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8일차 (02/04/2011)

2011.05.03 04:49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펜틱턴으로 향하는 길. 잠시 자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가 어느 깊은 산속을 달리고 있다. 이제 록키산맥이 시작되려 하는가… 사실 야밤이라 창밖을 봐도 뭐가 제대로 보이진 않는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적인 비… 바로 그 비가 미친듯이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작부터 불안하다. 자꾸 산 길을 달리는 것 같은데 빗길에 행여 사고가 나지는 않을지…

펜틱턴은 종점이 아니라 중간에 펜틱턴에 도착한다는 드라이버의 방송을 듣고 제 때 내려야했다. 세상 모르고 잠들었다가는 1시간 더 가서 켈로나에서 내리게된다. 켈로나는 버스터미널에서 유스호스텔이 있는 시내까지의 거리가 차를 타고도 몇 십분을 가야하는 거리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잘못 갔다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듯. 그래서 펜틱턴 예상 도착 시간인 5시 55분에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 4시부터는 잠들지 않고 계속 정신차리려고 노력했다. 중간에 어디 잠시 들릴 때마다 설마 여기가 펜틱턴인가 싶어서 드라이버의 방송에 신경을 곤두세우길 여러 번… 결국 새벽 6시에 맞춰 버스가 펜틱턴 터미널에 도착했다.

 

매우 이른 시간인데도 어느 할머니께서 터미널에서 어디론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어디서 왔는지부터해서 한 30여분간 날 밝을 때까지 할머니랑 수다떨다가 난 이제 가야할 때가 되었다고 작별인사를 했더니, 한국가서도 잘 살으라하시며 손을 흔드셨다. '손주보러 가신다는데 할머니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아직까지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다. 어휴, 이 망할 놈의 비. 버스안에서 터미널로 들어오기 직전에 우연히 유스호스텔 간판을 봤었기에 바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갔더니 오전 8시에 문을 연단다. 1시간 넘게 남았는데 그때까지 뭘 할까 하다가 오카나간 호수가 있을 만한 곳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한 10여분 걸어가니 호수가 나왔다. 이른 아침의 호수. 계속해서 사진기 셔터를 눌러댔다. 여행하는 동안 풍경사진만 찍어오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타이머 맞춰놓고 내 독사진도 찍어봤다. 영 어색하다. 풍경이 죽는다 나 때문에.

 

호숫가를 따라서 걷다보니 일본정원이 나온다. 그냥 1분만에 둘러볼만한 작은 일본정원이었는데 왜 여기에 쌩뚱맞게 일본정원이 있나 싶었다. 알고보니 펜틱턴이랑 일본의 이케다라는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사이란다. 계속해서 걷다보니 여러가지 레저스포츠 액티비티를 위한 센터들이 나온다. 주로 여름에 문을 열기 때문에 지금은 다 정비중이다. 여름에 오면 이 호숫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온다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아 물론 지금이 새벽 시간인 것도 있지만…

오전 8시까지 오카나간 호수 뿐 아니라 호스텔 근처를 쭉 돌아보았다. 토요일 아침 8시가 다 되어가는데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 조용하다. 배는 고파오는데 맥도날드나 스타벅스같은 흔한 가게들도 찾기 힘들다. 겨우겨우 24시간 편의점을 하나 찾아 샌드위치랑 카라멜우유를 하나 사서 배를 채웠다. 생각보다 너무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심심한 동네다. 일단은 그냥 자고싶다. 피곤하다.

