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리콘 밸리 탐방기 - 3일차. Google 본사를 방문하다

2010. 2. 24. 01:49

 2010. 1. 28.

 어느덧 미국에 온지 3일차. 지금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조금은 헷갈릴 만큼, 이 곳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로, 매우 짠 베이컨과 빵, 우유 등. 쌀밥 없는 식사로 배를 채우고 나왔다. 오늘은 고대하던 Google을 방문하는 날이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드라이브를 하는데 며칠 지났다고 기름을 넣을 때가 왔다. 미국은 기름이 싸다던데 얼마나 쌀지 궁금해진다. 주유소를 몇 군데 지나치다가 상대적으로 싼 곳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라, 사람이 없다. 무인 주유기만 달랑. 그러고보니 방금 우리가 지나쳤던 몇 군데의 주유소들도 무인 주유소였던 것 같다.

 

 

 일단 주유기 앞에 차를 세우고 내려보니 주유기에 카드 긁는 부분과 숫자버튼을 비롯하여 여러 버튼들이 있다. 셀프로 결재 후 주유하는 시스템인가보다. 우리의 VISA카드로 결재 후 주유하려는데 자꾸 에러가 났다. 몇 번 시도 끝에 결국 주유소의 매점으로 들어가서 도움을 청하니 매점아저씨가 그 자리에서 우리 카드를 긁더니 바로 지금 주유하라고 하셨다. 20$ 만큼 결재하고 기름을 넣는데 기름이 가득 찬다. 몇 갤런이더라…. 대충 계산했을 때 기름값이 한국의 절반보다 약간 더 비싼 수준이었다. 미국 오기 전에 예산 계획 잡을 때 기름 값을 많이 잡았었는데 다행히 우리 예상보다는 기름값이 훨씬 적게 들 것 같다.

 

 

 점심 때가 다되어 미리 컨택했던 안박사님과의 만남을 위해 Google의 43번 로비로 찾아갔다. 미리 Google MAP에서 43번 로비의 위치를 확인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규모가 크다보니 물어물어서 겨우 찾아갔다. 로비로 들어가서 Mr.Ahn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우리 각자의 이름과 우리가 찾으러 온 안박사님의 성함이 프린트된 스티커를 나눠주었다. 그리고 안박사님께서는 로비에서 우리가 찾아왔다는 연락을 듣고 로비로 나오셨다. 이 분이 바로 우리의 Google 본사 방문을 가능하게 도와주신 분!! 사실 안면도 없었는데, 예전에 이 분의 도움으로 Google 본사를 방문했던 지인에게서 연락처를 받아서 무작정 보낸 메일 하나에 흔쾌히 응해주셨다. 완전 감동감동 ㅠㅠ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로비에서 받은 스티커를 각자 가슴에 부착한 뒤, Google의 수많은 식당 중, 최초로 생긴 식당으로 이동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를 만큼 엄청난 메뉴들의 요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양식, 한식 수준이 아니라 각국의 나라별로 요리가 거의 다 준비되어 있는 듯. 뭘 먹어도 맛있을 것 같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서 접시에 담았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것저것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서 식사를 즐겼다. 아, 내가 Google 본사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니!!! 아쉽게도 야외가 아닌 내부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식당에서의 사진은 찍지 못했다.


 식사를 마친 후 Google의 본관 건물부터 시작해서 주요 건물 등에 대해서 Mr.Ahn이 직접 우리를 안내해주셨다. 처음에 구글 본관을 거쳐 Google 설립 당시의 최초 서버를 구경했다. 어느 두 대학원생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처음으로 구축했던 서버. 마치 엊그제의 HP Garage를 볼 때의 느낌과 마찬가지로, 어려움 속에서의 도전 정신에 대단한 존경심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구글 건물 내로 들어가서 말로만 듣던 실제 Google 직원들이 근무하는 큐브라고 불리는 공간(4인 1실의 사무실)도 구경하며 건물을 지나가는데 일정 거리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있도록 과일과 음료수, 커피등이 준비된 공간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무료. 물론 방문객들인 우리들도 무료였다. 그냥 먹고 싶으면 아무나 집어들어 먹어도 상관이 없었다.


 야외로 나와보니 마치 여러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배구를 즐기고 있기도 하고, 원반을 던지며 놀기도 하고… 노트북을 들고 나와 잔디에 누워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심지어는 1인용 크기의 수영장까지 있었다. 대체 여기가 테마파크인지 기업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다.


