자기들도 맥주가 있단다. 6개짜리 묵음을 샀는데 혼자 1캔 먹어봐야 5개나 남는데 이거 어떻하지… 창 밖을 보니 다시 또 비가 내리고 있다. 부엌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보니 시간이 훌쩍. 밤11시가 다 되니까 직원 아저씨가 이제 밤시간에는 부엌과 거실을 쓸 수 없다고 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내일 일정은 빅토리아로 가는 것으로 정했다. 인터넷 상으로는 호스텔에 빈 방이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 내일 아침에 빅토리아 유스호스텔에 전화해보고 빈 방이 있으면 여기 나나이모에서 더 놀다가 오후에 빅토리아로, 빈 방이 없으면 아침 일찍 빅토리아로가서 하루만에 여행을 끝내고 오후에 다른 곳 어디론가로 갈 계획이다. 벌써 이렇게 내 10일 여행 계획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4일차 (29/03/2011)

2011. 4. 24. 16:21

 

 

    아침 9시가 다 되어 눈을 떴다. 1시간쯤 뒤척거리다가 결국 이불 걷어차고 몸을 일으켜보니 다른 룸메이트들은 여전히 자고 있다. 방은 이 녀석들이 어질러 놓은 짐과 옷들로 엉망이 되어있다. 어제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더니만 속옷도 아무 곳에 던져놓고…

 

    일단 체크아웃하고 나왔다. 비는 보슬보슬 내리는데 이제 뭘 해야 할 지 애매하다. 어제 마트에서 사놓았던 과자를 아침 겸 점심 삼아서 먹으며 시내쪽으로 향했다. 일단 시계에서 제일 큰 서점이라는 POWELL's BOOK STORE에 들렀다. 뭐 그냥 1층짜리 건물에 공대 관련 책들이 많다. 나야 컴퓨터를 전공하니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이게 다인가 싶어서 점원에서 물어보니 웃으며 길 건너 건물을 가르킨다. 내가 있는 곳은 그냥 IT분야 책의 일부를 팔고 있는 작은 분점이었을 뿐. 진짜 POWELL's BOOK STORE는 바로 길 건너에 큰 건물이다. 큰 건물 하나가 그냥 블록 하나 전체를 차지하는 큰 규모다. 세계 최대 규모라길래 축구장이나 야구장만한 크기의 서점을 기대했는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서점 내를 다니다가 … 길을 잃었다. Purple Room, yellow Room, Red Room 등등 수 많은 색깔의 룸들로 책들을 구분해 놓았었는데 구조가 그리 잘 정리되어있지는 않아서 나 같은 길치는 건물 내에서도 길을 잃게 만들어져 있었다. 도대체 저 색깔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뉜건지 모르겠다. Red Room 이라고 해서 그렇고 그런 책들이 있는 건 아니던데…

 

    자, 이번엔 조금이라도 유명한 도시에는 항상 있는 차이나 타운을 가볼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지도를 들고 차이나 타운의 위치와 지금의 내 위치를 찾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리따운 아가씨가 "뭐 도와줄까?" 하고 물었다. "너랑 데이트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니?"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괜찮아요, 감사합니다"라고 해서 보내버렸다. 폭풍 아쉬움 ㅋㅋㅋ. 차이나 타운엔 뭐 별게 없었다. 늘 같은 느낌… 그냥 중국 느낌. 도시 자체가 한산한데 차이나 타운 역시 한산하다. "나는 전설이다" 영화가 생각났다. 다들 좀비가 되어 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가… 쓰잘떼기 없는 상상은 그만. 바로 예술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MAX라는 포틀랜드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예술 박물관으로 갔다. 시내에서 다니는 것은 공짜란다. 그냥 차도 위를 달리는 작은 지하철이랄까… 승차감은 지하철보다는 편안했다. 박물관 입장료는 학생 할인 받아서 9달러. 과연 만원의 값어치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뭐가 뭔지…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만원을 날렸구나 라고 한탄하는 순간 저 너머에서 가이드의 작품 설명 투어가 곧 시작된다는 가이드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다른 작품을 둘러보는 척 하면서 가이드에게 다가가 슬쩍 물어봤다. 공짜냐고. 당연히 공짜란다. ㅋㅋㅋ . 5분뒤에 가이드가 시작되었다. 여러 작품들을 돌아다니며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작품은 뒷전이고 가이드의 설명을 내가 알아듣고 호응도 하고 질문에 답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10개월간 어학연수 온 보람이 있구나… 아시아쪽의 작품들이 많았고 그룹에서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기에 가이드도 이것 저것 설명하면서 나를 좀 신경쓰는 듯 했다. 눈도 나랑 많이 마주치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무려 한 시간이 넘는 가이드를 받고 조금 더 혼자 둘러보다가 다음으로 근처에 있는 역사박물관으로 가보기로 했다.

 

    데스크 직원이 왕친절하고 초명랑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짐 보관하는데 한국 대형 마트에서 짐 보관하듯이 동전을 넣고 키를 꺼낼 수 있는데 내가 동전이 없다니까 자기 동전을 빌려준다. 25센트. 달랑 300원이지만 완전 환하게 웃으며 25센트를 내게 건내는 그녀. 내게 반한걸까… 라는 개소리를 마음 속으로 지껄여보았다. 그럴리가 없지. 여하튼 이 곳의 작품들은 아까 예술박물관에서 본 것들이랑 약간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에이, 또 입장료 만원만 날렸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뭔가 눈에 익숙한 글자가 들어왔다. KOREA!!! 캐나다에서 많은 국가에 특파원(?)을 보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아시아쪽의 나라중에 한국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한국의 먹거리, 생활 모습 등등…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국의 옛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 내가 곧 돌아갈 나의 고국이여~.

    밖으로 나와 보니 비가 좀 많이 온다. 겨울에 캐나다 서부를 여행하는 옳지않구나… 매일 같이 비와 함께해야하다니. 포틀랜드의 대형 쇼핑몰이라는 파이오니아 플라자에 가보았다.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을 때 "토다이"라는 해물 뷔페가 괜찮다던데, 막상 찾아가보니 영업을 안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아예 장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 듯. 배는 고픈데 뭐 먹을까 하다가 그냥 식품 코너에서 스시나 먹었다. 스시만큼 깔끔하게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 것 같다. 8달러로 배 채우고… 이젠 또 뭐하지?

 

 

    이제 슬슬 포틀랜드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일단 쇼핑몰에서 나왔는데 문 앞에 행위예술가가 있다. 온 몸에 은색 칠을 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이런 행위예술은 너무 흔하잖아! 그런데 이 때, 누가 동전을 행위예술가의 앞에 놓여진 통에 넣자 갑자기 구슬 쇼를 보여준다. 커다란 구슬 여러 개를 부드럽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엄청 신기했다. 그냥 사진을 찍으면 좀 그래서 1달러를 통에 넣어줬다. "Awesome, man." 라고 한마디 해주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터미널로 가다가 GROUND KONTROL이라는 곳을 발견. 어젯밤을 보낸 유스호스텔에서 목요일 액티비티로 이 곳에 와서 같이 즐겁게 놀자는 포스터를 봤었는데, 대체 이 곳이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한번 들어가보니… 그냥 오락실이다. 나름 자신있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를 할려고 했는데… 초등학교때 있던 스트리트파이터 따위랑 2층에 핀볼 뿐이다. 장사가 된다는게 신기하다. 가격은25C 또는 50C다. 한국은 비싸야 200원이면 게임 한판 할 수 있는데 비싸긴 비싸고 오락기는 엄청 후져요… 어휴. 스트리트 파이터 한판 대충 하다가 그냥 나왔다. 재미없다.

 

    포틀랜드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로 가고싶다니까 밴쿠버까지만 갈 수 있단다. 인터넷엔 빅토리아로 가는 스케쥴이 있었다고 말하니, 그건 밴쿠버에서 환승하는거니까 밴쿠버에 가서 물어보란다. 그 쪽 터미널에서 따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서 여기서 한번에 빅토리아로 가는 티켓을 줄 수는 없단다. 어짜피 캐나다 어디로 가던 밴쿠버는 거치게 되므로 일단 밴쿠버로 가기로 했다. 디스커버리패스를 보여주고 밴쿠버행 티켓을 받았다. 우와!!! 지금껏 이렇게 고급스런 버스를 타 본 적이 없다. 각 좌석마다 전원 플러그가 있고 버스 내에서 Wi-Fi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가 있다. 밴쿠버에 들리기 전에 씨애틀에서 한번 환승을 해야하는데 씨애틀까지의 4시간은 아주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버스타면 잠만 잤었는데 ㅎㅎㅎ.

 

컴퓨터로 대충 여행 일정 다시 한번 확인하고 여행기 살짝 정리하고 하다보니 금방 4시간이 훌러덩… 씨애틀에 내리자마자 배가 고파서 바로 맥도날드로 향했다. 씨애틀의 다운타운 지리는 이미 내 손바닥 안이다. 다음 갈아탈 차 출발시간까지 40분남았으므로… 허기부터 달랠 샘이다. 난 딱히 선호하는 햄버거가 없어서 아무 콤보 번호를 불러주고 달라했다. 크리스피랑 뭐 어쩌고 저쩌고 선택하란다. 난 이런거 모른다. 그냥 크리스피 달라고했다. 씨애틀 버스터미널에서 햄버거를 맛나게 먹고, 밴쿠버로 향하는 버스로 환승했다. 이제 다시 캐나다로!!! 이번에 탄 버스는 전원플러그가 없는 그냥 일반 버스. 잠이나 자다보니 캐나다-미국 국경에 다다랐다. 이민국사무소에서 내가 1등으로 인터뷰. 밴쿠버에서 학생비자로 공부하다가 미국 며칠 다녀왔다고 했다. 내 여권을 보더니 학생비자가 almost done이라고 하길래 그렇다고, 그래서 다음주에 우리나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학생 비자 있냐고 묻길래 홈스테이 집에 놔두고 왔다니까 그냥 여행비자로 처리해버리더라. 순간 학생비자 안 갖고 있으면 입국 못 할까봐 조마조마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무사통과. 입국 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탔다. 이제 캐나다 땅… 밴쿠버로 다시 향하는 버스… 밴쿠버에 내리면 새벽2시인데 내리면 뭘 하지?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3일차 (28/03/2011)

2011. 4. 20. 05:07

    씨애틀인지 쉽게 잠 못 이루지 못하고 설치다가 새벽에 잠들었다. 눈을 떠보니 6시 30분. 완벽한 타이밍이다. 오리건주의 포틀랜드로 떠나는 버스가 아침 8시에 있으니 씻고 아침 챙겨먹고 터미널로 가면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5분만 더 자기로 마음먹고 눈을 감았는데 50분을 더 자버렸다. 7시 20분. 그냥 쿨하게 오후 1시 버스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다니니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 기보다는 나는 정해진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무계획으로 마구 결정을 바꿔가며 하는 여행이 낯설지만 상관없다. 일단 씻고 어제와 똑 같은 메뉴의 호스텔 아침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 어짜피 빵과 과일인지라 금방 소화가 되버리겠지.