8시에 맞춰서 호스텔로 들어가보니 데스크에 직원이 밝게 인사한다. 몇 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묻자 지금 당장 체크인 가능하단다. 우왕 굳! 체크인 하기위해 HI호스텔 회원증과 내 여권을 보여주자 한국인이냐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한다. 내가 발음이 끝내준다고 칭찬하자 좋아 죽는다. 내가 칭찬해줬는데 왜 내 영어는 발음 좋다고 칭찬해주지 않을까 하는 쓸떼 없는 생각이 들었다. 제일 싼 방으로 달랬더니 6인실을 줬다. 단 돈 20$. 완전 싸다. 일단 방에 들어가자 누군가 한 명이 자고 있다. 그 사람이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짐을 한쪽 벽에 놓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로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니 이미 오후 1시. 자던 한 사람은 어디론가 나갔다. 호스텔이 조용하다. 호스텔을 한번 쭉 둘러보니 이 동네 분위기에 걸맞는 작고 아담한 호스텔이다. 시설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더럽거나 하지는 않아서 뭐 그냥 쓸만했다. 그런데 내 방에서 큰 문제를 발견… 전원 플러그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전원 플러그가 없다. 내 방에서 노트북 못하는 건가. 데스크에 가서 물어보려 했는데 오후 5시부터 오피스를 운영한단다. 아, 여기는 다른 대부분의 호스텔처럼 24시간 데스크를 운영하지 않는구나. 할 수 없이 노트북을 거실에 가져와서 충전시키며 간단히 메일이랑 페이스북을 체크하고, 혹시 내가 전에 찾아보지 못했던 펜틱턴에 대한 정보에 대해 더 찾아봤지만 뭐 딱히 없다. 펜턱턴이 들린 적이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펜틱턴은 아주 조용한 도시라는 것. 그리고 뭔가 행사나 레저스포츠는 여름에서 겨울 사이에 이용 가능하므로 가능하면 그 시기에 들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미 초 봄에 여기 와버린 것을 어떻하리… 체크인 때 받은 지도를 들고 밖으로 나섰다. 비는 완전히 그치고 햇볕이 쨍쨍하다. 다시 한번 오카나간 호수로 향했다. 아침과는 분위기가 사뭇 틀리다. 호숫물도 반짝반짝 빛나고,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 딱히 사진을 찍을 만한 풍경은 이 곳밖에 없는 것 같아서 계속 사진이나 찍다가 이것도 금방 질려서 지도를 펴고 도시 중심부로 향했다. 중간에 펜틱턴 공공 도서관을 찾아 들어갔는데 단층 규모의 아담한 도서관이다. 대충 한바퀴 둘러보고 나왔다. 펜틱턴 엽서라도 팔면 사려고 했건만… 유스호스텔에서 걸어서 20여분 정도 떨어진 곳에 나름 이 마을에서의 번화가가 있다. 그래도 아직 스타벅스까지 들어오지는 않은 듯. 한국의 읍내 정도의 분위기. 그래도 나름 적당한 규모의 세이프웨이가 있길래 여기 들어가서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으로 먹을 냉동음식과 베이컨을 샀다. 예전에 나나이모에서 해먹었던 것처럼 냉동 식품에 내가 익힌 베이컨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 생각이다. 다 된 밥에 베이컨 좀 넣을 뿐인데 마치 내가 요리사가 되는 듯한 기분이다.

 

호스텔로 돌아와서 냉동 식품 + 베이컨 조합과 맥주로 끼니를 때웠다. 창 밖을 보니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한다. 사실 내일 새벽 6시에 레이크 호수로 가서 오후에 도착 후 한 5시간 때운 뒤, 야밤에 밴쿠버행 버스를 타고 다음날 아침에 밴쿠버에 도착하는 일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달랑 4~5시간 있으려고 20여 시간을 버스타고 오갈 생각을 하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더군다나 4월 5일 새벽비행기로 한국 돌아가야 하는데, 너무 피곤할 듯. 차라리 밴쿠버에 하루를 지내면서 그 동안 만난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내일 아침 7시 버스로 밴쿠버로 돌아가기로 했다. 밴쿠버에 도착하면 오후1시가 조금 넘을 듯. 데스크에 가서 여기 8시에 오픈하기 전에 7시에 체크아웃 가능하냐고 물으니까 문제없단다. 디파짓으로 맡긴 10$을 미리 내주더니 열쇠는 어디에 넣고, 내 배게피랑 침대피 같은 것들은 어디에 놓고 바로 나가면 된단다. 호스텔 정문은 안에서 열고 나가면 자동으로 잠기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단다. 오케이.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3개월간 대학 부설 어학원의 펜틱턴이라는 이름의 반에서 지내온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 여행의 마지막 밤도 펜틱턴에서 보내게 되는 구나. 문득 펜틱턴 클래스에서 함께했던 중국인 친구들이 그립다. 못 본지 2주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내게 많은 중국어를 가르쳐줬던 중국녀석들... 씨에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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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여가생활/여행 여행, 이케다, 캐나다, 펜틱턴, 호수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5일차 (30/03/2011)

