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리콘 밸리 여행기 - 1일차. PART 2. UC Bekeley와 HP Garage
현재 시각이 오전 10시. 분명 오후3시에 도쿄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거꾸로 흘러서 아침이 되어버렸다. 이런 타임머신 같은 일이!!! 어짜피 한국에 있을 때부터 우리의 생활패턴은 밤낮이 구분 없는 엉망인 생활패턴이었기에 시차적응따윈 별 필요 없었다. 단지 오랜 비행으로 쪼금 피곤할 뿐. 호텔 체크인은 오후2시부터라서 남는 시간 동안 UC Berkeley를 둘러보기로 했다. 나는 면허는 있지만 장롱면허이기에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지 않았었고, 나머지 친구 2명이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운전을 했다. 외국에서의 첫 운전이라 긴장했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경찰한테 잡혀서 벌금 물릴 것 같은 느낌에 긴장했었는데 금방 익숙해졌다. 미국에선 보행자가 있거나 정지신호가 있으면 차가 무조건 선다. 한국처럼 신호가 빨간불인데도 보행자가 없다고해서 쌩쌩 지나가버리는 일은 전혀 볼 수가 없다. 한국같았으면 서로 빵빵거리며 다투기 바빴을 텐데 이 곳에서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한다. 교통 문화에 있어서는 선진국 다운 면모를 볼 수가 있었다.
11시가 다되어서 UC Berkely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주차를 어디에 해야 할 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한국처럼 도로가에 주차를 하려니 도로가 주차는 1~2시간 까지만 주차가 허용되며 모두 유료주차였다. 한참을 주차할 만한 곳을 찾다가 20분에 1$하는 Public Parking 에 주차를 했다. 일단 배가 고파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갔는데, 뭐 이것저것 빵 속에 들어갈 소스들을 직접 골라야 하는 등, 절차가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나왔다. 결국 여기저기 찾다가 피자 한 조각과 콜라를 4$ 정도에 사먹었다. 피자 한조각이 한국에 비해 훨씬 크긴 했지만 크게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콜라에는 수돗물을 섞었는지 수돗물 특유의 소독약 향이 나서 이상했다.
대충 허기를 때운 후 드디어 UC Berkeley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1월에 개강이라는데, 역시나 학기초답게 학생 회관 앞에 활발한 동아리 모집 활동이 있었다. 우리도 버클리 대학생인지 알고 동아리 홍보물을 나눠주길래 받았다. 당구클럽, 적십자동아리 등등 여러 동아리들이 동아리 모집활동을 하는 것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우연히 강의실에 들어가보게 되었는데 아직 수업이 시작되지 않았는지 소수의 학생들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여기서 정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강의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벽에 기대어 앉아 책을 보며 강의를 기다리고 있다. 밖에 나와보니 벤치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카페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 등… 시험기간도 아니고 개강한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열심히라니. 이 엄청난 학구열이 있기에 지금의 명문 UC Berkeley가 있을 수 있었나 보다.
계속해서 캠퍼스를 둘러보던 중, 한국말로 전화를 하며 지나가는 학생을 목격했다. 그 학생이 전화를 끊으면 바로 인사하고 캠퍼스 중에 둘러볼만한 곳을 물어보기 위해 계속해서 그를 미행(?)했다. 그런데 한참을 전화를 끊지 않고 어디론가 계속 향한다. 뒤쫓기를 포기하려던 찰나에 어느 여학생 두 명이 전화하며 어디론가 가는 한인 학생에게 한국말로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타겟 변경!!! 그 여학생 두 명에게 달려가서 먼저 인사를 했다.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니고 현재 2학년 경제학과 재학 중이란다. 캠퍼스에서 구경할만한 곳을 물어보고 양해를 구한 뒤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 나는 언제 한번 이런 학교를 다녀볼 수 있을까. 나도 이제 4학년이 되는데, 크게 이뤄놓은 것도 없고… 게으른 날 탓하며 계속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이제 버클리 대학생과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외국말로 사진을 찍어달라기가 좀 어색해서 망설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는 알겠는데 선뜻 말을 건네기가 이상하게 힘이 들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서양 여학생에게 내가 용기를 내어 부탁해보았다. “We are from korea to see UC Berkeley. so… we… wanna take picture … WITH YOU.” 와우, 맘씨 좋은 여학생님(?)이 흔쾌히 응해주셨다. 내 친구 두 명이 버클리 여대생을 사이에 두고 내가 사진을 찍었다. 웃으면서 사진도 잘 찍어주시고 완전 쌩큐다. 어리버리대면서 학교를 둘러보다가 시간이 많이 지체 되서 바로 예약해둔 호텔로 향해야 했다. 언제 다시 이 대학에 와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선뜻 발을 돌리기가 쉽지 않았다.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몰래 강의도 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별 수 없이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10m 앞에서 우회전을 해야되는데 100m 앞이라고 자꾸 모든 거리에 0을 더 붙여서 말하는 거지같은 네비게이션 덕에 길을 자꾸 이상한 곳으로 향하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지만 크게 늦지 않게 호텔에 도착했다. 