 

    어제까지 이틀간의 여행을 블로그에 남기기 위해 사진과 글을 정리하고 페이스북을 하며 잠시 시간을 때웠다. 11시가 체크아웃 시간이라 잠시 쉬다가 여유있게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표부터 구해놓고 어제 못다한 시내구경을 다닐 생각으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체크아웃을 했다. 포틀랜드행 버스 출발 시간은 오후 2시. 백팩을 등에 짊어지고 한손에는 노트북가방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디카를 든 채로 그레이하운드 버스 터미널이 있는 다운타운까지 가는 도중 특이하게 생긴 큰 건물을 발견했다. 입구에 Return Book 이라는 회수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이 바로 어제 깜빡하고 들러보지 못했던 씨애틀 도서관! 도서관이 한 건물을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한 블록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ESL 파티션에 가서 괜히 Advanced에 있는 책들 좀 훑어보다가 Korean 파티션에 가서 오래된 한국 책들이 전시된 것들도 보다가… 작은 소극장 같은 곳을 발견했다. Microsoft에서 기증한 Microsoft Auditorium 이란다. 씨애틀에 Microsoft 본사가 있어서 이런 기증도 받나보다. 사실 MS 본사도 들러보고 싶었는데 다운타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 외곽으로 나가야 했기에 그거 하나 밖에서 구경하려고 가보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가보질 않았었다.

 

    초라한 씨애틀 그레이하운드 버스 정류장에 도착. 씨애틀이라는 이름과 다운타운의 수많은 고층 빌딩에 걸맞지 않게, 아주 작고 촌스럽고 조금은 지저분하기도 하다. 몇 년 전에 군생활 할 때 휴가때마다 들리던 옛 원주터미널이랑 흡사한 모습이다. 원주 터미널, 지금은 새로 바뀌어서 좋아졌다던데…

 

    아직 승차 시간까지는 거의 1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한 두 사람씩 줄을 서기 시작하자 너도 나도 따라 줄을 선다. 나도 잽싸게 순위권으로 줄을 섰다. 출발 30여분 쯤이 되자 줄이 길어서 아예 터미널 바깥까지 이어져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분은 줄이 건물바깥까지 이어져있는데도 멀뚱히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직원한테 이 줄이 포틀랜드로 가는 줄이냐고 묻더니 뒤늦게 저 뒤로 가서 줄을 선다. 포틀랜드로 가는 줄 알았으면 내가 줄서라고 말해줬을텐데.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안되서 창 밖으로 비가 쏟아진다. 아아… 이번 나의 여행은 비와 뗄 수 없는 인연인가보다. 자다가 눈뜨기를 열댓번 반복한 끝에 4시간여만에 포틀랜드에 도착했다. 터미널이 굉장히 넓고 깔끔하다. 도착하자마자 씨애틀에 도착했을 때 어리버리까던 때와는 달리 잽싸게 현재 위치 파악 후 미리 메모해두었던 포틀랜드 유스호스텔 위치로 향했다. 걸어서 12블록. 계속 도로를 건너는데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는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일단 멈춰섰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지나가던 차도 정지선에 멈춰서는 나보고 먼저 가라고 손짓하다. 오히려 차에게 양보하는 내가 약간 쌩뚱맞다는 표정이다. 작년에 캘리포니아 탐방 후 귀국했을 때, 공항에 나오자마자 미국에서 하던 대로 건널목에서 안심하고 건너다가 택시에 치일뻔했던 기억이 난다. 서양의 이런 보행자를 배려하는 문화는 본받아야 할 듯. 사람이 먼저지 차가 먼저가 아니니까.

 

    쉽게 호스텔을 찾았다. 약간 펜션 같은 느낌이다. 씨애틀에서 같은 버스를 탔던 어떤 여자여행객이 짐이 너무 많아서 호스텔 앞 계단에서 낑낑대고 있길래 좀 도와줬다. 커다란 캐리어에 커다란 배낭에 이불을 들고온건지 2m는 되어보이는 초무거운 침낭백까지 들고있다. 세상에 덩치도 작은데 도대체 무슨 깡으로 이런걸 다 들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자기는 뉴질랜드에서 왔단다. 뭐 여하튼 이런 간단한 도움 주고 영어로 대화 좀 했다. 이런 사소한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으하하.

 

    이 곳에서의 하루 숙박은 단돈 24$. 씨애틀에서보다 12$이나 싸다. 대신 아침 제공이 없다는 것이랑 시설이 씨애틀에서보다 못하지만 그래도 지낼 만하다. 6인실을 배정받고 들어가보니 침대는 마구 어질러져 있는데 아무도 없다. 일단 저녁시간이므로 대충 짐을 정리하고 호스텔 직원에게 물어 근처에 있는 마켓으로 갔다. 아뿔사, 라면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완전 서양 마켓이다. 다운타운에 차이나타운이 있다던데 그 쪽의 마켓에나 가야 한국라면 구할 수 있을 듯. 달랑 하루 묵을 건데 뭐 재료 사서 요리를 하기도 마땅치 않고 뽀글이도 해먹을 수 없고 대체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뭐 치킨 어쩌고 저쩌고 라고 되어있는 냉동식품을 샀다. 전자레인지에 10분만 돌리고 먹으면 된다고 적혀있다. 군시절 PX에서 냉동먹던 그 때 그 시절이 기억난다.

 

    바로 호스텔로 돌아오지 않고 동네를 살짝 돌아보았다. 유럽풍의 특이한 건물들이 많다. 유럽풍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유럽풍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씨애틀과는 사뭇 다른 느낌. 호스텔로 돌아와 10분 돌려야 하는 냉동음식을 배가 고파서 9분만 돌리고 꺼내보았다. 치킨 덩어리 2조각이 양념이 되어있다. 기름기가 약간 고인 것이 그리 먹음직 스러워 보이진 않지만 나이프와 포크를 꺼내서 스테이크 먹듯 썰어먹었다. 젓가락이 있으면 참 좋으련만, 호스텔에 젓가락이 있을 리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챙겨오는건데, 여기서도 첫 여행 티가 팍팍나고 있다.

 

    아무도 없는 내 방에 들어와 포틀랜드 다음 목적지로 어디가 좋을지 찾아보고 있는데 어느 외국인이 들어온다. 맥주먹고 있는데 같이 먹자고 하길래 속으로 앗싸라비아를 외치며 따라나가서 맥주 한 캔 얻어먹고서 같이 맥주 먹던 녀석들과 밖으로 나갔다. 2명은 영국녀석, 2명은 미국녀석들. 밖에서 다같이 담배를 피며 서로 어디서 왔냐 어디어디 가봤냐 등을 묻는다. 물론 나는 비흡연자이므로 제외. 그러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고 남북으로 갈라진 이야기를 하다가 나 군인이었다라는 말을 하자마자 난리가 났다. Cool, Awesome 등… 나랑 주먹도 부딪혀주고 안고 하면서 축제분위기다. 그리고는 사람 죽여봤냐고 묻는다. 내가 한국에선 개나소나 군대 다 가고 사람죽여본 군인 거의 없다고 했는데도 군인이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가보다. 대충 떠들다가 근처 펍으로 향했는데 펍 바로 앞에서 애들이 들어가길 머뭇거린다. 펍 앞에 만21세 미만 입장 불가라고 붙여져있다. 만 20세도 아니고… 나와 다른 한명을 제외하고는 다 만20세다. 이런 어린것들… 결국 들어가자마자 바로 튕겼다. 한 녀석은 직원한테 신분증을 보여줄 때 직원에 Sorry라면서 돌려주자 only one month 라면서 봐달라는 표정을 짓는다. 한 달 뒤에 만21세 된다는대도 얄짤없다. 결국 우린 24시간하는 타코 가게로 들어갔다. 멕시칸 음식 타코를 파는 맥도날드 같은 곳이다. 거기서타코 한 셋트씩 시켜먹었는데 딱히 한국인 입맛은 아니다. 약간 빵 쉰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테이블에 다섯이서 앉아서 내 귀에 들리는 영어는 50%가 Fucking 이었던 것 같다. 한국으로 치면 어린 것들이 입에 "존나"를 달고 사는 것마냥 모든 말에 Fucking을 붙이고 있다. 내가 계속 무슨 말하는지나 알아들어먹으면서 타코나 먹고 있자 나보고 왜 조용히 있냐고 묻는다. 난 그냥 너희들 말하는거 알아먹는거에 만족하고 있다니까 이제 나의 스피킹 차례란다. 나도 똑같이 Fucking을 써서 몇 마디 해줬다. Your speaking is fucking fast 등등 몇마디 해주자 또 난리났다. 영어 잘한다고 띄워주길래 신나서 Fucking 몇 번 더 넣어줬더니 내 영어는 완벽하단다. Fucking 쓰면 영어가 완벽해지다니, 영어 참 쉽다.