2011.04.26 04:44

  새벽2시가 다 되어 밴쿠버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뿔싸! 밴쿠버 터미널은 24시간 오픈인 줄 알고 역 내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노숙할 샘이었는데 터미널은 이미 문을 닫았다. 새벽에야 도착한 사람들은 터미널 옆의 쪽문으로 터미널을 나와서 다들 택시를 타거나 마중 나온 사람들을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이 야심한 밤에 나는 나홀로…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에 반가운 맥도날드 간판이 보인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오픈!!! 4시간 전 씨애틀에서 맥도날드를 들러 햄버거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햄버거셋트를 하나 주문했다. 아무 주문도 안하고 안에 짱박혀 있는 건 좀 무례할 수도 있으니까.

 

  주문한 햄버거 셋트를 받아들고 전원플러그가 있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비를 피해 들어온 노숙자 같은 분들도 몇몇 맥도날드 안에 들어와서 비를 피하고 계셨다. 약간 술이나 마약을 한 듯 눈이 살짝 풀린 듯한 사람도 두어명 보이는데… '설마 날 공격하진 않겠지?'. 일단 노트북을 켜고 무언 인터넷 신호를 검색했다. 어라…?! 없다. 아무런 Wi-Fi 신호가 없다. 물어보니 여기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 제공 안 한단다. 맥도날드는 24시간 오픈에 스타벅스처럼 무선 인터넷도 다 제공되는지 알았는데 어휴… 인터넷도 없이 무얼 하면서 날 샐 때까지 시간을 때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체스 게임이나 계속 하다가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을 계속 하다 보니 잠이 무지하게 쏟아진다. 마우스를 따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없고… 출국 전에 군대 가기전에 사둔 히어로즈 마이트 앤 매직 같은 턴 게임이라도 설치해올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잠들다가 체스 한판 하기를 무한 반복한 끝에,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아침 7시다.

 

  인터넷이 너무나 하고 싶다. 뭐 인터넷에 연결한다고 해서 딱히 뭘 할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인터넷에서 다음 일정을 검색해야 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을 안 가본지 겨우 5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문득 다운타운으로 가고 싶어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그랜빌 역으로 갔다. 맨날 먼슬리패스만 이용하다가 2.5$을 지불하고 티켓을 사니 아까운 마음이 팍팍 든다. 10분도 안탈껀데 3천원을… 그랜빌역 지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핫초코를 주문하고 Wi-Fi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니까 패스워드를 메모지에 적어준다.

 

  일단 다음 목적지 검색부터… 어휴 여행 하면서 이렇게 다음 목적지를 찾는 시간이 제일 아까운 것 같다. 물론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나름의 맛이 있겠지만 이렇게 버스 일정표와 호스텔의 투숙 가능 여부 등을 잘 맞추려니 힘들다. 도시 한번 이동하는데 버스로 최소 4시간씩은 타야 하니 일정이 한번 꼬이면 치명적이다. 일단 오늘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출발 할 수 있는 일정을 찾아보았다. 나나이모를 제외하고는 어딜 가던 간에 호스텔에 빈 방이 없다. 지금은 비성수기중에 비성수기인데 왜 이렇지… 일단 밴쿠버에서 가까운 나나이모 섬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가까우니까. 그리고 다음으로 빅토리아로 이동하기도 쉽우니까. 게다가 내가 7개월동안 산 홈스테이 집 주소가 Nanaimo St였기에 도시 이름에서 조금 더 애착이 갔다. 페이스북도 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네이트온으로 수다도 좀 떨면서 쉬다가 다시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그레이하운드 버스터미널로 이동, 나나이모행 티켓을 발권받았다.