말이 호텔이지 작은 방에 화장실 있고, 더블 침대가 2개 있고 테이블 하나 있는 그냥 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섰는데, 신발장이 없다. 여기는 미국이다. 신발을 신고 방을 다니는게 영 어색해서 우리는 신발은 따로 두고, 가져온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기로 했다. 바닥도 덜 더럽히고 깔끔하게 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씻고 잠시 쉬면서 계획을 재정비 한 후,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라고 불리는 HP Garage로 향했다. HP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직접 입력하고 찾아갔는데 네비게이션이 목적지라고 안내한 곳은 그냥 일반 주택가였다. 이렇다 할 관광지가 보이지가 않는다. 뭔가 이상해서 번지수를 직접 찾아보니, 이런 맙소사. 그냥 HP Garage는 그냥 일반 주택의 차고였다. 전혀 관광지처럼 꾸민 것이 없고, HP Garage를 기념하는 기념판(?)이 없으면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일반 주택이었다. 우리가 이 기념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보안 요원같은 아저씨가 이 집으로 배달된 두어개의 우편물을 수거해가고, HP Garage를 한번 점검하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실제로 집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고 관리만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허름하고 평범한 곳에서 HP라는 거대 기업이 탄생하다니, 나는 지금껏 무얼 불평해왔던가를 깊이 반성하게 된다.
시간이 좀 더 남았길래 목요일 날 방문하기로 했던 구글 본사를 미리 한번 가보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구글 본사의 주소를 입력하고서 찾아갔다. 약 10분만에 금방 Google 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지르며 Google의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보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건물이 있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은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모두가 개인의 작은 공간을 가지며 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며놓고서 생활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해서 사진도 찍고 좀 더 둘러보려는데 경비원이 나와서 왜 왔냐고 물었다. 그냥 우리는 학생이며 여기가 와보고 싶어서 들어와있다고 하니까, 나가란다. 별 수 없이 쫓겨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오려는데 차로 몇 분을 달려도 양 옆의 Google 건물이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세상에, Google이 이렇게 큰 곳이었다니. 모레 점심때 Google에서 한국인 직원인 안박사님과 43번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엄청나게 넓은 곳에서 43번 로비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가 막막해질 정도다.
날은 어느새 많이 저물어버렸고, 호텔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이것저것 먹거리들을 샀다. 과일 코너에 가보니 처음 보는 과일들이 많다. 고기 코너에 가보니 고기들이 한국에 비해 엄청 싸다. 스낵 코너에 가보니 90%의 과자가 감자로 만든 과자였다. 잡지들도 무수히 많았다. UFC, MMA 등의 격투기 전문 잡지들도 있고, Man’s Health의 여성판인 Women’s Health도 있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먹을 때는 비쌌지만, 이렇게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는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많은 것들이 저렴한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햄버거 셋트 3개를 주문했다. 20여분 쯤 기다리니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배달을 왔다. 영수증을 보니 21.63$가 나오길래 22달러를 주고 거스름돈 0.37(?)을 받고, 팁으로 1$를 주려했는데 22$를 받더니 바로 등을 돌리고 가버린다. 깜짝 놀라서 불렀더니만 왜 불렀냐는 듯이 쳐다본다. “You don’t give me charge!”… change(잔돈)이 기억이 안나서 charge라고 해버렸다. 어쩐지 말귀를 못 알아듣더라. 여튼 상황을 대충 보니 잔돈은 그냥 당연히 팁으로 이해하고 가는 것 같다. 왠지 삥뜯긴 기분이 들어 좀 더러웠지만 미리 준비했던 1$를 팁으로 더 주고 보냈다. Thank you 라는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린다. 저 버르장머리 없는 년!..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뭐 여기 미국에선 당연한 문화일지도 모르니까.
오늘 하루 동안 쓴 돈을 정산해보고, 내일의 일정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았다. 한국에서부터 첫 일정이 시작되다보니 시차때문에 하루가 너무 길었다. 너무나도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났다. 너무도 꿈만 같은 하루다. 내가 이렇게 미국에 와있다니…. 앞으로의 남은 일정들이 너무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