 

    타코를 다 먹고 나니 더 이상 뭐 할게 없어서 그냥 숙소로 다시 들어왔다. 나는 내일 계획도 안세우고 다음 목적지도 아직 안정해졌기에 바로 내 방으로 들어와서 인터넷 검색질을 다시 시작했다. 일단 미국에서의 일정은 포틀랜드가 끝이었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려는데 캐나다 서부로 가는 대부분의 경로는 밴쿠버를 다시 지나야 한다. 밴쿠버에서 씨애틀까지 내려오는데 4시간, 씨애틀에서 포틀랜드로 내려오는데 또 4시간이 들었으니, 최소한 여기서 밴쿠버까지 돌아가는데는 최소한 8시간이 걸린다. 딱히 내가 밴쿠버로 다시 가서 할 것은 없었기에 밴쿠버가 아닌 그 근처 도시로 가는데 가장 짧게 걸리는 곳이 14시간씩 걸린다. 밴쿠버나 씨애틀에서 몇시 간씩 다음 갈아탈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기때문이다. 안그래도 짧은 9박 10일인데 버스안에서 시간 다 보내게 생겼다. 뭐 어쩔 수 없이 빅토리아로 향하기로 했다. 소요 시간은 밴쿠버 터미널에서 새벽에 5시간 대기할 각오를 하고 총 18시간 소요. 하루 숙박비는 노숙으로 아낀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호스텔에서 얻은 포틀랜드 관광지도에 내일 들릴 주요 장소들을 펜으로 표시하고 잠들 준비를 해야겠다. 이미 밤 12시가 넘은 시간. 부엌에서 남은 맥주를 처리하던 녀석들이 한 명씩 들어와 곯아떨어진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2일차 (27/03/2011)

2011. 4. 20. 04:52

    어제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씨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가 있다던데, 내가 어제 씨애틀에서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어 빗소리에 눈을 떳다. 젠장할, 오늘 씨애틀 시내 구경할 예정인데 비가 오다니…

 

    일단 좀 씻고 부엌으로 갔다. 어제 체크인할 때 아침식사로 팬케잌이 나올거라 하더니 빵 2종류와 바나나, 오렌지, 사과 쥬스, 우유 이렇게 있다. 한 접시 가득 담아 먹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다. 이 정도 포만감이면 저녁까지도 거뜬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곧 착각이 되었지만…

    체크아웃 하면서 오늘 밤도 더 머무르고 싶다고 하자 그러라고 하면서 바로 키카드를 갱신해준다. 난 따로 체크인시간까지 못 들어가고 기다려야 하는지 알았는데 그런거 없이 지금부터 내일까지 계속 쓰란다.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면 3$내고 쓸 수 있는 라커에다가 짐 넣어놓고 다운타운 구경 후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지금 바로 이용 가능하다니 다시 올라가서 라커에 노트북과 물만 빼고 다 집어넣고 잠그었다.. 이제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내로 향했다.     

 

    어제 호스텔에서 얻은 씨애틀 다운타운 지도를 펼치고 바로 퍼블릭 마켓으로 향했다. 씨애틀도 밴쿠버처럼 거리가 참 구성이 잘되어있어서 길 찾기가 정말 쉽다. 퍼블릭 마켓에 들어서자 이제 갓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다. 주로 꽃가게나 공예품가게들이 많았다.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아서 10여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반대편 끝으로 빠져나올 수 이었다. 그런데 바로 도로 건너에 사람들이 어느 가게에 줄을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갈색 간판의… 스타벅스다.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스타벅스 1호점!!! 듣던 대로 아주 작은 테이크 아웃 전문점이면서 1호점 답게 여러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난 커피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그냥 들어가서 사진이나 찍었다. 기념품을 사더라도 더 이상 캐리어에 기념품 따위 넣을 공간이 없으므로 당연히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어짜피 나는 기념품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침에 먹은 빵과 과일이 순식간에 소화가 되고 배에서 연료공급을 촉구하는 신호를 울린다. 점심은 뭘 먹을지 먹을 만한 식당이 있나 두리번 거리다가 퍼블릭 마켓 안에서 한국음식 가게를 발견했다. 메뉴 중에 Dosirak(도시락) 이라는 것도 있다. 이걸로 주문하자 아주머니께서 뭐라고 묻길래 Sorry? 했는데 아줌마가 I think you are Korean라고 하신다. Yes 했더니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왜 한국말 세 번이나 했는데 못 알아듣냐며 쌀밥이랑 프라이된 밥이랑 고르라고 하셨다. 한국인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국말을 하실 거라고 예상 못 했는데 기습적으로 한국어를 쓰시다니… 밥과 함께 막 이것저것 담아주시는데 아무래도 나 귀엽다고 더 많이 담아주시는 듯 하다. 온갖 치킨과 튀김 등 왕 푸짐하게 담아주셨는데 7$ 밖에 하지 않았다. 내가 항상 추구하는 가격대비 성능의 이상향이다.

 

    퍼블릭 마켓을 한 세 바퀴는 돌고 나서야 스페이스 니들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 씨애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뭔가 엑스포 탑 같은 것이 불쑥 솟아있는 것을 보았는데 바로 그게 스페이스 니들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엘리베이터 같은 것을 타고 탑 위로 올라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 그것도 10$이 넘는 돈을… 그냥 시내 한번 구경하는 것 뿐인데 그런 돈을 내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탑 사진만 찍고 근처에 퍼시픽 사이언스 센터로 갔다. 지도에는 EMP / SFM 이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Experience Music Project / Science Fiction Museum 의 약자란다. 이것도 입장료가 있는데 학생할인 받아서 12$을 내고 들어갔다. 작년에 실리콘 밸리 탐방갈 때 만들어 둔 국제학생증이 이럴 때 한번씩 쓸모가 있다.

 

    음악과 과학을 접목시켜 여러 가지 볼거리 등을 만들어 놓았다. 드럼이나 기타 등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체험관이라던가 DJ가 되어볼 수 있는 DJ체험기 등. 그리고 여러 유명 음악인들의 일대기 또는 인터뷰 등을 볼 수 있었고, 심지어는 여러 명이 입장하여 나름의 콘서트를 하고 이 영상을 CD로 제작해주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이 서비스는 별도의 요금이 필요했으므로 난 쿨하게 패스했다. (혼자였으니 같이 공연할 사람도 없고…)

 

    EMP / SFM을 나와서 주위 여러 건물을 둘러봤는데 다들 어린이들을 위한 센터였다. 주말을 맞이하여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부모님들의 모습이 참 부럽다. 내가 취직하고 나면 저런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말에도 일하느라 바쁠 듯한 나의 미래가 벌써부터 안타깝다.

 

    이제 무작정 시내로 향했다. 그러다 반스앤노블 서점으로 들어갔는데 씨애틀의 서점이라고 해서 막 거창할 것은 없었다. 그냥 부산의 교보 문고랑 별 차이 없는 듯. 그래도 책들이 캐나다보다는 훨씬 싸다. 지금은 미국 환율이 더 싼데 대부분의 책들이 캐나다달러로는 더 비싸게 받는다. 이런 아이러니함이… 딱히 책 살 생각은 없어서 그냥 쇼핑몰과 이어진 다른 출구로 나왔다. 어쩌고 저쩌고 플라자였는데 난 워낙 쇼핑에 관심이 없는 터라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가 아무것도 안 해보고 그냥 바로 내려왔다. 점점 다리가 아파온다. 오늘 하루 온종일 걷기만 한 탓이다. 밖으로 나오니 치즈 팩토리라는 건물이 있다. 씨애틀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아는 누님이 이 곳 음식 맛있다고 추천하던데 혼자가서 먹을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시간은 이미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점심을 빵빵하게 먹었기 때문에 배도 고프지 않았으니까. 이미 난 지쳐서 호스텔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가는 길에 씨애틀 방문자 센터를 들렀다. 뭐 볼 거 다 봐놓고 이제 들러서 뭐하겠냐마는… 컨벤션 트레이드 센터 1층의 구석 탱이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는 방문자 센터를 보니 뭐 별거 없었다. 미리 왔더라도 그다지 건질만한 것은 없었을 듯. 그냥 안내 데스크 하나에 여러 개의 투어 팜플렛들. 관광지도에는 무슨 방문자들을 위한 건물이 하나 딱 있을 것 같이 나와있더니만…

 

    5시가 다 되어 호스텔로 향했다. 차이나타운에 들어서자 돼지비계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어제는 이런 냄새가 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탓일까? 방에 들어오자마자 짐은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 뻗었다. 한 두 시간쯤 잔 것 같다. 어떻게든 저녁은 해결해야 하므로 어제 갔던 아시안 마켓에 갔다. 오늘은 뭔가 사서 요리를 해보려 했는데 막상 혼자서 한끼를 해먹을 만한 요리가 없다. 결국 또 뽀글이를 먹기로 했다. 어제는 라면이었으니까 오늘은 우동. 그리고 66센트짜리 싸구려 중국산인지 일본산인지 모를 음료수를 샀다. 한국 수정과 캔음료가 먹고 싶었는데 이건 99센트라서 사지 않았다. 독특한 맛의 음료수… 다음에는 33센트를 더 주고 검증된 음료를 마시리라…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어제에 비해 사람이 별로 없다. 쓸쓸히 우동 뽀글이와 음료수를 먹고 내일 일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벌써 여행 이틀째, 내일이 9박 10일의 일정 중 3일차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총알처럼 지나가는구나. 내일은 아침 일찍 버스를 타러 가야 하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1일차 (26/03/2011)

2011. 3. 28. 16:05

    드디어 나의 9박 10일 여행의 첫 아침이 밝았다.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야 씨애틀을 첫 목적지로 정했다. 무려 2주 동안 빅토리아를 첫 여행지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빅토리아는 밴쿠버와 가까우므로 마지막 여행지로 더 어울린 다는 나만의 근거없는 생각때문이었다.