 

  나나이모는 큰 섬이라서 버스를 타고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배가 1시간쯤 달려 항구쪽에 오더니만 대형 선박 Ferry호에 아예 버스가 통째로 들어갔다. 예전에 이 Ferry호를 타고 이탈리안 친구 두 명과 보윈 아일랜드에 당일 치기로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 2시간여를 배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보냈다. 역시 사람은 제 때 잠을 자야 한다. 나나이모 섬에 도착해서 하차하기 전에 배 한쪽에 나나이모와 빅토리아의 지도 및 액티비티 안내 팜플렛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고 나나이모 다운타운 맵을 하나 챙겼다. 어딜 가든 이런 다운타운 맵이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미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항구에서 내려 버스로 조금만 더 가니 나나이모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씨애틀의 도시스러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지도를 펼치고 유스호스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구글맵에서 검색했을 때 걸어서 3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기에 천천히 걸으면서 여유를 느껴볼 샘이다. 바닷가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바닷가이기는 한데 해변처럼 모래사장이 있다기보다는 항구화(?)가 많이 되어 있다. 대신 공원이 많아서 몇몇 사람들이 산책로를 따라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 30여분을 걷다가 여기가 어딘가 싶어 지도를 보니…! 이미 나나이모 다운타운의 반대편 끝까지 와버렸다. 다시 유스호스텔을 찾으러 뒤로 돌아 갓! 지금껏 들린 곳과는 틀리게 조금 작은 규모의 호스텔이다. 투숙객이 아예 없나보다 싶었는데 내가 체크인하는 동안 뉴질랜드에서 온 형제가 체크인하러 들어왔다. 음, 다행히 혼자는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방을 배정받아 들어오니 깔끔하기는 한데 방이 좀 작다. 침대도 작고… 개인 물품 보관함도 없다. 그냥 아주 작은 서랍장 수준의 보관함과 시건장치. 침대는 내가 발 쭉 펴고 눕기엔 작은 크기. 참 아담하다. 다른 한 명이 이 방에 묶고 있는지 옷가지들과 가방이 보인다. 일단 짐을 좀 풀고 옷도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니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예상과는 달리 머리에 꽤 흰머리가 보이는 아저씨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내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캐나다인이란다… 어이쿠. 자기는 택시기사도 해봤고 초등학교 교사도 해봤고 컴퓨터수리공도 해봤단다. 전혀 연관성 없는 직업들인데… 자기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좋단다. 아, 그래서 이제는 여행중인가보다 싶어서 나나이모에 며칠이나 머물렀냐니까… 20년 동안 살았단다. '뭐야 이거, 여행객이 아니잖아!!!' 그냥 집 대신에 이 곳에 살고 있는 건가? 더 이상 자세히 묻는 것은 실례일 것 같아서 대충 대화를 마무리 했다. 그 아저씨는 뭔가 할 일이 있는지 또 다시 가방을 챙겨서 밖으로 나간다.

 