 마지막으로 Google Shop에 들러 여러 가지 Google 관련 기념품들을 구경하였다. 온라인으로도 Google 기념품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들도 많고, 특히나 이 곳은 Google 직원의 초대가 있지 않은 이상 들어올 수 없는 곳이기에 우리들은 안박사님을 기다리도록 하는 실례를 범하며 눈이 뒤집힌 채로 30여분간 쇼핑에 미쳐 Google T셔츠, Google 마우스패드 등의 여러 기념품을 구입하였다.


 이렇게 구글의 핵심 건물들(?)을 둘러보고 테라스에 둘러 앉아 간단한 인터뷰를 나누었다.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구글의 근무 환경은 어떠한지, 인근의 스탠포드대학교 같은 명문대와의 산학연이 이루어져 있는지 등 여러가지 질문, 그리고 제일 중요한 IT업계 선배로서 아직 학부생인 우리들에게 조언 한마디도 부탁드리며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바쁘신 와중에도 무려 두 시간이 넘도록 시간을 내주셔서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보게 해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신 안박사님과 이별할 시간이 왔다. 이제 우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어도 직원 동행이 없으므로 Google에서 더 이상 머무를 수가 없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김 셋트 등의 작은 선물을 전해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헤어졌다. (미국에선 김 같은 한국 음식을 못 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조금 비싼 돈 주고서 선물 셋트로 사왔는데, 알고 보니 한인 만트에 가면 한국의 모든 것들이 다 팔고 있었다)

 

 

 우리가 렌트카를 주차해놓았던 곳으로 가던 중에 차 위에 이상한 기구같은 것들이 장착된 차를 발견했다. 바로 이 차가 Google MAP Street View 촬영 차량!!!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들이 이런 장비들로 구현되고 있었다니. Google에 들어올 때부터 모든게 감탄의 연속이다. 렌트카를 타고 나가다가 출구 바로 앞에서 뭔가가 아쉬워 차를 세우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다가 경비한테 걸려서 바로 나왔다. 험악하게 뭐라 한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대해주기는 했는데 뭔가 경비의 포스가 남달라서 우리가 압도당했다. 그래도 기념 샷들을 몇 장 더 남긴 것에 만족이다.

 

 내가 감히 Google에 입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뷰 중 안박사님께 Google의 입사 과정에 대해 여쭤보았었다. 취업 과정은 어떠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가 궁금했다.

 안박사님께서 Google에 입사할 때가 생각나시는지 빙긋 웃으시며 말하시길 혈연/지연/학연은 물론이고 학벌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처럼 공채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짧은 면접만으로 우르르 뽑는 것이 아니라 수시 채용으로 한명을 뽑기 위해서 몇번의 전화 면접을 거친 후 직접 본사로 와서 하루종일 여러명의 면접관과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하셨다. 어느 면접관이 어느 내용으로 자신과 면접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테크니컬 스킬은 물론이고 마치 아이큐 테스트같은 면접을 하기도 했다고 하셨다. Google만의 독특한 방식이 아니라 이 쪽에서는 일반적인 채용 방식이었다. 오로지 실력, 그리고 회사에 맞는 인재인지를 선발하기 위한 수많은 면접들…. 오로지 스펙이라 불리는 숫자놀음에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몇번의 짧은 면접으로 입사하게되는 한국과는 너무도 다른 채용방식이다.

 또 한가지 나의 질문. 정말 학벌을 보지 않는다면 대학원을 졸업하였다고 해서 입사시 유리한 점이 없는지에 대해 여쭤보았다. 대답은 크게 중요치 않다는 것. 한가지 경력으로서 참고사항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대학원 진학은 자신의 학구열에 의한 것일 뿐. 사실 나도 그 스펙이라는 대세에 따라 대학원도 조금은 고려하고 있었기에 뜨끔하였다.


 휴… 이제 곧 4학년이 될텐데, 내가 Google에 지원이나마 한번 해볼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Google 방문도 이렇게 현실로 이루어졌는데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영어라는 큰 장벽. 이 장벽을 넘어서면 Google 뿐만이 아니라 더 수많은 기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만 찾아오는 법.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는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PS. 죄송하지만 구글 본사 방문 건에 대한 문의는 받지 않겠습니다. 저도 지인을 통해 구글 직원분을 알게 되서 방문하게 되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하셔서 박사님께 누를 끼치게 될 것같네요. 

박상근 여가생활/여행