    여행 후 다시 돌아와서 바로 공항으로 갈 수 있도록 캐리어 2개에 각 23Kg씩 빵빵하게 짐을 쑤셔넣고 거실로 내놓았다. 그리고 홈스테이맘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출입현황판을 보니 부부동반으로 시장에 가신 듯 하다. (우리 홈스테이는 현관에 출입현황판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으신다. 씨애틀로 떠나는 버스가 밴쿠버에서 2시에 출발하므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일단 시내로 나가서 HI(Hostel International) 멤버십 카드를 만들어야 했다. 이 멤버십 카드가 있으면, 그레이하운드 버스회사에서 이용 가능한 디스커버리 패스라는 정기권을 7일권 가격으로 15일권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밴쿠버에는 세 곳의 HI 호스텔이 있는데 이 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찾아갔다. 사전에 구글맵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갔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구글맵에 표시되어있던 곳의 맞은 편에서 HI 호스텔 마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들어가서 멤버십 카드만 만들 수 있냐고 하니까 그 자리에서 간단한 양식을 작성하고 여권을 보여달란다. 5분도 안되서 카드 발급. 어디서 듣기로 40$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26$밖에 하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매일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지나면서 보던 건물인데 이 건물이 기차 및 버스 터미널이라는 것은 몰랐었다. 밴쿠버에 8개월동안 너무 얌전하게만 살아왔나보다. 표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 짐에 관한 추가요금표가 보인다. 1개는 무료지만 1개 추가에는 10$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평범한 책가방에 노트북가방 이렇게 가방이 2개인데 이 노트북 가방 때문에 추가요금 10$을 내야하다니… 돈아까워서 가방 큰 것을 안사고 2개로 나눠 들고온 보람이 사라졌다. 금방 내 차례가 되어 씨애틀로 가는 표를 샀다. 여권을 보여주고나니 짐이 있는지 묻는다. 책가방이랑 그냥 노트북가방 있다고 하니까 그냥 OK 라고 한다. 따로 수화물용 태그를 주지 않는 것을 보니 추가 요금이 없나보다. 아 기분 좋다. 아직 버스 탑승시간까지는 30분이 넘게 남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 순간… 씨애틀로 가는 표가 아니라 디스커버리 패스 정기권을 사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발권창구로 달려가서 방금 샀는데 환불하고 디스커버리 패스 사고싶다고 말했다. 내 표의 출발 시간을 확인하더니 환불이 안 된단다. 방금 막 표를 산거라고 미안하다고 에걸복걸하자 누구한테 이 표를 샸냐고 물으신다. 그래서 바로 이 옆옆창구의 아저씨를 가르키며 저 사람한테 1분전에 샀다고 말하니까 그 아저씨랑 뭐라뭐라 하더니 OK라고 하시며 환불해주신다. 결재했던 카드를 건내주며 땡큐를 연발했다. 환불 후 HI멤버십 카드를 보여주며 이거 있으면 7일짜리 살 돈으로 15일짜리 정기권 살 수 있다고 들었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맞다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신다. 역시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정보들이 계속해서 도움이 된다. 239$에 15일 그레이하운드 정기권 구매 완료. 아주머니가 정기권을 주면서 캐나다에서는 그냥 바로 쓸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 정기권을 보여주고 따로 티켓을 얻어서 버스에 탑승해야 한다고 하시며 씨애틀행 표 및 세관신고서도 같이 주셨다. 웃으며 여행 잘 하라고 하시는 아주머니가 이제는 천사로 보인다.

    2시가 다되어 가자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직접 표와 여권을 체크하신다. 내 차례가 되어 내 여권과 표를 보여주자 독특한 엑센트로 뭐라뭐라 물으신다. 온라인으로 비자 신청 했냐는 말인 것 같다. 난 작년에 미국 두 번이나 갔다왔는데 뭐 또 신청해야되냐니까 오케이, 굳을 연발하며 날 탑승시켜주셨다. 작년 초, 학교의 지원을 받아 친구3명과 실리콘밸리 탐방 및 캘리포니아 여행을 다녀왔고, 작년 9월에는 어학원 친구들과 렌트해서 씨애틀 프리미엄 아울렛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혼자서 가게 되니 좀 긴장된다.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세관신고서부터 다 작성하고, 한국에서 가져왔으나 읽어보지도 못했던 베스트셀러 "정의" 한글판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어로 된 책을 너무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미국으로 가는 국경에 다 와가자, 버스기사 아저씨께서 과일이나 뭐 상품같은거 있으면 세관신고서에 적고 세관서 직원들한테 말하라는 말을 하신다. 그제서야 아침에 집을 나올 때 가방에 바나나를 하나 넣어왔던 게 생각났다. 세관신고서에는 과일 따위 없다고 체크했는데…, 일단 급히 바나나를 꺼내서 먹어버렸다. 하지만 껍질은 치울 방법이 없어서 가방에 다시 넣고서 혹시나 걸리면 이건 바나나가 아니라 껍질이라고 우기기로 했다. 이러나 쫓겨나서 미국 못가게 되면 나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것인가 라는 걱정과 함께…

    내가 세관검사에서 1등으로 줄을 섰는데 비자가 만료됬다고 비자 신청 다시 해서 오란다. 아까 버스기사 아저씨가 버스탈 때 초록색 종이 흔들면서 나한테 비자 묻던게 바로 이거였구나… 3개월이 지나면 비자 만료된다는데 난 작년 9월에 미국왔었으니까 지나도 한참 지났지. 다시 작성 후 꼴지로 세관통과했다. 짐 검사하는 곳에서 내가 사실 바나나껍질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자 바나나는 상관없단다. 아주 간단하게 모든 검사 완료. 다시 버스 탑승 후 씨애틀로 향했다. 한 30분 지나자 작년에 이탈리안 페데리코 형님과 함께 직접 카 렌트로 왔던 씨애틀 프리미엄 아울렛이 나온다. 페데리코 형님은 잘 지내시는지…, 사실 어학연수를 마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려 했었는데 비행기 값이 너무 비싸서 갈 수가 없었다. 나중에 신혼여행때나 갈 수 있을 듯. 문득 페데리코 형님이 무지무지 보고싶어졌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어서 씨애틀에 도착했다. 이제 유스호스텔을 찾을 차례. 낮에 내가 가입했던 HI호스텔로 가입된 호스텔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을 하기 위해 커피숍을 찾아 들어갔다. 난 커피를 안먹으므로 쿨하게 핫초코 스몰사이즈를 주문했다. 그리고 무선인터넷 쓰고싶다니까 패스워드 그런거 없고 그냥 att로 시작하는 신호 잡아서 인터넷 켜면 약관나오니까 체크하고 동의클릭하면 바로 쓸 수 있단다. 예전에 블렌즈 커피숍은 커피든 뭐든 주문해야 따로 패스워드같은거 받아서 2시간 쓸 수 있던데, 스타벅스 무선인터넷은 패스워드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핫초코를 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에 돈이아까웠다. 이 핫초코를 오늘의 저녁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찾는 유스호스텔이 걸어서 한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수많은 고층 빌딩사이를 서울 처음 온 촌놈마냥 두리번 거리며 걸어간다. 밴쿠버도 그렇지만 여기도 참 거지들이 많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분위기가 약간 음산하게 변했다. 인적도 그리 많이 않고 군데 군데 행실이 좋아 보이지 않는 형님들이 무리를 지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침을 뱉고 계신다. 전혀 개의치 않는 척하면서 유스호스텔이 있어야 하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못 찾겠다. 역시나 구글맵이 약간의 에러를 보여주시는 듯. 분명 씨애틀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 바로 보여야하는데 전혀 보이질 않아서 30여분을 멤돌았다. 중국가게들 틈에 끼여있는 HI 마크가 윈도우에 프린트되어 붙여져있는 호스텔 발견! 나는 지금껏 따로 HI마크의 간판을 찾고 있었는데 여기는 간판이 American Hostel 이다. 윈도우에 내 손바닥만한 HI마크 딱 붙여놓고서는… 여하튼 반가웠다.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니 다행히도 자리가 있단다.

 

    4인실 방을 받아서 들어가니 어떤 동양인이 내 침대의 2층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한국인한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일본인이라고 하면 "아나따와 니혼진데스까?, 와따시와 칸코쿠진데쓰"라고 말하고, 중국인이라고 하면 "니슈중궈런마? 워슈한궈런"이라고 해줄려고 했었는데… 잉글랜드에서 왔단다. 이름은 사이먼. 그래서 그냥 "나이스미츄"밖에 해주질 못했다… 캐나다에 8개월을 있었으면서도 아직 동양인을 보면 국적도 동양일 것이라는 편견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까 먹은 핫초코로는 저녁 해결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켓을 찾아 나섰다. 한블럭 건너서 아시안 마켓이 있다. 차이나타운이라 아시안마켓이 있나보다. 의외로 일본음식 뿐 아니라 한국음식도 많았다. 컵라면 뿐 아니라 김치 및 소스 등 거의 모든 것을 팔고 있었다. 이 주위에 한국인들도 많이 사나보다. 딱히 한끼 해결할만한 것이 없어서 간지나게 삼양라면을 사와서 뽀글이를 만들었다. 스프를 넣고 이제 뜨거운 물을 넣으려는데 옆에서 막 뭔가 요리를 끝낸 중국 처자가 내게 조용히 자신이 다 쓴 작은 냄비를 건낸다. 내가 필요없다고 하고 뜨거운물을 바로 봉지라면에 넣어버리자 살짝 놀라는 눈치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예비역의 강인한 생존력이라는 메시지를 한 껏 풍기며 한 쪽에 자리 앉아 아이팟으로 페이스북이나하며 뽀글이를 먹었다.

    방에서는 인터넷이 잘 잡히지 않아 휴게실로 노트북을 들고 나와 내일 씨애틀 시내 관광 일정을 짜고 있는데 어떤 키 큰 외국인이 와서는 자기 노트북이 10분뒤에 자꾸 절전모드로 들어가는데 고치는 법 아냐고 묻는다. 옆에서 인터넷을 하던 내 룸메이트 사이먼이 자기가 봐주겠단다. 이 녀석의 영국 엑센트를 자꾸 듣다보니 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캐나다에서의 영어엑센트, 그리고 지금 이 곳 미국에 와서 듣는 미국 엑센트, 그리고 룸메이트의 영국엑센트가 다 틀리다. 내가 언제 이런 엑센트까지 듣게 되었나 싶다. 예전엔 그냥 영어는 영어일 뿐이었는데… 여하튼 사이먼이 잠시 보더니 자기는 모르겠단다. 알고보니 그 키 큰 외국인의 노트북에는 운영체제가 윈도우가 아니라 쿠분투였다. 나는 우분투와 윈도우7을 쓰고 있지만 쿠분투를 직접 쓰고 있는 사람은 처음 봤기에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뭐라고 블라블라 말하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들어서 쏘리를 2번이나 연발했다. 자기 나라 이름을 말하는데 못알아들으면 실례인 것 같아서, 그냥 아하~ 하면서 아는 척 했다. 밀라노라고 말한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내가 네 나라에서는 쿠분투가 대중적이냐고 하니까 노트북 여기 와서 샀단다. 그래서 설정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내가 쿠분투를 써본적은 없지만 어짜피 그런 기본적인 설정이야 거기서 거기 아닌가. 그냥 Setting 에서 Power Managerment 찾아서 원하는대로 고쳐줬다.

    밤12시가 다 되도록 인터넷으로 여행계획을 짰다. 원래는 오늘 밤에 씨애틀 좀 둘러보고 내일 오전에 마저 둘러보고 오후에 떠날 생각이었는데 내일 하루종일 씨애틀 구경하고 모레 일찍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아마도 오리건주의 포틀랜드가 될 듯. 앞으로 남은 9일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어쨌든 나의 첫 여행 첫 날은 이렇게 무사히 지나간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5일차. 인텔 박물관과 기술혁신 박물관

2010. 3. 7. 06:55

2010. 01. 30

 오늘은 사전에 약속된 스케쥴은 없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Intel Museum과 Tech Museum을 방문할 예정이다. 간만에 늦게까지 푹 자고서 Intel Museum으로 향했다. Inter Museum은 Intel 본사와 함께 위치하고 있었다.