  저녁 시간이 다 되었기에 먹을 것을 사러 나갔다가 맥주와 냉동 파스타 2개, 베이컨을 사왔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배고프면 저녁먹으려고 내일 계획이나 짜고 있는데 룸메이트 아저씨가 들어온다. 내가 파스타 Buy 1 Get 1으로 사서 2개 있으니 같이 먹자 했더니 "Good, Good" 하더니 바로 자버린다. 나도 따라 자다 일어나니 어느덧 밤 9시. 아까 사온 베이컨과 냉동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냉동 파스타야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되는데 베이컨은 어떻게 요리를 할지 몰라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그냥 냄비에 물을 조금 넣고 볶기로 했다. 익으면 냉동 파스타와 비벼 먹어야지. 그런데 이게 5분을 넘게 볶아도 색깔이 변하질 않는다. 물이 점점 쫄아들고 있는데 베이컨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볶고 볶고 볶고… 한 10여분을 볶은 것 같은데도 색깔이 그대로다. 뭔가 이상해서 하나 맛을 보니… 익은 것 같다!!! 베이컨은 돼지고기랑은 달리 익어도 빨간색인가보다. 냉동 파스타와 비벼 먹으니 오우, 맛이 제대로다. 요리는 허접하였으나 나의 허기와 요리에 대한 열정이 이 맛을 만들어냈다. 이제 맥주를 먹으면서 좀 쉴 타임이다. 부엌에 있던 두 청년한테 맥주 좋아하냐고 물으니 "No, Thanks." 자기들도 맥주가 있단다. 6개짜리 묵음을 샀는데 혼자 1캔 먹어봐야 5개나 남는데 이거 어떻하지… 창 밖을 보니 다시 또 비가 내리고 있다. 부엌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보니 시간이 훌쩍. 밤11시가 다 되니까 직원 아저씨가 이제 밤시간에는 부엌과 거실을 쓸 수 없다고 해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내일 일정은 빅토리아로 가는 것으로 정했다. 인터넷 상으로는 호스텔에 빈 방이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 내일 아침에 빅토리아 유스호스텔에 전화해보고 빈 방이 있으면 여기 나나이모에서 더 놀다가 오후에 빅토리아로, 빈 방이 없으면 아침 일찍 빅토리아로가서 하루만에 여행을 끝내고 오후에 다른 곳 어디론가로 갈 계획이다. 벌써 이렇게 내 10일 여행 계획의 절반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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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나나이모, 밴쿠버, 베이컨, 여행, 캐나다, 페리

아메리카에서의 내 생에 첫 나홀로 여행 - 4일차 (29/03/2011)

2011.04.24 16:21

 

 

    아침 9시가 다 되어 눈을 떴다. 1시간쯤 뒤척거리다가 결국 이불 걷어차고 몸을 일으켜보니 다른 룸메이트들은 여전히 자고 있다. 방은 이 녀석들이 어질러 놓은 짐과 옷들로 엉망이 되어있다. 어제 늦게까지 술 마시고 놀더니만 속옷도 아무 곳에 던져놓고…

 

    일단 체크아웃하고 나왔다. 비는 보슬보슬 내리는데 이제 뭘 해야 할 지 애매하다. 어제 마트에서 사놓았던 과자를 아침 겸 점심 삼아서 먹으며 시내쪽으로 향했다. 일단 시계에서 제일 큰 서점이라는 POWELL's BOOK STORE에 들렀다. 뭐 그냥 1층짜리 건물에 공대 관련 책들이 많다. 나야 컴퓨터를 전공하니 이 책 저 책 뒤적거리다가… 이게 다인가 싶어서 점원에서 물어보니 웃으며 길 건너 건물을 가르킨다. 내가 있는 곳은 그냥 IT분야 책의 일부를 팔고 있는 작은 분점이었을 뿐. 진짜 POWELL's BOOK STORE는 바로 길 건너에 큰 건물이다. 큰 건물 하나가 그냥 블록 하나 전체를 차지하는 큰 규모다. 세계 최대 규모라길래 축구장이나 야구장만한 크기의 서점을 기대했는데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서점 내를 다니다가 … 길을 잃었다. Purple Room, yellow Room, Red Room 등등 수 많은 색깔의 룸들로 책들을 구분해 놓았었는데 구조가 그리 잘 정리되어있지는 않아서 나 같은 길치는 건물 내에서도 길을 잃게 만들어져 있었다. 도대체 저 색깔은 무엇을 기준으로 나뉜건지 모르겠다. Red Room 이라고 해서 그렇고 그런 책들이 있는 건 아니던데…

 