 

   

 

 박물관에 들어가보니 단순히 전시된 것들만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이 직접 인텔의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제일 처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이 바로 기계어 코딩 기계다. 몇 십년 전에 실제로 이렇게 생긴 기계로 코딩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0과 1로 이루어지는 기계어 코딩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우리는 이 기계로 GNU GPP FIGHTING 이라는 문구를 출력해보기도 하였다.

 

 

 박물관의 중심부에서는 중국학생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박물관의 가이드로부터 무슨 교육을 받고 있었다. 퍼즐 같은 것들을 이용한 문제 해결 학습 프로그램 같았는데 딱히 재미있어 보이지 않아서 참여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영상인식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영상인식 후 전자명함을 만들어주는 기계 등 많은 체험형 전시물들을 비롯하여 Intel의 기술 발전 역사 전시 등 IT전공자로서는 매우 흥미있게 볼만한 것들이 많이 준비되어있었다.

 

 박물관을 한바퀴 돌고 나서는 박물관 한쪽에 따로 마련된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단순한 펜일 뿐인데도 Intel이라는 마크 덕에 비싼 펜이 되어있었다. 인텔의 최신 기술이 들어간 특수 펜은 아닐텐데. 한국에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줄 간단한 선물용 기념품만 구매하고 Intel Museum 방문을 마쳤다.

 

 

 오늘의 다음 방문 코스인 The Tech museum of Innovation 으로 향했다. 인터넷으로 간략하게 알아보고서 최신 첨단 기술을 전시해놓은 곳 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아이들을 위한 기술 체험 교육 센터였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자녀의 손을 잡고 The Tech museum of Innovation을 방문한 어른들이 많았다. 우리는 일일입장권을 사서 입장했는데,1년 입장권도 있는 것으로 보아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방문하며 함께 여러가지 기술들을 체험하며 교육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계획한 보름의 일정 중 5일간의 실리콘밸리 탐방이 끝났다.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타보고, 타지에서 렌트, 호텔 예약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했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치 외국인이 아주 많은 한국의 어느 동네에 온 것 처럼. 5일간 실리콘 밸리의 기업 및 박물관 등을 탐방하면서 느낀 것도 많았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선진국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좋은 문화들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사실 처음 미국으로 오게 될 때는 학교에서 절반가량의 탐방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5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따위는 버린지 오래였다. 

 이번 탐방은 나에게 있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나를 좀 더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우리 탐방 멤버 –태진, 성민, 하영-에게 정말 고맙고, 탐방지원금을 마련해준 국립 경상대학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4일차. Marvell을 방문하다

2010. 3. 2. 05:02

2010. 01. 29 

 오늘은 학과 교수님께서 스탠포드 대학교에 계실 적에 인연을 맺은, Marvell에 계시는 최박사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약속시간이 점심때라, 오전에는 엊그제 미처 다 둘러보지 못했던 스탠포드 대학교를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한번 와본 곳이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Visitor Parking 에 차를 세우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인터넷으로 스탠포드 대학교에 대해 알아보다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먼저 이 조각상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물어물어서 조각공원을 찾았다. 그런데 여러 조각상들 중 생각하는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억지로 찾는다면 헬게이트에 아주 작은 생각하는 사람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 정도… 분명히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때 스탠포드 대학교에 있다고 되어있었는데. 한참을 이 주위를 멤돌며 찾다가 결국 다른 사람에게 또 물어보기로 했다. 역시나 방금 우리가 뒤지던 조각공원쪽을 가리킨다. 이상하다… 동명이물(同名異物)의 작품인 것일까? 또 다시 지나가던 학생을 붙잡고 물어봤다. 고맙게도 가방에 있던 맥북을 꺼내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하더니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의 위치를 찾아준다. 맙소사. 조각공원에 있던 건물 안에 우리가 찾던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이 있었다. 우리가 너무 일찍 와서 박물관 문을 열지 않은 것이었다. 11시가 되어야 Open이라고 적혀있다… 어휴. 11시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약속했던 점심시간에 맞춰 Marvell에 도착했다. 미국에 와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주택을 비롯한 건물들이 화려하지 않고 참 소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Marvell은 달랐다. 입구로 들어오면서 부터 번쩍번쩍하는 건물들을 볼 수 있고, 로비로 들어서자 큰 수족관과 휘황찬란한 쇼파로 꾸며져있었다. 알고보니 Marvell를 설립한 사람이 화교란다. 로비 뿐만이 아니라 건물들 여기저기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고,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들로 인테리어 된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로비에 최박사님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니 구글처럼 우리의 이름과 최박사님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나눠준다. 이것을 가슴에 달고서 기다리니 로비에서 연락을 받은 최박사님이 우리를 맞이하러 나오셨다. 일단 먼저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구글은 완전 공짜였는데 아쉽게도 여기는 공짜는 아니다. 예전에 회사 사정이 아주 좋을 때는 공짜였다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식비는 지불해야 했다. 최박사님께서 우리 식비까지 한번에 계산해주셨다. 최대한 한국음식과 가까운 중국요리들을 골라 접시에 담았다. 어휴, 이제 서양식의 육류는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테이블에 앉아서 여러 궁금했던 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사실 Marvell 회사도 미국의 반도체 전문 업체라고만 알고 있었지, 자세히는 알고 있지 못했기에 Marvell은 어떤 회사인지에서부터, 현재 IT업계 동향 및 한국과의 근무환경 비교 등등 궁금했던 것들을 맘껏 물어보았다. 최박사님께서도 굉장히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최박사님께서 사주신 커피를 들고서 회사 구경을 시작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화려한 인테리어다. 번쩍번쩍 빛나는 건물 외관만 보아도 인테리어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CEO가 동양인이다보니 회사내의 분위기도 구글 등의 다른 기업보다는 더 동양적인 분위기임을 느낄 수 있었다. 서양은 매우 자유롭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근무환경인 반면에 Marvell은 어느 정도 격식을 중시하는 분위기랄까…, 건물 자체부터 굉장히 현대적이고 사무적이다보니 괜시레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두 시간여의 Marvell 탐방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주위를 둘러보니 YAHOO, ORACLE, AMD 등 유수의 기업들을 볼 수가 있었다. 사전에 컨택이 되지 않아 탐방은 불가능했지만 차에서 내려 재빠르게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이런 사진 한장 한장들도 내게는 큰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에.

 

 오늘 최박사님께서 현재 미국 경제가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라 이 쪽 지역에서도 직장을 구하거나 이직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주위의 스탠포드 대학교나 UC Berkeley 등의 명문대 졸업생이라고 해서 손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이 곳에서는 학벌이 취업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이유기이도 하겠다. 세계의 IT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라고 해서 이 곳으로 오게 되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는 그런 생각 따위는 애초에 버려야 할 것 같다. 오히려 이 실리콘밸리야말로 가장 치열하고 살아남기 힘든 경쟁의 장인지도 모른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3일차. Google 본사를 방문하다

2010. 2. 24. 01:49

 2010. 1. 28.

 어느덧 미국에 온지 3일차. 지금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조금은 헷갈릴 만큼, 이 곳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로, 매우 짠 베이컨과 빵, 우유 등. 쌀밥 없는 식사로 배를 채우고 나왔다. 오늘은 고대하던 Google을 방문하는 날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드라이브를 하는데 며칠 지났다고 기름을 넣을 때가 왔다. 미국은 기름이 싸다던데 얼마나 쌀지 궁금해진다. 주유소를 몇 군데 지나치다가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라, 사람이 없다. 무인 주유기만 달랑. 그러고보니 방금 우리가 지나쳤던 몇 군데의 주유소들도 무인 주유소였던 것 같다.

 

 

 일단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주유기에 카드 긁는 부분과 숫자버튼을 비롯하여 여러 버튼들이 있다. 셀프로 결재 후 주유하는 시스템인가보다. 우리의 VISA카드로 결재 후 주유하려는데 자꾸 에러가 났다. 몇 번 시도 끝에 결국 주유소의 매점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하니 매점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우리 카드를 긁더니 바로 지금 주유하라고 하셨다. 20$ 만큼 결재하고 기름을 넣는데 기름이 가득 찬다. 몇 갤런이더라…. 대충 계산했을 때 기름값이 한국의 절반보다 약간 더 비싼 수준이었다. 미국 오기 전에 예산 계획 잡을 때 기름 값을 많이 잡았었는데 다행히 우리 예상보다는 기름값이 훨씬 적게 들 것 같다.

 

 

 점심 때가 다되어 미리 컨택했던 안박사님과의 만남을 위해 Google의 43번 로비로 찾아갔다. 미리 Google MAP에서 43번 로비의 위치를 확인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규모가 크다보니 물어물어서 겨우 찾아갔다. 로비로 들어가서 Mr.Ahn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우리 각자의 이름과 우리가 찾으러 온 안박사님의 성함이 프린트된 스티커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안박사님께서는 로비에서 우리가 찾아왔다는 연락을 듣고 로비로 나오셨다. 이 분이 바로 우리의 Google 본사 방문을 가능하게 도와주신 분!! 사실 안면도 없었는데, 예전에 이 분의 도움으로 Google 본사를 방문했던 지인에게서 연락처를 받아서 무작정 보낸 메일 하나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완전 감동감동 ㅠ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로비에서 받은 스티커를 각자 가슴에 부착한 뒤, Google의 수많은 식당 중, 최초로 생긴 식당으로 이동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를 만큼 엄청난 메뉴들의 요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양식, 한식 수준이 아니라 각국의 나라별로 요리가 거의 다 준비되어 있는 듯.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서 접시에 담았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것저것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서 식사를 즐겼다. 아, 내가 Google 본사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니!!! 아쉽게도 야외가 아닌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식당에서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Google의 본관 건물부터 시작해서 주요 건물 등에 대해서 Mr.Ahn이 직접 우리를 안내해주셨다. 처음에 구글 본관을 거쳐 Google 설립 당시의 최초 서버를 구경했다. 어느 두 대학원생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구축했던 서버. 마치 엊그제의 HP Garage를 볼 때의 느낌과 마찬가지로, 어려움 속에서의 도전 정신에 대단한 존경심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구글 건물 내로 들어가서 말로만 듣던 실제 Google 직원들이 근무하는 큐브라고 불리는 공간(4인 1실의 사무실)도 구경하며 건물을 지나가는데 일정 거리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과일과 음료수, 커피등이 준비된 공간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무료. 물론 방문객들인 우리들도 무료였다. 그냥 먹고 싶으면 아무나 집어들어 먹어도 상관이 없었다.


 야외로 나와보니 마치 여러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기도 하고, 원반을 던지며 놀기도 하고… 노트북을 들고 나와 잔디에 누워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심지어는 1인용 크기의 수영장까지 있었다. 대체 여기가 테마파크인지 기업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마지막으로 Google Shop에 들러 여러 가지 Google 관련 기념품들을 구경하였다. 온라인으로도 Google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들도 많고, 특히나 이 곳은 Google 직원의 초대가 있지 않은 이상 들어올 수 없는 곳이기에 우리들은 안박사님을 기다리도록 하는 실례를 범하며 눈이 뒤집힌 채로 30여분간 쇼핑에 미쳐 Google T셔츠, Google 마우스패드 등의 여러 기념품을 구입하였다.


 이렇게 구글의 핵심 건물들(?)을 둘러보고 테라스에 둘러 앉아 간단한 인터뷰를 나누었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의 근무 환경은 어떠한지, 인근의 스탠포드대학교 같은 명문대와의 산학연이 이루어져 있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 그리고 제일 중요한 IT업계 선배로서 아직 학부생인 우리들에게 조언 한마디도 부탁드리며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바쁘신 와중에도 무려 두 시간이 넘도록 시간을 내주셔서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게 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 안박사님과 이별할 시간이 왔다. 이제 우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어도 직원 동행이 없으므로 Google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김 셋트 등의 작은 선물을 전해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헤어졌다. (미국에선 김 같은 한국 음식을 못 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조금 비싼 돈 주고서 선물 셋트로 사왔는데, 알고 보니 한인 만트에 가면 한국의 모든 것들이 다 팔고 있었다)

 

 

 우리가 렌트카를 주차해놓았던 곳으로 가던 중에 차 위에 이상한 기구같은 것들이 장착된 차를 발견했다. 바로 이 차가 Google MAP Street View 촬영 차량!!!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들이 이런 장비들로 구현되고 있었다니. Google에 들어올 때부터 모든게 감탄의 연속이다. 렌트카를 타고 나가다가 출구 바로 앞에서 뭔가가 아쉬워 차를 세우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다가 경비한테 걸려서 바로 나왔다. 험악하게 뭐라 한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대해주기는 했는데 뭔가 경비의 포스가 남달라서 우리가 압도당했다. 그래도 기념 샷들을 몇 장 더 남긴 것에 만족이다.

 

 내가 감히 Google에 입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 중 안박사님께 Google의 입사 과정에 대해 여쭤보았었다. 취업 과정은 어떠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다.

 안박사님께서 Google에 입사할 때가 생각나시는지 빙긋 웃으시며 말하시길 혈연/지연/학연은 물론이고 학벌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처럼 공채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짧은 면접만으로 우르르 뽑는 것이 아니라 수시 채용으로 한명을 뽑기 위해서 몇번의 전화 면접을 거친 후 직접 본사로 와서 하루종일 여러명의 면접관과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하셨다. 어느 면접관이 어느 내용으로 자신과 면접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테크니컬 스킬은 물론이고 마치 아이큐 테스트같은 면접을 하기도 했다고 하셨다. Google만의 독특한 방식이 아니라 이 쪽에서는 일반적인 채용 방식이었다. 오로지 실력, 그리고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를 선발하기 위한 수많은 면접들…. 오로지 스펙이라 불리는 숫자놀음에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몇번의 짧은 면접으로 입사하게되는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채용방식이다.

 또 한가지 나의 질문. 정말 학벌을 보지 않는다면 대학원을 졸업하였다고 해서 입사시 유리한 점이 없는지에 대해 여쭤보았다. 대답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 한가지 경력으로서 참고사항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대학원 진학은 자신의 학구열에 의한 것일 뿐. 사실 나도 그 스펙이라는 대세에 따라 대학원도 조금은 고려하고 있었기에 뜨끔하였다.


 휴… 이제 곧 4학년이 될텐데, 내가 Google에 지원이나마 한번 해볼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Google 방문도 이렇게 현실로 이루어졌는데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어라는 큰 장벽. 이 장벽을 넘어서면 Google 뿐만이 아니라 더 수많은 기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PS. 죄송하지만 구글 본사 방문 건에 대한 문의는 받지 않겠습니다. 저도 지인을 통해 구글 직원분을 알게 되서 방문하게 되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하셔서 박사님께 누를 끼치게 될 것같네요.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2일차. 스탠포드 대학교를 방문하다

2010. 2. 21. 04:43

  아침 6시에 기상하여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할 때, 영국식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고 나와있었는데, 과연 영국식 아침 식사는 어떨까 기대되었다. 괜히 막 옷도 신사답게 잘 차려입어야 하는지 걱정했는데 그냥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기에 식당엔 아무도 없었고 아침 식사 준비가 바삐 이루어 지고 있었다. 따로 식사를 주문해야 되는 것은 아니고 뷔페식으로 알아서 접시에 덜어 먹으면 되는 것 같았다. 메뉴는 베이컨과 소시지, 빵, 오믈렛 및 여러 음료수들이 있었다. 메뉴들 옆에는 따로 TIP을 담는 접시도 있었다. 여기에 TIP을 담는다고 해서 누가 고맙다고 말 해주는 것도 아닌데, 아… 잘 모르겠다. 이게 바로 문화의 차이인가보다.

 

 

  베이컨은 좀 딱딱하고 고기들이 짠 맛이 났다. 빵은 그냥 밀가루 부침개 맛인데 소스가 없으면 밋밋해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맛의 차이인가보다. 나름 먹을 만 했다.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렌지 하나를 들고 나오는데, 문에 먹을 것을 들고 나가지 마라고 적혀있었다. 난 벌써 들고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서 갖다 놓을까 하다가 그냥 그대로 들어왔다. 아 민망하다. 부끄럽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산호세의 명소인 Winchester Mistery House 를 보러 갔다. 이 곳은 연발총을 개발하여 엄청난 부를 쌓은 윈체스터의 며느리인 사라 윈체스터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 (태어난 지 몇 주만에 죽은 자식, 남편, 시아버지)이 죽어버리자 윈체스터가 개발한 총으로 인해 죽었던 사람들의 유령들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여 이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확장시켜 지은 집이다. 유령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벽에 문이 달려있고, 막혀버린 천장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 등 매우 괴상하게 생겼다고 들었었다.

  9시부터 투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우리는 너무 일찍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9시가 다 되자 노부부 3쌍과 수녀 2명과 신부1명이 도착하여 우리와 같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가이드는 아주 덩치가 좋으신 할머니께서 맡아주셨는데, 우리보고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시더니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은 못해준다고 하셨다. 주위 사람들은 웃으시고 우리는 “It’ OK”를 외쳤다!!!

  내부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서 가이드 할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희안하고 말도 안되게 지어진 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쌩뚱맞게 벽에 의미없는 문이 달려있고, 바닥에 창문이 있는 등 유령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갖가지 기괴한 것들이 많았다. 이 외에 실제 윈체스터가 사람들이 이용했던 침대와 부엌, 거실 등이 다 보존되고 있었다. 가이드 할머니의 말이 빨라서 많이 알아듣지는 못했다. 미리 사전 조사를 해 가지 않았다면 거의 뭐 이해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하다 올 뻔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는 법이다. 한 시간만에 투어 프로그램이 끝났고, 우리는 급히 사전에 컨택했었던 산호세 새소망교회로 향했다.

 

  12시에 새소망교회에서 Mr.임을 만나기로 했는데 딱 시간맞춰 도착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정말 반갑게 맞아주시고 따로 회의실에서 우리가 미리 준비한 내용에 대해 간단히 인터뷰도 가졌다.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에 위치하고 있는 교회이다보니 (교회 옆에 야후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 실리콘밸리에서 IT업계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Mr.임께서 식당에 식사도 준비되었으니 같이 밥도 먹자고 하셨다. 그래서 따라 식당에 갔는데 먼저 식사하고 계시던 분들이 박수치며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이 분들이 누군지도 모른채 그저 뻘쭘하고 이렇게 맞아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우리는 각자 흩어져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는데.. 맙소사. Mr.임께서 미리 우리들이 한국에서 IT업계 탐방을 위해 미국까지 왔다는 것을 다른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분들께 연락을 하셨었나보다.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했던 분들은 루슨트 테크놀러지에서 근무하시다가 최근에 이직하신 분, 야후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 등등…, 내가 오늘 오후 일정은 스탠포드 대학 탐방이라고 하자 스탠포드 대학원을 나왔다며 스탠포드를 가면 여기저기를 가보라고 조언도 해주시고 …. 교회 오는 길에 야후 본사를 보고 감탄하고 난리 부르스를 쳤었는데 지금 내 바로 옆에 야후 본사에서 일하시는 분이 같이 떡국을 먹고 계신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식사를 마치고, 많은 분들이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잠시 시간을 내주셔서 회의실에서 모여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야후 뿐만 아니라 오라클 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벤처 CEO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과 최근 IT업계 동향과 모바일 산업의 동향, 한국에서와 미국에서의 IT업계 차이 및 동종 업계 선배님으로서 우리에게 해주시는 조언들까지 한마디 한마디가 뼈와 살이 되는 귀한 말씀을 해주셨다. 다들 근무 중에 교회로 식사하러 오신 것이었기에 점심시간에 오래 계실 수가 없어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정말 내 생에 다시 있을까 말까한 값진 경험이었다.

 

  이렇게 새소망교회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후 3시에 있을 스탠포드 대학교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스탠포드로 향했다. UC버클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곳에서도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헤맸다. 한국은 그냥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주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기서는 주차금지구역은 확실하게 지키고 있다. 교내 주차태그도 없어서 교내에 주차를 하지도 못하고 겨우 Visiter Parking을 찾아서 2.5$를 넣고 100분 주차시간을 충전 후 스탠포드 방문자 센터를 찾아 들어갔다.