    자, 이번엔 조금이라도 유명한 도시에는 항상 있는 차이나 타운을 가볼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지도를 들고 차이나 타운의 위치와 지금의 내 위치를 찾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리따운 아가씨가 "뭐 도와줄까?" 하고 물었다. "너랑 데이트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니?"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괜찮아요, 감사합니다"라고 해서 보내버렸다. 폭풍 아쉬움 ㅋㅋㅋ. 차이나 타운엔 뭐 별게 없었다. 늘 같은 느낌… 그냥 중국 느낌. 도시 자체가 한산한데 차이나 타운 역시 한산하다. "나는 전설이다" 영화가 생각났다. 다들 좀비가 되어 날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인가… 쓰잘떼기 없는 상상은 그만. 바로 예술박물관으로 가기로 했다.

 

    MAX라는 포틀랜드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예술 박물관으로 갔다. 시내에서 다니는 것은 공짜란다. 그냥 차도 위를 달리는 작은 지하철이랄까… 승차감은 지하철보다는 편안했다. 박물관 입장료는 학생 할인 받아서 9달러. 과연 만원의 값어치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뭐가 뭔지…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만원을 날렸구나 라고 한탄하는 순간 저 너머에서 가이드의 작품 설명 투어가 곧 시작된다는 가이드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다른 작품을 둘러보는 척 하면서 가이드에게 다가가 슬쩍 물어봤다. 공짜냐고. 당연히 공짜란다. ㅋㅋㅋ . 5분뒤에 가이드가 시작되었다. 여러 작품들을 돌아다니며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는데 작품은 뒷전이고 가이드의 설명을 내가 알아듣고 호응도 하고 질문에 답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10개월간 어학연수 온 보람이 있구나… 아시아쪽의 작품들이 많았고 그룹에서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기에 가이드도 이것 저것 설명하면서 나를 좀 신경쓰는 듯 했다. 눈도 나랑 많이 마주치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무려 한 시간이 넘는 가이드를 받고 조금 더 혼자 둘러보다가 다음으로 근처에 있는 역사박물관으로 가보기로 했다.

 

    데스크 직원이 왕친절하고 초명랑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짐 보관하는데 한국 대형 마트에서 짐 보관하듯이 동전을 넣고 키를 꺼낼 수 있는데 내가 동전이 없다니까 자기 동전을 빌려준다. 25센트. 달랑 300원이지만 완전 환하게 웃으며 25센트를 내게 건내는 그녀. 내게 반한걸까… 라는 개소리를 마음 속으로 지껄여보았다. 그럴리가 없지. 여하튼 이 곳의 작품들은 아까 예술박물관에서 본 것들이랑 약간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에이, 또 입장료 만원만 날렸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뭔가 눈에 익숙한 글자가 들어왔다. KOREA!!! 캐나다에서 많은 국가에 특파원(?)을 보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조사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아시아쪽의 나라중에 한국도 포함이 되어있었다. 한국의 먹거리, 생활 모습 등등… 이 머나먼 이국땅에서 한국의 옛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 내가 곧 돌아갈 나의 고국이여~.

    밖으로 나와 보니 비가 좀 많이 온다. 겨울에 캐나다 서부를 여행하는 옳지않구나… 매일 같이 비와 함께해야하다니. 포틀랜드의 대형 쇼핑몰이라는 파이오니아 플라자에 가보았다. 어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을 때 "토다이"라는 해물 뷔페가 괜찮다던데, 막상 찾아가보니 영업을 안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쉬는 날이 아니라 아예 장사를 더 이상 하지 않는 듯. 배는 고픈데 뭐 먹을까 하다가 그냥 식품 코너에서 스시나 먹었다. 스시만큼 깔끔하게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 것 같다. 8달러로 배 채우고… 이젠 또 뭐하지?