 

 

  정확히 3시 15분이 되자 스탠포드 재학생 한분이 직접 나와서, 우리를 포함해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기다리던 10여명을 데리고 같이 걸어다니며 이곳 저곳을 설명해주었다. 뭐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가리키는 곳을 구경하면서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댔다. 가이드해주는 대학생이 이뻐서 설명은 못 알아들었어도 집중해서 들었다. 후버타워와 도서관,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스탠포드 대학의 가로수 길도 보고, 웅장한 교회 내부에도 들어갔다오고 여기저기 둘러보며 30여분간의 투어 프로그램을 마쳤다. 여기서 그냥 끝나는게 아쉬워서 가이드해준 스탠포드 대학생과 기념 촬영도 하고, 우리가 준비한 학교 기념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별로 좋은 것도 아닌데 고마워해 주길래 나도 덩달아 고마웠다. 얼굴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마음도 이쁘네. ㅋㅋㅋ

  투어 프로그램이 끝났으므로 우리 마음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마구 사진을 찍어대다가 어느덧 오후 5시. 날이 저물어져간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숙소로 복귀하고, 이번 주 내에 시간 날 때 다시 돌아와서 못 가본 곳들을 더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주차했던 곳을 못 찾아서 헤매느라 시간을 또 지체하고, 숙소로 복귀할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웠다. 도중에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Mexican Grill 이라는 곳에 들렀다. 날이 어두워지니 대부분의 가게들이 이미 문을 다 닫았더라. 한국과는 엄청나게 다른 문화다. 여하튼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런, UC버클리 앞의 Subway 라는 음식점에서 우리가 주문에 실패하고 나왔던 곳과 똑같은 주문방식으로 음식을 주문해야했다. 내가 원하는 재료들을 직접 골라야 하고 한 단계에 한 개씩 재료를 선택하면 그것을 큰 밀가루 반죽 같은 것에 넣어서 말아주는… 초대형 만두라고나 할까. 이대로 또 주문에 실패하고 돌아서야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뒤에 다른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그냥 무작정 부딪혀보기로 했다.

 

 

  “Excuse me, We dont’s know how to order the food” 라고 하자 처음이냐 묻더니 웃으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재료들을 봐도 뭐가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이것저것 고르니까 어른주먹 2개만한 만두같은 것이 완성되어 나왔다. 음료수는 셀프로 무한 이용이 가능했다. 따로 TIP을 넣는 유리그릇이 있어서 여기에 1$를 넣고 왔다 .친절한 설명에 대가라고 생각하니 그리 아깝지 않았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고 음식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1인당 약 9$) 역시 미국은 음식점에서 무언가를 먹는건 좀 비싸다.


  오늘은 걸어다닐 일이 많아서인지 다들 많이 피곤했다. 씻고 나서 어제 마트에서 사온 냉동피자를 전자렌지에 돌려먹었다. 맛은 별로 없는데 피자 한판에 3$밖에 안했으므로 가격대비 성능은 최고다. 배부르다. 지금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정도. 이미 내 일행들은 뻗어 자고 있다. 나도 이 일기를 쓰던 도중에 2시간 쯤 뻗어버렸다가 다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한국에서 컨택했던 안박사님을 만나러 구글도 가야한다. 구글 본사 탐방이라니, 아 진짜 하루하루가 꿈만 같다. 내일도 유익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제 나도 잠을 청해야겠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여행기 - 1일차. PART 2. UC Bekeley와 HP Garage

2010. 2. 21. 04:43

  현재 시각이 오전 10시. 분명 오후3시에 도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아침이 되어버렸다. 이런 타임머신 같은 일이!!! 어짜피 한국에 있을 때부터 우리의 생활패턴은 밤낮이 구분 없는 엉망인 생활패턴이었기에 시차적응따윈 별 필요 없었다. 단지 오랜 비행으로 쪼금 피곤할 뿐. 호텔 체크인은 오후2시부터라서 남는 시간 동안 UC Berkeley를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면허는 있지만 장롱면허이기에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었고, 나머지 친구 2명이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운전을 했다. 외국에서의 첫 운전이라 긴장했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경찰한테 잡혀서 벌금 물릴 것 같은 느낌에 긴장했었는데 금방 익숙해졌다. 미국에선 보행자가 있거나 정지신호가 있으면 차가 무조건 선다. 한국처럼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보행자가 없다고해서 쌩쌩 지나가버리는 일은 전혀 볼 수가 없다. 한국같았으면 서로 빵빵거리며 다투기 바빴을 텐데 이 곳에서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다. 교통 문화에 있어서는 선진국 다운 면모를 볼 수가 있었다.

 

 

  11시가 다되어서 UC Berkely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주차를 어디에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한국처럼 도로가에 주차를 하려니 도로가 주차는 1~2시간 까지만 주차가 허용되며 모두 유료주차였다. 한참을 주차할 만한 곳을 찾다가 20분에 1$하는 Public Parking 에 주차를 했다. 일단 배가 고파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는데, 뭐 이것저것 빵 속에 들어갈 소스들을 직접 골라야 하는 등, 절차가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나왔다. 결국 여기저기 찾다가 피자 한 조각과 콜라를 4$ 정도에 사먹었다. 피자 한조각이 한국에 비해 훨씬 크긴 했지만 크게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콜라에는 수돗물을 섞었는지 수돗물 특유의 소독약 향이 나서 이상했다.

 

 

 

  대충 허기를 때운 후 드디어 UC Berkeley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1월에 개강이라는데, 역시나 학기초답게 학생 회관 앞에 활발한 동아리 모집 활동이 있었다. 우리도 버클리 대학생인지 알고 동아리 홍보물을 나눠주길래 받았다. 당구클럽, 적십자동아리 등등 여러 동아리들이 동아리 모집활동을 하는 것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우연히 강의실에 들어가보게 되었는데 아직 수업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소수의 학생들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여기서 정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강의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벽에 기대어 앉아 책을 보며 강의를 기다리고 있다. 밖에 나와보니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카페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등… 시험기간도 아니고 개강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열심히라니. 이 엄청난 학구열이 있기에 지금의 명문 UC Berkeley가 있을 수 있었나 보다.

  계속해서 캠퍼스를 둘러보던 중, 한국말로 전화를 하며 지나가는 학생을 목격했다. 그 학생이 전화를 끊으면 바로 인사하고 캠퍼스 중에 둘러볼만한 곳을 물어보기 위해 계속해서 그를 미행(?)했다. 그런데 한참을 전화를 끊지 않고 어디론가 계속 향한다. 뒤쫓기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어느 여학생 두 명이 전화하며 어디론가 가는 한인 학생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타겟 변경!!! 그 여학생 두 명에게 달려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니고 현재 2학년 경제학과 재학 중이란다. 캠퍼스에서 구경할만한 곳을 물어보고 양해를 구한 뒤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 나는 언제 한번 이런 학교를 다녀볼 수 있을까. 나도 이제 4학년이 되는데, 크게 이뤄놓은 것도 없고… 게으른 날 탓하며 계속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이제 버클리 대학생과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외국말로 사진을 찍어달라기가 좀 어색해서 망설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선뜻 말을 건네기가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서양 여학생에게 내가 용기를 내어 부탁해보았다. “We are from korea to see UC Berkeley. so… we… wanna take picture … WITH YOU.” 와우, 맘씨 좋은 여학생님(?)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내 친구 두 명이 버클리 여대생을 사이에 두고 내가 사진을 찍었다. 웃으면서 사진도 잘 찍어주시고 완전 쌩큐다. 어리버리대면서 학교를 둘러보다가 시간이 많이 지체 되서 바로 예약해둔 호텔로 향해야 했다. 언제 다시 이 대학에 와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선뜻 발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몰래 강의도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별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10m 앞에서 우회전을 해야되는데 100m 앞이라고 자꾸 모든 거리에 0을 더 붙여서 말하는 거지같은 네비게이션 덕에 길을 자꾸 이상한 곳으로 향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지만 크게 늦지 않게 호텔에 도착했다. 말이 호텔이지 작은 방에 화장실 있고, 더블 침대가 2개 있고 테이블 하나 있는 그냥 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섰는데, 신발장이 없다. 여기는 미국이다. 신발을 신고 방을 다니는게 영 어색해서 우리는 신발은 따로 두고, 가져온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기로 했다. 바닥도 덜 더럽히고 깔끔하게 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씻고 잠시 쉬면서 계획을 재정비 한 후,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라고 불리는 HP Garage로 향했다. HP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직접 입력하고 찾아갔는데 네비게이션이 목적지라고 안내한 곳은 그냥 일반 주택가였다. 이렇다 할 관광지가 보이지가 않는다. 뭔가 이상해서 번지수를 직접 찾아보니, 이런 맙소사. 그냥 HP Garage는 그냥 일반 주택의 차고였다. 전혀 관광지처럼 꾸민 것이 없고, HP Garage를 기념하는 기념판(?)이 없으면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일반 주택이었다. 우리가 이 기념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보안 요원같은 아저씨가 이 집으로 배달된 두어개의 우편물을 수거해가고, HP Garage를 한번 점검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실제로 집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고 관리만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허름하고 평범한 곳에서 HP라는 거대 기업이 탄생하다니, 나는 지금껏 무얼 불평해왔던가를 깊이 반성하게 된다.

  시간이 좀 더 남았길래 목요일 날 방문하기로 했던 구글 본사를 미리 한번 가보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구글 본사의 주소를 입력하고서 찾아갔다. 약 10분만에 금방 Google 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지르며 Google의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보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건물이 있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모두가 개인의 작은 공간을 가지며 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놓고서 생활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좀 더 둘러보려는데 경비원이 나와서 왜 왔냐고 물었다. 그냥 우리는 학생이며 여기가 와보고 싶어서 들어와있다고 하니까, 나가란다. 별 수 없이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려는데 차로 몇 분을 달려도 양 옆의 Google 건물이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세상에, Google이 이렇게 큰 곳이었다니. 모레 점심때 Google에서 한국인 직원인 안박사님과 43번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엄청나게 넓은 곳에서 43번 로비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막막해질 정도다.

  날은 어느새 많이 저물어버렸고, 호텔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샀다. 과일 코너에 가보니 처음 보는 과일들이 많다. 고기 코너에 가보니 고기들이 한국에 비해 엄청 싸다. 스낵 코너에 가보니 90%의 과자가 감자로 만든 과자였다. 잡지들도 무수히 많았다. UFC, MMA 등의 격투기 전문 잡지들도 있고, Man’s Health의 여성판인 Women’s Health도 있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먹을 때는 비쌌지만, 이렇게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많은 것들이 저렴한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햄버거 셋트 3개를 주문했다. 20여분 쯤 기다리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배달을 왔다. 영수증을 보니 21.63$가 나오길래 22달러를 주고 거스름돈 0.37(?)을 받고, 팁으로 1$를 주려했는데 22$를 받더니 바로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깜짝 놀라서 불렀더니만 왜 불렀냐는 듯이 쳐다본다. “You don’t give me charge!”… change(잔돈)이 기억이 안나서 charge라고 해버렸다. 어쩐지 말귀를 못 알아듣더라. 여튼 상황을 대충 보니 잔돈은 그냥 당연히 팁으로 이해하고 가는 것 같다. 왠지 삥뜯긴 기분이 들어 좀 더러웠지만 미리 준비했던 1$를 팁으로 더 주고 보냈다. Thank you 라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년!..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뭐 여기 미국에선 당연한 문화일지도 모르니까.