 

 

    이제 슬슬 포틀랜드를 떠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일단 쇼핑몰에서 나왔는데 문 앞에 행위예술가가 있다. 온 몸에 은색 칠을 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이런 행위예술은 너무 흔하잖아! 그런데 이 때, 누가 동전을 행위예술가의 앞에 놓여진 통에 넣자 갑자기 구슬 쇼를 보여준다. 커다란 구슬 여러 개를 부드럽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엄청 신기했다. 그냥 사진을 찍으면 좀 그래서 1달러를 통에 넣어줬다. "Awesome, man." 라고 한마디 해주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터미널로 가다가 GROUND KONTROL이라는 곳을 발견. 어젯밤을 보낸 유스호스텔에서 목요일 액티비티로 이 곳에 와서 같이 즐겁게 놀자는 포스터를 봤었는데, 대체 이 곳이 뭐 하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한번 들어가보니… 그냥 오락실이다. 나름 자신있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를 할려고 했는데… 초등학교때 있던 스트리트파이터 따위랑 2층에 핀볼 뿐이다. 장사가 된다는게 신기하다. 가격은25C 또는 50C다. 한국은 비싸야 200원이면 게임 한판 할 수 있는데 비싸긴 비싸고 오락기는 엄청 후져요… 어휴. 스트리트 파이터 한판 대충 하다가 그냥 나왔다. 재미없다.

 

    포틀랜드 그레이하운드 터미널에 도착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로 가고싶다니까 밴쿠버까지만 갈 수 있단다. 인터넷엔 빅토리아로 가는 스케쥴이 있었다고 말하니, 그건 밴쿠버에서 환승하는거니까 밴쿠버에 가서 물어보란다. 그 쪽 터미널에서 따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서 여기서 한번에 빅토리아로 가는 티켓을 줄 수는 없단다. 어짜피 캐나다 어디로 가던 밴쿠버는 거치게 되므로 일단 밴쿠버로 가기로 했다. 디스커버리패스를 보여주고 밴쿠버행 티켓을 받았다. 우와!!! 지금껏 이렇게 고급스런 버스를 타 본 적이 없다. 각 좌석마다 전원 플러그가 있고 버스 내에서 Wi-Fi로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가 있다. 밴쿠버에 들리기 전에 씨애틀에서 한번 환승을 해야하는데 씨애틀까지의 4시간은 아주 즐겁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항상 버스타면 잠만 잤었는데 ㅎㅎㅎ.

 

컴퓨터로 대충 여행 일정 다시 한번 확인하고 여행기 살짝 정리하고 하다보니 금방 4시간이 훌러덩… 씨애틀에 내리자마자 배가 고파서 바로 맥도날드로 향했다. 씨애틀의 다운타운 지리는 이미 내 손바닥 안이다. 다음 갈아탈 차 출발시간까지 40분남았으므로… 허기부터 달랠 샘이다. 난 딱히 선호하는 햄버거가 없어서 아무 콤보 번호를 불러주고 달라했다. 크리스피랑 뭐 어쩌고 저쩌고 선택하란다. 난 이런거 모른다. 그냥 크리스피 달라고했다. 씨애틀 버스터미널에서 햄버거를 맛나게 먹고, 밴쿠버로 향하는 버스로 환승했다. 이제 다시 캐나다로!!! 이번에 탄 버스는 전원플러그가 없는 그냥 일반 버스. 잠이나 자다보니 캐나다-미국 국경에 다다랐다. 이민국사무소에서 내가 1등으로 인터뷰. 밴쿠버에서 학생비자로 공부하다가 미국 며칠 다녀왔다고 했다. 내 여권을 보더니 학생비자가 almost done이라고 하길래 그렇다고, 그래서 다음주에 우리나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학생 비자 있냐고 묻길래 홈스테이 집에 놔두고 왔다니까 그냥 여행비자로 처리해버리더라. 순간 학생비자 안 갖고 있으면 입국 못 할까봐 조마조마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무사통과. 입국 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탔다. 이제 캐나다 땅… 밴쿠버로 다시 향하는 버스… 밴쿠버에 내리면 새벽2시인데 내리면 뭘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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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여가생활/여행 미국, 여행, 오리건주, 캐나다, 포틀랜드, 행위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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