  오늘 하루 동안 쓴 돈을 정산해보고, 내일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았다. 한국에서부터 첫 일정이 시작되다보니 시차때문에 하루가 너무 길었다. 너무나도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났다. 너무도 꿈만 같은 하루다. 내가 이렇게 미국에 와있다니…. 앞으로의 남은 일정들이 너무너무 기대된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1일차 PART 1.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의 여정

2010. 1. 28. 17:11

  2010년 1월 26일 새벽 5시. 우리는 모두 일찌감치 일어나 씻고서 이른 아침을 먹었다. 어젯밤에 준비해놓았던 짐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택시로 김해국제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 도착하니 날이 밝았다. 우리가 미리 티켓을 예매해 놓았던 NorthWest 항공사의 부스로 가니 아직 8시부터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한다. 아직 7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강원도에서 군생활 할 적에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빨리 휴가를 나오려고 국내선을 한번 이용한 이후로 공항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8시가 다되어가자 공항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우리는 NorthWest 항공사 부스에서 우리 일행 중에 친구 한 명이 대표로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 액체가 포함된 물품은 소지품으로 소지하지 못하고 모두 수화물로 넣어 보내야 한단다. 치약까지도!!! …. 무사히 수화물 검사를 마치고 티켓을 발권 받았고, 각자의 캐리어 가방을 수화물로 보내고 비행 탑승 수속 시간까지 기다렸다. 10시라는 시간과 10시 50분 이라는 두 개의 시간이 티켓에 나와있었는데 왜 탑승 시간이 2개인가 싶었는데 10시에는 탑승을 위핸 수속 시작 시간이고, 10시 50분이 실제 비행 출발 시간이었다.

  티켓발권, 수화물 운송까지 마치고 비행 탑승 게이트 쪽으로 가보니 소지품과 몸 수색을 한다 나는 당당하게 검문대를 통과했으나 직원이 나를 따로 부르더니 손톱깎기를 가져왔냐고 묻는다. 그래서 가방에서 손톱 깎기를 꺼내어 보여주니 손톱을 다듬는 그 칼 같은 부분이 흉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반입이 불가능하단다. 폐기처분에 서명하고 빼았겼다. ㅠㅠ

  이제 말로만 듣던 면세점이 나왔다. 이 곳에서 쇼핑을 하다가 10시가 되면 탑승 수속 후, 바로 비행기에 타면 된다. 얼마나 싸나 싶어 신나게 면세점을 돌아다니는데, 이럴 수가, 유명 메이커의 화장품이나 시계, 고가의 선글라스 등의 물품들이 주 면세품목들이었다. 아무리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비싸다. 어짜피 난 저렴한 화장품을 바르고, 고급시계는 차지도 않고 담배는 피지도 않으며, 양주는 커녕 맥주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터라 ,면세점에서 내가 싸다고 좋아라 하며 살만한 것들은 없었다. 어짜피 도쿄 나리타 공항도 경유할 것이고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가서도 면세점은 있을 테니 꼭 여기서 무언가를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친구가 부모님의 주문대로 특정 브랜드의 립스틱을 사는 것을 보고, 나도 어머니 선물용으로 하나를 샀다. 엄지손가락만한 립스틱인데도 몇 만원이다. 이걸 시중에서 사면 대체 얼마라는건지….

  10시가 되어 탑승 수속을 밟았다. 아주 간단하게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나가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 버스에 같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가득 차자 5분 여간 이동하여 비행기에 탑승했다.

  창가에서 두 번째 자리이다. 비행기가 어디론가 살금살금 이동하더니만 미칠듯한 스피드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몸이 붕~ 뜨더니 으하하하 이륙한다. 놀이기구 타는 듯한 기분이다. 직진 방향으로만 이륙하는 것이 아니라 막 다른 방향으로 회전까지 한다. 창 밖을 바라보며 구름 위로 지나가는 기분을 만끽하다보니 기내식이 나왔다.

 

 

  두 시간 정도밖에 타지 않는데도 기내식이 나온다. 뭐 별건 아니었고 김밥2개와 초밥2개와 치킨 한조각, 계란 한조각, 과일 조금이다. 나름 맛있게 먹고 도착 할 때 까지 잠을 청하려는데 내릴 때가 다 되어가자 갑자기 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귓 속의 달팽이 관이 터져버릴 듯한 느낌이다. 참고 참고 참다가 너무 아파서 스튜어디스한테 말할까말까 망설이던 중 착륙한다는 말을 듣고 일단 더 참기로 했다. 군대에서 1300고지에서도 몇 달간 잘 살았었는데 역시 구름 위로 올라오는 기압에 귀가 적응을 못했나보다. 계속해서 딴 생각하고 창 밖 보고 하면서 참다보니 도쿄 나리타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하고나니 귀가 좀 나아지기는 했는데 한동안 귀가 멍~ 한 현상은 계속되었다, 비행기에서 나오니까 또 뭔 소지품 검사 같은 것을 한다. 아까 일본행 비행기를 탈 때도 무사히 통과 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무사 통과할꺼라 생각했는데, 벨트의 쇠붙이 때문에 검문대를 지나자마자 삑삑소리가 요동을 쳤다. 벨트 뺏기고 다시 검문대를 통과했다. 이제 무사통과.

 

 

  이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 탑승 시간까지 3시간여가 남았다. 나리타 공항의 면세점을 둘러봤는데 한국의 면세점이랑 크게 다른점은 없었다. 여기서도 딱히 살만한 것은 없었으므로 대충 둘러보기만 한 뒤 식당을 찾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제대로 된 식당을 찾을 수가 없어서 공항 내의 작은 우동가게로 갔다. 메뉴들을 훑어보니… 완.전.비.싸.다. 일본으로 올 때 먹은 기내식 수준의 도시락이 무려 1000엔이나 한다. 일단 일본에 왔으니 우동을 한번 먹어보기로 결정, 제일 싼 1000엔짜리 우동2개와 1400엔짜리 양념 갈비밥(?)을 세 명이 나눠먹었다. 9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하므로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탑승 시간에 맞춰 수속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번에는 환승이라 그런지 별 다른 소지품검사가 없었다.

  창가 쪽 자리이길 기대했는데 완전 중앙 자리이다. 좌석이 조금 좁은 느낌이 들어서 불편했다. 다리라도 쭉 뻗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9시간동안 갇히게 생겼다. 화장실 간답시고 옆 사람한테 “excuse me” 말하기도 뻘쭘하고…. 이번 비행기에는 내 앞좌석의 뒷면에 LCD가 있고 팔받침에 컨트롤러가 있어서 원하는 음악을 듣거나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고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지니가던 스튜어디스로부터 신문을 나눠주길래 Financial Time를 받았는데 이건 뭐 TOEIC 지문을 보는 것 보다 더한 거부감으로 1면도 읽지 않은 채 접어버렸다. 최신 영화보기에서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플레이해보니 앗차, 자막이 없다. 영화 초반부가 참 지루하다던데, 자막도 없이 영어를 집중해서 듣고있자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자다 일어나보니 기내식 시간이다.

 

 

  도쿄로 갈 때와는 차원이 다른 빵빵한 식사다. 이걸 먹고나니 이제 3시간쯤 흘렀다. 아직 6시간이나 더 가야하다니!…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노래를 듣다가 다시 자다가… 깨어보니 이상한 종이를 나눠준다. 세관신고서와 출입국카드이다. 대충 해석하고 체크하고 기입할 것들 기입하고 끝냈다. 다시 할 게 없어서 한참 자다가 일어나니 또 기내식을 나눠준다. 시간을 보니 새벽 6시다. 기내식을 먹고 한 시간쯤 더 지나자 드디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날씨가 많이 흐리고 비가 조금씩 와서 쌀쌀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했다. 심시관 말을 내가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냥 뭐, “이 곳에 온 목적은 무엇이냐?”, “혼자 왔느냐?, “미국은 처음이냐”, 당신이 묶는 곳은 어디이냐?” 등의 간단한 질문만 하고 무사히 끝났다. 심사를 마치고 내 수화물을 찾고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가방에 음식이 있는지를 묻더라. 라면이 있긴 했는데 과일이나 야채 등이 있냐고 물었으므로 난 없다고 말했고 무사통과했다. 내 뒤에 오던 한국여자한테는 검사관이 라면 있냐고 묻던데, 뭐 나한테는 라면 있냐고는 묻지 않았었으니까 난 잘못없다. 수화물을 찾고 나올 때 까지 같이 온 일행 한명이 입국 심사를 하던 중에 사라져버렸다. 연락도 없고 입국 심사를 하기 위한 줄에도 없고, 심사를 마치고 나오지도 않았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고 한참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입국 심사에 걸려서 잡혀있었단다. 비행기 티켓을 보여달라는 심사관의 말에 티켓을 보여주다가 비상시를 대비한 우리들의 여궈 사본 모아논 것을 보고 의심받아서 잡혀갔었단다. 하필이면 심하게 까다로운 심사관에 걸려가지고 고생 좀 했다.

  이제 모든 수속 과정을 마치고 완전히 샌프란시스코 도착이다. 잠시 한숨 돌리고 공항 4층의 Rental Car 센터로 올라갔다. 우리가 미리 예약해둔 Alamo 렌트사에서 예약했던 차를 렌트하러 갔다. 분명 4층에 있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4층에는 아무것도 없고 미니 지하철 같은 것을 탈 수 있는 미니정류장(?)이 있었다. 여기서 귀엽게 생긴 지하철을 타고 3정거장을 지나니 Rental Car 센터가 나왔다. 공항 근교를 이렇게 미니지하철로 다닐 수 있게 해놓은 것 같다. 렌트비를 5일간 400불 정도를 예상했는데 네비게이트 추가요금에, 우리가 만 25세가 안되는 관계로 추가요금까지 붙어서 600불이 조금 넘는 금액에 렌트를 하게 되었다. 계획보다 조금 더 큰 지출이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가 계획대로 탐방을 하기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하는 수 밖에 … 자,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해외 탐방이 시작된다.


박상근 여가생활/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